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법원으로부터 조합무효판결을 받은 금호15구역재개발 현장 전경.
[뉴스핌=신상건 기자]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라 아파트 분양이 까다로워지면서 둔촌, 고덕 등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한 면에서는 이처럼 주목을 받고 있지만 이면에는 조합설립 무효소송이 끊이지 않는 등 많은 문제점들도 노출시키고 있다.
지난 5월 쌍문1구역, 지난 6월 금호15구역 등 재개발·재건축 조합설립과 관련한 법원의 무효 판결이 줄을 잇고 있다.
대부분의 무효 판결이 일부 조합원들이 이를 누락하거나 제대로 기재하지 않은 채 주민들의 이름과 도장만 찍은 ‘백지동의서’로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백지동의서는 무효가 당연하다. 하지만 대법원이 총 공사비용과 비용 분담금 등에 추상적인 금액 등을 적어 미흡하더라도 법정 기재 요건만 갖추면 설립이 유효하다는 애매한 판결을 내려 향후 분쟁의 소지를 남기고 있다.
지난 4월 대구 수성구 한 재개발·재건축조합에서는 “조합설립동의서상 비용 분담 등 사항이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위법하다”는 내용으로 조합원 A씨 등이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이 사건 조합결의는 표준동의서에 의한 것으로 표준동의서상 기재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다고 해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즉, 기재 내용이 불명확하더라도 표준 동의서상 요건만 만족하면 별 문제는 없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정비업체 한 관계자는 “솔직히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분쟁의 소지를 항상 안고 있는 시한폭탄 같은 사업으로, 겉으로 드러나진 않았으나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당 최소 1건의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이러한 소송이 일어나는 것은 비용 분담, 공사비 등 금액 산정에서 전문성을 지니지 못한 추진위원들이 대략적인 금액을 적어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조합 설립 전 시공사나 설계사를 선정해 이들이 가지고 있는 설계도면을 보고 정확한 금액을 선정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현행 법령에서는 조합설립 후에나 시공사나 회계법인, 감정평가사 등을 선정하게 돼 있어 이 같은 정확한 금액 산정은 어려운 상태다.
또한 조합설립 전 시공사나 설계사 등을 선정해 비용분담이나 공사비를 확정하고 사업을 진행한다 하더라도 시공사 간 경쟁이 없어진데 따라 조합원들에게 이득이 되는 부분이 적어 사업 진행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조합설립 전에 시공사를 선정하는 문제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논하는 것이 될 수 있다” 며 “먼저 선정할 경우 사업진행이 불투명해지고 나중에 선정하면 잡음이 끊이지 않아 문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동의서 제출과 관련한 조합설립 무효에 대한 정답은 이미 대법원이 내렸고 우리는 이 판결에 따를 뿐”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이 같은 재개발·재건축의 잦은 소송 발생은 법령에서부터의 '태생적 한계'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편 2008년 12월에 개정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재개발·재건축 조합 설립인가 동의서에 신축 건축물의 설계 개요와 건축물 철거와 신축에 필요한 개략적인 산출 비용, 분양 대상자별 분담금 산출 기준을 명시하도록 했다.
또한 시공사 등의 선정은 조합설립 후에 이뤄지도록 돼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