[뉴스핌=박민선기자] 언제부터인가 "시장의 판단에 맡긴다"는 말이 증권사 수장들의 '회피용 멘트'로 굳어지고 있다.
민감한 이슈가 생길 때마다 CEO들은 '시장'이라는 구실을 내세워 더 이상의 추궁을 차단해, 행정관료들의 인사청문회에서 자주 들리던 "기억이 나지 않는다"와 비슷한 느낌마저 준다.
최근 삼성증권 박준현 사장은 랩 수수료 인하 가능성에 대해 묻는 질문에 또다시 '시장' 카드를 집어들었다. 그는 "수수료 경쟁보다는 상품에 대한 이해와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게 우선"이라며 "시장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즉, 그의 의지로 수수료 인하를 결정하지는 않겠다는 얘기다. 수수료율 경영판단을 내리는 최종 주체를 증권사 CEO라는 전제로 한 질문에 대해 "답을 아는 것은 내가 아니다"라고 답한 격이다.
그런데, 그 말을 곱씹다 보니 문득 몇 해전의 미래에셋그룹 박현주 회장이 떠오른다.
박 사장이 수수료 인하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된 '원인 제공자'이기도 한 박 회장 역시 이 멘트를 이용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박 회장이 "시장의 판단에 맡겼던" 사안 역시 수수료 문제였다.
지난 2007년 10월 그의 '야심작'으로 불리는 '인사이트 펀드'의 높은 수수료가 지적되자 그는 해외 헤지펀드들의 예를 들며 "투자자를 중심으로 한 시장경제가 판단할 일"이라는 말로 논란을 피해갔다.
당시 곳곳에서 "보수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지적을 꾸준히 제기했지만 미래에셋은 수수료 인하건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이후 '인사이트펀드'의 수익률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고 운용 1년이 경과한 시점에서는 급기야 -40%의 수익률까지 기록했다. 물론 '인사이트펀드(Class-A)'의 보수는 운용시작 3년여가 지난 지금도 설정 당시와 같은 수준인 연 2.49%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시장의 판단을 존중하겠다던(혹은 존중하고 있는) 박 회장이 이번에는 왜 굳이 '인위적' 인하 카드를 꺼낸 것일까. 그를 참지 못하게 할 정도로 랩 수수료가 불합리적인 수준이라는 얘기로 해석해야 하는 것인가.
또 지난 2007년 박 회장이 말했던 '시장의 판단'이란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투자자를 중심으로 한 시장경제'는 지난 3년간 박 회장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했고, 박 회장은 그 메시지를 들었는지 하는 점 말이다.
문득, "시장의 판단"이라는 '방패'로 수비를 한 박준현 사장의 숨은 셈법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 바로 박현주 회장일 것이라는 생각이 스친다.
'시장'은 항상 그 곳에 있는데 '시장'을 찾는 이들은 자신의 출입구가 따로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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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박민선 기자 (pms071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