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합의된 바젤 은행감독위원회의 신 자본건전성 규제와 관련, 업계 및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 단기적, 표면적으로 은행권에 불리한 내용이기는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은행 건전성 향상을 위해 긍정적인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자본건전성 규제 강화는 금융시장 혼란이나 경제 위기 양상 속에서도 은행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이 목적인데, 이로 인해 일부 대형은행들은 증자가 요구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규제 강화에 따른 경기타격을 감안해 규제 도입은 단계적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한편 이번 규정은 오는 11월 한국에서 열리는 G20 회담에서 비준을 앞두고 있으며 이후 27개국의 개별 적용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 보통주 자기자본비율 7%로 인상
이날 주요국 금융 감독 당국으로 구성된 바젤 은행감독위원회가 12일(현지시간) 새로운 은행 자본건전성 규제책에 합의했다.
이번 회담을 주재한 쟝-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이날 합의된 내용은 글로벌 은행권의 자본 기준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것이며 이에 따라 장기적인 금융안정과 경제성장에 상당한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은행들은 단계적 도입에 따른 유예기간을 갖고 경제회복을 지원하는 동시에 새로운 자본기준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새로운 규제에서는 최소 보통주 자기자본 비율 한도를 기존 2%에서 4.5%로 강화하게 되며, 보통주자본을 포함한 Tier1 자본비율은 4%에서 6%로 상향조정됐다. 다만, 현행 8%인 총자본기준 최소필요자본비율은 그대로 유지된다.
최소필요 보통주자본비율에 또한 추가로 완충자본을 2.5% 더 보유하도록 해 총 보통주 자기자본 비율은 7%에 달하게 된다.
이번 개혁안은 또 은행들이 금융•경제상의 위기발생시 손실흡수에 이용할 수 있도록 보통주자본만으로 보유해야 하는 손실보전 완충자본(capital conservation buffer)의 의무적립비율을 위험가중자산대비 2.5%로 결정했다.
아울러 거시건전성 측면에서 시스템리스크 축적을 야기하는 과도한 신용팽창 발생시 경기대응 완충자본(counter-cyclical buffer)을 0~2.5% 범위 내에서 추가 적립토록 했다.
완충자본 요건은 달성하지 못할 경우 영업정지와 같은 강력한 규제를 받지는 않지만 배당 금지 등 경영 제한이 부과될 수 있다.
이처럼 강화된 자본건전성 요건은 2011년말부터 도입되어 2013년부터 3.5%, 2014년에 4.0% 등 단계적으로 적용해 나갈 방침이다. 이 같은 방침은 자본 기준 강화에 따른 경기타격을 감안한 것으로, 이에 따라 모든 규제가 도입되는 것은 2019년까지다.
한편 바젤 은행감독위원회는 경기가 좋은 시절에는 2.5%의 자기자본을 더 확보하고 경기가 하강할 때는 이 부분을 완화하는 식으로 '경기순응성' 문제를 풀어가기로 했다.
◆ 은행권 영향 차별적: 유럽 타격 클 듯
이번 규제 강화가 글로벌 은행권의 2차 위기 재발을 막는 데 필수적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기는 했지만, 은행권에 불리한 내용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은행별 그리고 국가별 영향은 차별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번 규제강화는 은행권 입장에서는 크게 달가울 것이 없는 내용들이다. 대차대조표 규모를 촉소하고 위험성이 높은 사업부를 처분해야 하며 또 미래의 손실 가능성에 대비한 충당금을 더욱 쌓아야 하기 때문에 투자자들과 은행 직원들에 대한 수익 감소가 나타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예금금리는 상승하는 동시에 대출금리 또한 높아지기 때문에 장단점이 함께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개별국 또는 은행별 영향은 크게 엇갈릴 것이라는 전망 속에 특히 유럽 은행권의 자본조달 우려가부각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그리고 영국 등 이미 상당한 자본을 축적해 놓은 국가들은 부담이 덜하겠지만 자본 수준이 낮은 일부 유럽 대형 은행들의 고민은 클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
모간 스탠리에 따르면 독일의 도이체방크, 아일랜드의 얼라이드아이리시뱅크, 뱅크오브아일랜드, 오스트리아의 에르스테그룹뱅크 등이 바젤의 새 규제에 따른 자본 확충이 필요한 곳으로 지목됐다.
프레데릭 캐논은 키프 브루엣 앤 우즈(KBW)의 애널리스트는 KBW은행지수에 편입된 24개 미국 은행들 가운데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씨티그룹을 포함한 7곳이 새로운 자본조달 요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한 바 있다.
씨티그룹의 고위경영진은 지난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규제가 도입될 경우 적어도 내년 말까지 투자자 배당금 지급이 연기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번 규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에 우려를 나타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PNC파이낸셜서비스의 경우 자본확충을 위해 보유 중인 블랙록 지분을 처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도이체방크는 이미 100억달러의 자본 조달 계획을 밝혔으며, 모간스탠리 역시 15억달러의 추가 자본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독일은행연합에 따르면, 도이체방크와 코메르츠방크 등 독일 10위 은행들의 자본조달 합산액은 총 1050억유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유럽 은행권 가운데 일부는 상황이 나을 것으로 보인다. 에르스테그룹뱅크 측은 "이번 자기자본 강화 결정에 특별히 걱정될 것은 없다"면서 "사실 이번 규제에 따른 결과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도 모르는 것이 아니냐"는 입장을 나타냈다.
크레디트스위스의 경우 성장 모델이나 자본 또는 배당금 정책상 큰 수정 없이 바젤 규정을 충족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뱅크오브아일랜드 측은 "이미 아일랜드 정부의 자본 강화 기준을 초과 달성한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뱅크오브아메리카, PNC, 씨티그룹, 모간스탠리, 도이체방크, 얼라이드아이리시뱅크 등은 관련 논편을 자제하고 있다.
◆ "건전성 개선 위한 촉매 VS. 단기 위험 요인" - 전문가들
이번 합의에 대해 전문가들은 자본 기준 강화에 따른 대출 억제가 불가피할 것이라면서도 건전성 개선을 위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마리 다이런 언스트앤영 이코노미스트는 "규제당국이 은행권에 대한 과중한 부담을 막기 위해 2018년까지 단계별 기준도입을 허용하는 등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은행권 대부분은 문제 없이 자본 강화 요건을 충족할 것으로 본다"면서, "그렇지 못한 은행들은 이번 규제 없이도 어차피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존 피스 노무라증권의 애널리스트는 "자본 확충이 필요한 유럽의 대형 은행들 대부분은 배당금 지급을 유예하는 식으로 순익을 유보하려 할 것이지만 위기 전처럼 마구 쌓아놓는 식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자본성 강화에도 불구 은행권들은 여전히 꽤 양호한 수익 창출을 달성하는 동시에 투자상 위험을 낮추는 혜택을 얻을 것"이라면서, "이번 바젤 합의안이 업계에는 긍정적인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스캇 탤봇 금융 서비스 라운드 테이블의 부사장은 "자본기준 7%는 매우 높은 수준"이라면서 "어쩔 수 없는 대출억제로 경기회복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독일 공공부문 은행연합회의 카스텐 그로스는 "이번 규정이 적용되면 모든 은행들이 시장에서 자본조달을 해야 하겠지만 문제는 시장이 과연 모든 요구들에 응해줄지 여부"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