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서는 '의외의 사건'으로 받아들이며 그 배경에 대해 설왕설래하고 있다. 범삼성가의 삼성생명 몰아주기에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부터 삼성생명 상장시 불거졌던 비용분담 문제로 감정이 안좋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CJ그룹은 내년부터 본격 시행되는 퇴직연금제를 앞두고 지난 25일 삼성화재,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외환은행, 우리은행 등 5개 금융기관을 사업자로 선정했다. 유력한 후보였던 삼성생명이 탈락한 것.
그룹 차원에서 계열사를 묶어 한번에 퇴직연금 사업자를 선정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퇴직연금 사업을 영위하는 금융기관들에게는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CJ그룹은 CJ(주)를 지주회사로 식품·서비스, 엔터테인먼트·미디어사업 등 62개 계열사, 2만명의 임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퇴직연금 사업 규모는 2200억원 정도로 예상된다.
이번에 선정된 5개 사업자는 앞으로 약 한 달간 각 계열사를 분류해 개별 사업자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이어 이르면 연말부터 CJ그룹의 퇴직연금제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 삼성생명 왜 떨어졌나?
퇴직연금사업에 주력해 온 금융기관들 사이에서 삼성생명이 탈락한 것이 최대 이슈가 되고 있다.
한 금융기관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사업자 공모에는 응했지만 떨어진 것으로 안다”며 “CJ나름대로 선정기준이 있지 않겠냐"고 말을 아꼈다.
이번에 사업자로 선정된 금융기관의 한 관계자는 "삼성생명 상장시 불거졌던 CJ와 삼성생명간의 상장비용 부담문제가 걸림돌이 됐을 것이라는 말이 나돌기는 하지만 탈락배경에 대해서는 우리도 궁금하다"고 전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12월 삼성전자의 퇴직연금 사업자로 단독 선정됐다. 이로써 단일규모로는 최대인 1조 2000억원의 퇴직연금 적립액을 기록했다. 물론 퇴직연금업계 1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현재 퇴직연금시장에서 삼성생명의 시장점유율은 30%에 달한다.
CJ그룹 이재현 회장은 삼성 이건희 회장의 큰 형인 맹희 씨의 장남이다. 즉 숙부와 조카 관계인 범(凡)삼성가의 일원이다.
이번 사업자 선정 과정을 지켜본 업계 한 관계자는 “당연히 삼성생명이 사업자로 선정될 줄 알고 있었다”며 “뭔가 내막이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생명에 삼성가의 퇴직연금 몰아주기가 도를 넘어 시장의 반발을 사고 있어 이를 의식한 배분이 아니었겠느냐고 해석한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국회에서도 이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삼성생명은 빠졌지만 삼성증권과 삼성화재가 포함됐기 때문에 이번에는 삼성생명에 양보를 요구했을 거란 관측도 있다.
업계 한 인사는 “삼성생명이 너무 독식하는 것 아니냐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라며 “이를 어느 정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나름 짐작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지난 5월 삼성생명 상장 과정에서 불거진 CJ와 삼성생명 간의 갈등도 한 몫 했을 거란 얘기도 나온다.
삼성생명은 상장비용 653억원 가운데 수혜자 부담원칙을 들어 CJ와 신세계에 각각 73억원씩 부담을 요구했다. 이에 반발한 CJ는 법적대응 불사를 외치며 삼성생명과 공방을 주고받았다.
그때의 앙금이 이번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삼성생명 탈락'으로 표면화 됐을 거란 관측이다.
한편 이에 대해 삼성생명 측은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붙고 떨어지는 것은 비일비재한 일"이라며 "그쪽(CJ)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기 때문에 탈락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CJ그룹 측은 "사업자 선정을 한 것은 맞지만 사업자로 누가 선정됐고 누가 탈락했는지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