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Michael J. Sanel) 교수는 간단치만은 않은 화두를 강의 첫머리에 툭 던졌다.
경희대학교에서 열린 그의 한국방문 두번째 강의는 이렇게 시작됐다. 4500여명이 몰린 강연에서 그는 하버드에서 학생들과 이미 활발한 토론을 벌였던 철학적 난제를 토론식으로 풀어나갔다.
사실 토론식 강의가 익숙하지 않은 한국사회에서 이러 방식의 강연시도 자체가 하나의 충격이다.
샌델 교수는 거침이 없었고 좌파니 우파니 하는 논쟁은 그에게 중요하지 않아 보였다.
오직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정의(Justics)'에 대해 토론하고 철학적 텍스트를 통해 하나하나 정답에 가까운 의미부여를 끄집어내면 되는 것이다.
강의 첫머리에 던졌던 그의 논제는 역사에서 수차례 존재하고 소멸했던 철학적 과제와 담론을 형성한다.
원시사회에서 아직 존재하는 '식인주의', 최대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벤덤의 '공리주의', 생명에 대한 절대가치 추구 등이 다양하게 뒤섞인다.
세 명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한 사람이 희생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지는 근대에 들어와 논란이 거듭되고 있는 국가라는 대의를 위해 개인의 인권이 말살되는게 정당한지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지게 된다.
결론은 무엇일까? 샌델 교수가 생각하는 '정의'란 바로 이러한 극한 상황에서도 '도덕적 가치'에 대한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물론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을 그도 명확히 내리지는 않지만 한 사람을 희생해야 하는 당시 상황이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볼 때 '생명의 존엄성'과 같은 도덕적 가치가 무너져서는 안된다는 물러날 수 없는 가치는 보존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논리에 대해 의문이 생길 법도 하다. 그러면 역사적으로 볼 때 힘과 권력이 '도덕적 선'보다 우선시 돼 결국 많은 사람들이 무참히 희생될 때 한없이 무너졌던 선량함은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여기에 대해 그는 또 반박한다. 이 사회가 형성되고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도덕적 가치'가 밑바탕을 이뤄 지탱해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즉 권력과 돈이 사회를 움직이고 변화시키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람들의 내면을 움직이는 힘은 도덕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어떤 보이지 않는 힘이 보존해준다는 것.
이는 다시 현대 정치에 대한 한국사회의 무관심과 연결되며 정치를 불신하는 세태에까지 함의를 던져준다.
그는 현대사회 20~30년동안 한국사회를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경제적 발전에 집중하며 모든 것이 재화의 가치를 높이는데 함몰됐을 때 정치 역시 경제논리에 휩싸였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정치에도 '도덕적 가치'를 내세우는 정치인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가 당나귀를 타고 다니는 골수 민주당원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미국 사회에 오바마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경제논리에 함몰된 정치판에 '도덕적 가치'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오바마는 선거운동 기간 중 '의료보험 개혁법안', '이라크 파병 철군' 등 사회 약자를 위한 정책, 정당성이 결여된 전쟁에 대한 단호한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더욱이 오바마는 소수자에 대한 강력한 옹호 발언까지 서슴치 않았다.
오바마가 현재 잘못된 정책판단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는 볼 수 없지만 한 사람의 대통령으로 인해 미국 사회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고 그는 평가한다.
대표적인 공동체주의자로 알려진 샌델 교수는 시종일관 자신의 주장을 받아들이라고 요구하지는 않는다.
한번 생각해보고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면 교수인 자신을 논리적으로 설득해보라고 권한다.
청중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대해 "이렇게 생각해보면 좀 다른 결론이 나지 않을까?"라고 던져주고 논리적으로 잉태되는 어떤 가치가 지금 현대 사회에 어떤 의미를 내포하는지 함께 생각해보자고 결론 내린다.
현대사회에 정의란 무엇인가 함께 생각해보자고 화두를 던진 그에게 한국사회는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안겨주며 화답했다.
한국사회의 답에 그는 정의를 지키는데 힘을 보태라고 말하고 떠났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인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사고 등을 논리적인 방법으로 명확하게 깨우쳐주기는 쉽지 않다. 인류 역사 역시 끊임없은 학설과 논리의 싸움으로 전개됐다.
대부분 학생으로 구성된 청중들은 한국사회가 왜 이토록 정치에 무관심한지, 왜 정의를 지켜야 하는지에 대해 모아졌다. 그만큼 답답한 현실에 대한 답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샌델 교수가 그냥 선문답만 하다 떠났다고 생각한다면 그의 논리를 한번 깨보겠다는 생각으로 책부터 먼저 펼치고 덤벼보시라. 그가 이미 한국사회의 변화를 조금은 일깨워줬다는 생각에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한국 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명쾌하게 답을 주지는 못한 샌델 교수지만, 저마다 해결책의 힌트 정도는 얻은 것 같아 왠지 뿌듯한 기운이 강의실에 감돌았다는 점은 분명해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