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된 이후 국내 기관들은 채권투자에 몸을 사리고 있지만 외국인은 연일 대량 매수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시장참가자들은 외국인의 국채선물 누적포지션이 역사적 고점에 이르렀음을 감안해 공격적인 추가매수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이런 전망을 보기 좋게 무너뜨리며 지난 20일 개장 10분여 만에 4000계약 가까운 매수하기도 했다.
또 다음날에는 매도로 돌아선 듯하다 결국 강한 매수세를 보이며 숏커버를 일으키기도 했다.
외국인의 매수를 받아내며 국채선물 가격상승을 막아낸 국내기관들은 점점 불안해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자료: 코스콤, 뉴스핌
◆ 외국인 채권 매수 지속, 왜?
22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7월 외국인의 국채선물 누적포지션은 전날 기준 총 5만 5044계약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6월 만기물을 9월물로 교체한 이후 4만 5000계약 이상 순매도에 나서며 급속히 포지션을 줄였던 외국인이었던 만큼 이달 들어 시작된 이들의 매수는 포지션 채우기 수준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지난 9일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금리인상 기조로 접어들었음을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의 거침없는 매수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국내 기관들이 추가인상에 대한 불안감에 극도로 보수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외국인들이 국채선물을 매수하고 있는 이유는 크게 ▲ 글로벌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 ▲ 원화강세에 대한 기대 ▲ 캐리수익 ▲ 국내 채권의 상대적 가격 메리트 부각 등으로 꼽힌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매니저는 "일단, 최근 많이 산 곳은 단타를 노리고 기술적으로 사 올리는 듯하다"며 "어제의 강한 매수도 110.50 라인을 깨지지 않게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이어 그는 "현재 선물가격을 현물로 환산하면 4.2% 정도는 된다는 판단 하에 현물대신 선물을 꾸준히 사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다른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매니저는 "한은의 금리인상이 8월에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시간을 벌었다는 쪽으로 이어지는 듯하다"며 "미국 등의 경기모멘텀 둔화에 더 무게를 두면서 이런 장면이 연출되는 듯하다"고 말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매니저 역시 "국내외 경기여건이 미묘하게 디커플링 되면서 국내 투자자들은 국내경기 개선세를, 외국인들은 미국발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를 중요시 여기는 모습"이라며 "글로벌 경기둔화가 본격화될 경우 안전자산인 채권에 대한 투자가 확대될 것이라는 게 외국인들의 판단일 듯하다"고 추정했다.
그는 또 "금통위가 2주 이상 남아 있고 원/달러 환율 강세에 대한 기대도 분명 있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 외국인 채권매수 지속 가능성, 숏 깊은 국내 기관 '위기 봉착'하나?
이유야 어찌됐건 외국인의 매수가 사상최대를 기록한 만큼 최근의 강력한 매수세는 주춤할 것이라는 게 시장참가자들의 중론이다.
선물업계의 추정에 따르면 현재 외국인들의 누적 매수포지션은 10만 7000계약수준으로 사상최대치를 경신한 상태이다.
물론 역사적 최대 수준의 매수가 반드시 향후 매수규모를 제한할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더욱이 미국채 시장이 강세를 보이는 반면 국내 시장은 횡보장세만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국채시장의 강세라는 관점에서 보면 외국인의 매수가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문제는 외국인의 매수에 국내시장이 보수적으로 대응하면서 미결제가 21만 3000계약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시장의 변동성을 응축하고 있는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숏이 깊은 국내 시장참가자들의 숏커버가 출회될 수 있음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매니저는 "외국인들이 국채선물을 매수하고 국내기관들은 매도로 대응하면서 미결제가 크게 확대됐다"며 "변동성이 응축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외국인들의 포지션이 사상최대 수준으로 쌓인 것은 분명하지만 과거의 경험으로 미루어 추가매수가 제한될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외국인의 매수가 이어질 경우 숏이 깊은 국내 기관들이 몰릴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외국계은행의 한 채권매니저는 "외국인의 추가 매수여력에 대한 의문이 있긴 하지만 해외지표들이 둔화되고 있고 금통위까지도 아직 시간이 있다"며 "외국인들의 거침없는 매수세가 지속될 경우 숏이 몰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누적 매수포지션이 고점에 다다른 만큼 추가매수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이 고점을 경신하면서 '뭔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으로 변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매니저는 "어느 레벨이라고 보기 어렵지만 낮은 수준에서 매도 대응했던 곳들이 110.70까지 올라온 현재 레벨에서 참을지 커버할 지 고민할 듯하다"며 "외국인의 움직임에 따라 111까지도 열어놔야 할 듯하다"고 전망했다.
우리선물의 최동철 애널리스트는 "단순하게 한 달 전과 비교해보면 미 국채의 경우 전 만기구간에 걸쳐 수익률의 하락세가 두드러지는 반면 국내 채권의 경우 거의 금리 변화가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외국인이 매수할수록 '청산압력' 역시 증가하지만 '글로벌 국채 시장의 동반 강세'라는 관점에서 보면 외인 순매수가 한 단계 레벨업 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유진선물의 정성민 애널리스트는 "외국인의 매매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뚜렷하게 이전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며 "지난해 하반기 이전만 해도 20일 이평선과 뚜렷한 연동성을 보였으나 최근에는 매수 이후 꾸준히 홀딩(보유)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1만 계약 수준으로 올라온 미결제는 숏커버에 의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외국인의 기조적인 대량매수가 이어지면서 미결제가 급증했던 지난해 11월말, 올해 1월말 이후 움직임을 보면 미결제 감소와 시세급등이 맞물렸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