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공룡에서 승부사로 변신한 KT의 결정판은 아이폰 도입이다.아이폰은 비단 통신판도의 '게임의 룰'을 바꾸는데 그치지 않았다. 사회 문화 정치 미디어 곳곳에 '아이폰 혁명'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게 퍼졌고 또 영향을 미쳤다.
李 회장에게는 '아이폰 전도사'라는 닉네임이 자연스레 붙었다.
삼성전자와 일전을 불사할정도로 자신감에 넘쳐있는 KT의 질주에 최근 브레이크가 걸렸다. 역설적이게도 바로 성공의 핵심무기였던 애플의 아이폰때문이다. 지난 7월 아이폰4 출시가 늦어졌다는 발표가 외신을 타고 전해졌지만 KT는 그 흔한 변명도 없었다. 아마 정말 잘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로 아이폰이 6개월간 이뤘던 성과를 단 한달남짓만에 빼앗아갔을때도 속수무책이었다. 천하의 애플에게 다른 휴대폰업체들에게 해왔던 것처럼 핏대를 세우며 항의하는건 애당초 불가능했을 것이다.
통신서비스의 혁명아이콘이자 카리스마 경영의 KT가 이처럼 애플앞에서 유독 작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는 말못할 사정이 있다. 이는 SK텔레콤이 아이폰을 거절할 수밖에 없었던 것과 맞닿아있다.
'독불장군' 애플은 마케팅에서 제품 수급, 공급시기, 광고,마케팅, 애프터서비스(AS)는 물론 이통사의 주요 수익원인 무선인터넷까지 독점을 원했다. 누구의 간섭도 원하지 않았다. 특히 AS문제는 심각하다.
아이폰이 처음나왔을때 선보인 약간은 촌스러웠던 광고를 기억하는가? 애플이 독자적인 광고제작을 허용하지 않았기때문에 나온 기형아라는게 업계의 평가다. 우스개 소리이겠지만 애플이 보내온 샘플 아이폰이 담긴 함을 열어볼 수 있는 사람도 애플이 정해줬을 것이란 얘기도 있다.
삼성전자측은 이에대해 "KT와 애플은 처음에는 성공적이었으나 결국 전략의 실패로 귀결됐다. 결국 갈수록 KT가 할 수 있는 건 애플을 쳐다보는 것외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고립무원(孤立無援)이 될 것이고 시간이 갈수록 예속상황은 심해질 것"이라고 현재의 KT상황을 평했다.
KT의 문제는 아이폰 도입 그 자체는 아니다. 실제로 안드로이드 진영이 아이폰의 장점을 모두 흡수한 상황에서, 세계적인 휴대폰제조사인 삼성전자와의 관계를 희생하면서까지 애플의 아이폰에 집착할 가치가 있냐는 것이다. 현재 상황으로라면 KT는 애플의 족쇄에 매여 애플이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줘야한다.
실패를 모르는 순탄한 인생을 걸어온 이 회장의 화려한 경력과 흉내내기 힘든 자신감이 카리스마 경영과 변화를 낳았지만 동시에 독단 경영이라는 비용을 치른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KT가 고대하던 아이폰4 출시가 임박했다. 물론 잘 팔릴 것이다. 반대 진영인 '갤럭시S' 돌풍도 다소 진정될 것이다.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될 것인가? 진정한 승부는 그 이후에 시작되고 동시에 KT가 풀어야할 문제의 난이도도 갈수록 높아질 것이다.
모든 휴대폰업체와 통신사업자들을 적으로 돌린 애플, 애플과 동맹을 맺은 KT, 그런 KT를 회유중인 삼성전자, 삼성전자를 독점하고자하는 SK텔레콤, 졸지에 스마트폰에서 후발주자가 되어버린 LG전자와 LG유플러스, 통신판도가 갈수록 예측불허의 양상으로 흥미진진하게 펼쳐지고 있다./정보과학부장 한익재(ijha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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