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의 주주총회는 상장사의 약 70%가 서울과 경기 지역에 집중돼 있다. 시기적으로도 매년 3월 둘째, 셋째 주 금요일 이틀에 대부분이 몰려있다. 소액주주들로선 의결권 행사를, 회사로선 의결권 확보에 상당한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이같은 문제가 예탁결제원이 최근 전자투표제도를 도입하면서 일거에 해결된다.
한국예탁결제원(사장 이수화)이 상법상 전자투표제도의 도입에 따라 지난 8월 23일 주주총회 의결권을 인터넷으로 행사하는 전자투표시스템(K-evote, http://evote.ksd.or.kr)을 개통했다.
그리고 한달여 지난 9월 29일 드디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선박투자회사인 아시아퍼시픽11호와 12호가 국내 최초로 전자투표제도를 도입한 주주총회를 열었다.
아시아퍼시픽측 관계자는 "일단 처음인 만큼 전자투표를 통해 의사를 표시한 분들이 많지는 않았다"며 "다만 주총업무가 간소화된 점은 사실이고, 소액주주들이 많은 기업들의 경우 이 시스템이 유용할 것이란 판단이 든다"고 전해왔다.
◆ 전자주총 어떤 효과 있을까
무엇보다 이번 전자투표시스템의 도입은 '주주 민주주의'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는 게 업계 전반의 평가다. 하루에 많게는 600여개 기업들이 동일한 날짜와 동일한 시간대에 주총을 열고 있어 사실 소액주주들 입장에선 의결권 행사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광주에서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김길상씨(가명)는 "소액주주지만 내가 투자하고 있는 회사의 경영현안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고 의결권을 행사하고 싶었는데 대부분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주총이 열려 불가능했다"며 "작지만 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자주총 트렌드가 잘 정착됐으면 좋겠다"고 전해왔다.
결국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받지 않고 간편하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어 주주의 권리가 보호받게된 셈이다.
더욱이 손쉽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은 본인이 투자한 회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로 인해 단기투자를 중장기 투자로 이어가게 해 넓게는 증시 안정에도 한 몫 할 것이란 이른 관측도 있다.
자산운용사 한 펀드매니저는 "주총장에서 발생하는 보다 심도있는 질의응답은 어렵겠지만 선거때 한표를 행사하며 갖게 되는 정치와 사회에 대한 관심처럼 소액주주로서의 권리가 회사에 대한 애정으로 확대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측면에선 장기투자에 대한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을까 기대된다"고 말했다.
전자주총 시대의 장점은 투자자뿐 아니라 회사측에도 마찬가지다. 사전에 주총 의안에 대한 찬반 동향을 파악할 수 있고 의결 정족수 확보도 용이해진다. 주총업무가 한결 간소해지는 것은 물론이다.
특히 젊은 소액주주들이 많은 상장사의 경우 전자투표 제도의 활용 가치가 높다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 선진국에선 10년전 시행
선진국에선 이미 전자투표제도가 10여년 전부터 이미 이뤄지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2000년에, 일본은 2001년부터 제도를 시행해왔다. 이후 스위스, 중국, 덴마크 등 주요국들이 전자투표제도를 실시중이다.
전자투표 이용율이 가장 높은 곳은 미국이다. 총 6573개의 상장사 중 45%에 달하는 2947개사가 이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대부분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 상장사들이다.
영국도 총 3008개 상장사 중 21.4%에 달하는 645개사가, 일본은 18.3%에 해당하는 428개사가 전자투표시스템을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이에 예탁원측은 전자주총 활성화를 위해 전자투표 도입시 지배구조 점수가 높아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지배구조개선원과 협의하는 등 다양한 활성화 방안을 마련중에 있다.
예탁원 관계자는 "이번 전자투표시스템 개통으로 온라인 주총 의결권 행사를 위한 제도적, 물리적 기반이 완비됐다"며 "향후 우리나라 기업의 90%를 차지하는 결산사의 주총 시즌이 도래하는 내년 2월부턴 기업들의 참여도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해왔다.
한편 이번 증권가에서 처음으로 시행되는 전자투표제도의 성공적인 정착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이번 전자투표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정착할 경우 이를 사회 전반의 여러가지 투표방식에 적용, 새로운 트렌드가 형성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