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딘 의사결정·보수적 문화 은행겸영 한계 뚜렷한데다 시장여건도 전업계 편
[뉴스핌=한기진 기자] 우리은행이 BC카드 지분 20%를 KT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KT카드’ 탄생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KT의 바램이 이뤄진다면 BC카드 지분 35%를 확보하게 돼 보고펀드(30.68%)를 제치고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보고펀드가 장기 비즈니스보다는 단기 투자수익을 추구하는 사모투자회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KT의 BC카드 인수가 가시권에 들어온다.
KB금융 이사회는 지난 2일 카드분사를 결정했다. 오래전부터 카드분사를 계획했던 농협도 실행기회를 엿보고 있다.
그동안 은행계와 전업계가 양분하던 신용카드시장이 카드업만 독립적으로 하는 전업카드사들이 제2의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 신용결제가 시장 주도, 전업계가 마케팅역량 한수위
신용카드산업이 막 성장세를 탄 2000년초, 업계는 LG 등 대기업의 카드업 진출과 은행의 카드 사업부 분사로 전업카드사의 점유율이 70%에 달했다. 2003년 카드사태로 수천억원대 손실이 발생하자, 은행계열 카드사들은 은행으로 흡수됐다. 2003년 9월 국민은행, 2004년 3월 외환은행과 우리은행이 계열 카드사를 흡수 합병했다. 주도권이 은행계로 넘어간 것.
카드부실이 상당부분 해소되고 수익구조가 안정되기 시작한 2005년 이후, 신용결제가 시장을 주도하게 된다. 이자율 할인 같은 가격요인보다는 가맹점과의 제휴 마케팅이 카드업의 키를 쥐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공격적인 마케팅이 가능하고 보다 전문화돼 있는 전업카드사에, 시장의 주도권이 넘어갔다.
은행계와 전업계의 최근 매출규모 추세만 봐도 이 같은 변화가 그대로 드러낸다. 2008년 전체 이용실적은 은행계(14개사) 246조원 대 전업계(신한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217조원이었다. 하지만 올 1분기에는 은행계 58조원, 전업계 66조원으로 상황이 역전됐다. 하나은행이 SK와 제휴로 전업계로 위치가 바꼈다고 해도 큰 차이다. 더욱이 은행계 카드사의 실적은 지난해 동기대비 2.1% 감소한 반면, 전업계는 26% 증가했다.
전업 카드사 한 관계자는 “의사결정속도와 마케팅 면에서 은행계보다 유리했던 것이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 일반 회원유치+스마트폰 시대 주도권 다툼 등 레드오션화 주의보
국민은행의 카드분사나 KT의 BC카드 지분인수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시장주도권은 전업카드사가 쥐게 되고 이들의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하나SK카드는 회원수 1000만명, 시장점유율 12%를 5년내 달성하고 그룹수익의 30%를 차지한다는 게 목표다. 올해도 100만좌 달성은 가능할 것으로 밝히고 있다. 카드분사 이유가 가시적인 성장은 물론 수익성을 꾀하기에 안성맞춤이란 사실이 그대로 드러낸다. 이 같은 전략은 국민은행이나 농협 등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신용평가 위지원 수석애널리스트는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카드자산 비중이 낮거나, 소매금융 분야에 특화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은행들의 경우 카드사 분사를 통해 적극적인 경쟁지위 회복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경쟁상황이 과열로 치달을 경우 주유, 항공마일리지 제공, 포인트제공 등 부가서비스의 강화 차원에 그치지 않고 대출상품에 대한 이자율 할인이나 은행과의 연계를 통한 대출금리 우대 및 거래수수료 면제혜택 등으로 확산될 우려를 업계내에서는 하고 있다. 카드업 특성상 일정 규모이상의 안정적인 카드자산을 보유해야만 수익을 꾸준히 창출하는 구조여서, 회원유치가 과도한 마케팅을 유발할 가능성은 언제든 있다.
◆ 모바일결제시장서 SKT-KT앞세운 전업사간 일차전
앞으로 더 치열해질 전업계 카드사의 주도권 경쟁은 SKT-KT의 대리전에서 곧 실체를 드러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두 회사 모두 통신사로서의 강점을 통해 시너지효과를 내겠다고 벼르고 있어서다.
하나SK카드는 SKT 고객, 11번가 및 SK에너지 등과 시너지효과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지급결제서비스 중심에서 탈피, 정유와 유통을 포함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전국에 걸쳐있는 하나은행지점과 SKT의 대리점이 든든한 영업망이 돼 주고 있는 것도 강점이다.
이에 반해 KT는 수수료를 낮춰 은행계 카드사와 협력관계를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KT는 자체 네트워크망을 통해 신용카드 결제정보 처리 사업인 밴(VAN) 시장에 진출할 생각이다. 밴 시장에 진출하면 KT는 카드 수수료를 낮출 수 있다. KT는 기존 밴 사업자에게 자사의 네트워크망을 빌려주고 있었다. 즉 기존의 밴 사업자를 배제하고 직접 밴 사업을 하게 됨으로써 수수료를 낮출 수 있는 것이다. 수수료 부담으로 카드결제를 꺼렸던 소상공인의 가입이 늘 수 있고, 은행계 카드사들도 비용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