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 펀드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투자자문사와 증권사 랩 어카운트 상품으로 이동하는 것을 마냥 바라만 보고 있기에는 속도나 규모가 예사롭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국내 증시가 상당기간 박스권 상단 역할을 하던 1750선을 돌파하자 펀드에서 이탈하는 자금이 또다시 급증했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4일 국내 주식형펀드(ETF 제외)에서 3470억원이 빠져나갔다. 5거래일 연속 순유출을 기록했다. 해외주식형펀드에서는 34거래일 연속 이탈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이에 자산운용사들은 자연스럽게 투자자문업 인가를 만지작거리며 '랩어카운트 열풍'에 뛰어들기 위한 탐색에 나섰다.
◆ 새로운 돌파구 '자문형'
이같은 탐색은 중소형 운용사들이 더 적극적이다. 이들은 기존 펀드 시장에서도 자신만의 브랜드로 점유율 확대에 어려움을 겪어왔기에 더욱 돌파구가 필요하다.
금융위원회 한 관계자는 "운용사들이 자문·일임업을 주업무로 하지는 않았지만 요즘 랩 열풍이 불자 일부 운용사들이 검토하고 있는 것이 전반적인 분위기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자문업을 하려면 금융감독원의 '인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운용사들은 이미 자문업 인가를 확보하고 있다. 집합투자업자의 경우 특별한 조건 없이 등록만으로 자문업 인가 취득이 가능하다.
또 자문업이란 운용 포트폴리오에 대한 자문을 제공하고 수수료를 취하는 방식이라 운용사들이 뛰어드는데 부담도 없다. 오히려 기존 강점을 살려 수익을 창출하는 데 적절할 수도 있다.
국내 자산운용사 중 최초로 GS자산운용이 지난 3월부터 자문 시장에 뛰어들었다. 미래에셋증권과 제휴해 랩어카운트 자문을 하고 있다.
GS자산운용 윤창보 CIO(최고운용책임자)는 "새로운 시장이 형성돼 있는 만큼 운용상 컨설팅을 하는 방식으로 증권사 랩 상품의 자문을 맡고 있다"며 "랩도 운용인 만큼 증권사보다 운용사가 가질 수 있는 강점이 많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별화된 서비스를 원하는 고액 자산가들의 수요가 있는 이상 랩 시장의 성장은 일정 수준까지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특히 공모펀드시장에서 판매 창구가 많지 않은 중소형 자산운용사들에게 자문업 인가는 또 다른 돌파구를 열어주고 있다는 것.
◆ 부작용 우려? '일임형'
투자자문사의 또다른 상품인 일임형은 고액자산가들이 자산을 사모펀드식으로 운용하는 방식이다. 자산운용사 입장에는 개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일임형 상품을 판매해야하고, 계좌 관리 등의 어려움이 있어 아직까지 쉽게 접근하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까지 자문사 시장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미성숙한 시장에서 '쏠림'이 일어나면 리스크 발생 가능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 중형 운용사 관계자는 "펀드에 비해 자문사는 투자할 때 제약이 적어 공격적이고 집중 투자가 가능하고, 기대수익이 높은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누리는 것이 사실"이라며 "판매사들을 방문해 이에 대한 의견을 구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판매사들은 아직까지 적극적으로 호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랩어카운트 시장이 얼마나 더 확대될지 불확실한 상태에서 운용사가 펀드시장 제껴놓고 움직이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운용사가 움직이기에는 아직까지 가벼운 수준이라는 반응이 있다"며 "자문사 상품을 출시하면 당장의 자금을 끌어들이는 데에는 유리하지만 만일 실패할 경우 리스크는 더욱 커지는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