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기진 기자] 현대건설 채권단이 현대그룹을 달래기 위해 던진 ‘경영권 보장’ 중재안이 사실상 불발될 위기에 처했다.
물론 채권단은 내주 월요일까지 현대그룹의 의사를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대그룹측이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쪽으로 상황은 치닫고 있다.
현대상선 3264억원 유상증자에 현대중공업그룹, KCC, 현대건설 등 이른바 범현대가(家)가 불참하면서 현대그룹은 현대상선 경영권 불안을 덜어 냈기 때문이다.
◆현대상선 경영권 불안 던다면 중재안 거부 가능성↑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상선 유상증자 청약 결과 현대중공업그룹, 현대건설, KCC 등 범현대가는 참여하지 않았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은 9월말 현재 3899만 3154주(지분율 25.47%)를 보유한 현대상선의 최대주주였다.
현대건설과 KCC는 각각 지분 8.3%와 5.04%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상증자 전 38.8%에 달하던 이들의 지분율은 유상증자후 35%대로 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현대그룹이 배정물량 전량을 청약했을 경우를 전제로 하면, 증자후 지분율은 약 40%로 추정된다. 현대엘리베이터 등의 지분외에 우호지분 등을 포함했을 때다.
이날 실권한 주식은 현대상선 이사회에서 우호세력에게 재배정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상선 유상증자에 범현대가가 빠지면서 현대그룹측에 유리한 결과가 나오게 됐다”며 “중재안을 받아들이기에 긍정적인 상황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채권단이 제시한 중재안은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할 경우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8.30%)을 국민연금 등 제3자에게 분산 매각하도록 중재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현대그룹은 현대상선 경영권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 또 현대그룹이 납부한 이행보증금 2755억원을 반환할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 채권단은 “중재안 수용이 현대그룹에 유리” 압박 지속
이날 법원에서는 현대그룹이 제출한 ‘현대차 우선협상자 지정 및 본계약 체결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2차 심리를 가졌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50부(부장판사 최성준)는 심리에 앞서 "이르면 연내에 현대그룹의 가처분신청안에 대해 결론낼 것"이라며 "늦어도 내달 4일까지는 결론지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내달 7일까지 현대차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하기 위한 주주협의회를 열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채권단은 내주 월요일까지, 현대그룹이 중재안 수용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책금융공사 관계자는 "법원이 현대그룹이 제출한 MOU 해지 효력정지 결정을 조만간 내릴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다면 현대그룹은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나오기 전에 중재안을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법원이 현대그룹의 가처분 소송건을 기각해 버리면 현대그룹한테는 기회가 사라지고 만다"며 "현대그룹 입장에서는 기각 결정이 날 경우 타격이 예상되므로, 채권단이 제시한 중재안을 받아들이는 게 낫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만약 법원이 현대그룹 입장을 들어준다고 해도 현대차그룹이 소송을 걸 수 있고, 지분싸움을 벌일 수도 있어 현대그룹한테 좋을 것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그룹으로서는 현대상선 경영권 위협 감소로 채권단 중재안을 따를 필요성이 낮아졌고, 여전히 그룹 최대 숙원인 현대건설 인수와 관련된 입장에 전혀 변화가 없어 현대건설 매각은 장기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