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인수전 참여 의지를 높이는 곳은 현대그룹뿐이다. 하지만 범 현대가 연합이 어떤 형태로든 인수전 참여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높다. 제3 후보의 부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이런 맥락에서 업계는 옛 현대 적통 논란의 연장선에서 불거진 '현씨 현대'와 '정씨 현대'의 대립이 마지막 일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현대건설 인수를 통해 현씨 현대는 경영권 굳히기가 관건이고, 정씨 현대는 적통 찾기의 연장선에서 새로운 결집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이래저래 발걸음이 바빠진 쪽은 현씨 현대다. 재무개선약정 체결이라는 악재까지 겹쳐 있어 풀어야할 숙제가 만만치 않다.
◆ 인수전 본격화..현대그룹 강한 의지
지난 13일 현대건설 지분 35%를 보유하고 있는 외환은행, 정책금융공사, 우리은행 등 현대건설 채권단은 산은 M&A실과 우리투자증권 컨소시엄, 그리고 메릴린치 두 곳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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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현대건설 인수 후보에 대한 업계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이들 매각 주관사는 잠재후보군에 인수의향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현대건설 인수전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대건설 인수전은 3년전 매각작업이 진행됐던 대우건설과는 달리 범 현대가라는 특성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우건설을 인수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고가 인수에 따른 후유증으로 그룹 붕괴 직전까지 몰렸다는 점에서 업계의 조심성은 한층 더 하다.
인수 후보군으로 꼽히는 곳은 현대그룹과 범현대가 연합이다.
하지만 현대건설 인수를 공식적으로 천명한 곳은 현대그룹뿐이다. 수년전부터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분주히 움직여왔다.
‘며느리 집안에 현대그룹을 넘길 수 없다’는 범 현대가의 적통 찾기 시도가 꾸준하게 이어진 탓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현대건설 인수 의지는 남다르다.
현대그룹 측은 "현대건설 인수 적극 참여가 공식 입장"이라고 거듭 밝히고 있다. 채권단으로부터의 재무개선약정 체결 압박으로 코너에 몰려 있는 상태이지만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현대건설을 품에 안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이 같은 배경은 현대그룹의 현정은 체제에 대한 '롱런'과도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현대그룹 경영권 핵심인 현대상선의 완전한 지배력 강화의 명운이 달려 있어서다.
현대상선은 현대그룹의 현대엘리베이터가 20.6%의 지분율로 최대주주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이 15.3%, 현대삼호중공업이 6.84%를 보유하고 있어 지배력이 불안하다.
때문에 현대건설이 가지고 있는 7.22%의 지분율은 현대그룹으로서는 절실한 상태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에 실패할 경우, 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택배․현대증권․현대아산 등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셈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건설 인수 의지는 현정은 회장이 여러 차례 강조했던 것처럼 매우 강하다"면서 "그동안 많은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현대건설 인수에 자신감이 높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현재 현대그룹의 유동성은 약 1조4000억원에 달한다. 현대건설 단독 인수에는 충분한 자금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컨소시엄 등을 구성한다면 충분한 힘을 보탤 수 있는 실탄이다.
변수는 아무래도 재무개선약정 체결이다. 재무약정 체결을 거부하고 있는 현대그룹에 대해 채권단이 대출금 회수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재무약정을 맺으면 부채비율을 낮춰야 하는데, 당연히 현대그룹 입장에서는 현대건설 인수가 쉽지 않다"면서 "현대건설 때문에 재무약정을 거부하고 있다는 시선이 일부분 이해된다"고 설명했다.
◆ 범 현대가 결집? 제3 후보 등장?
정몽구 회장의 현대차그룹과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의 현대중공업그룹은 아직 현대건설 인수 의향을 공식화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이 어떤 형태로든 인수전에 관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옛 현대 찾기에 대한 의욕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직접 참여는 현재로서 쉽지 않은 선택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외적으로 현대건설 인수 참여 의사가 없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힌 상태다.
현대오일뱅크 경영권을 두고 벌인 IPIC와의 법적 분쟁에서 승소하면서 현대오일뱅크 인수에 필요한 2조7534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이 한 몫했다.
업계에서 현대차그룹을 유력한 후보로 떠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과거 현대건설 인수 의지가 없다고 밝혔던 현대차그룹은 최근, "아직 구체적으로 진행된 상황은 없다"면서도 "현대건설 인수 후보군으로 봐도 되지 않겠냐"는 우회적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엠코라는 건설 계열사가 있는 현대차그룹의 입장에서도 현대건설은 굳이 필요한 회사는 아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업계 15위권의 계열 건설사를 갖고 있음에도 대우건설을 인수했지만 아무런 시너지 효과를 보지 못한 것도 부담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해외 건설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의사가 있는 것도 아닌 만큼 현재의 엠코를 더 키우는 것이 차라리 나을 것"이라며 "현대건설을 인수하는 것은 과거 현대그룹 재건이라는 명분만 있을 뿐 실익은 별로 찾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제3 후보의 가능성도 따져보고 있다. 제3 후보는 아무래도 범 현대가가 현대건설 공동인수 후 공동경영이라는 밑그림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 경우 KCC그룹이 현대건설 지분을 갖고 리스크를 줄이면서 옛 현대의 재건이라는 명분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게 업계의 시나리오다.
이미 KCC 정상명 명예회장은 현씨 현대에 대한 공세를 여러번 퍼부었다. 여기에 정몽준 의원의 현대중공업과 범 현대가 결집의 중심에 서 있다. 회사적으로도 현대삼호중공업이 7.63%의 지분을 갖고 돈독한 교류를 맺고 있다.
더구나 현대오일뱅크 인수를 통해 범 현대가의 새로운 유대관계 형성은 가능해졌다. 현대중공업이 현대오일뱅크의 54%의 지분을 확보하게 되면서 현대차(4.3%), 현대제철(2.2%) 등의 현대차그룹과 결집을 완성하는 분위기다. KCC만 가세하면 사실상 범 현대가의 완전한 결집인 셈이다.
한편, 건설업계에서는 완전히 다른 제3 후보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건설사가 필요한 그룹 중 자금력이 비교적 충분한 LG그룹과 CJ그룹, 두산그룹, 한화그룹, 동국제강 등을 후보로 거론하고 있지만 침체된 건설경기 등으로 아직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없는 상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는 현대차든 현대중공업이든 현대건설은 현대가의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