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변명섭 기자] KB금융은 이미 우리금융 인수시동을 걸었나. 어윤대 회장 후보가 외환은행은 관심 없다고 못을 박고 우리금융은 인수하겠다고 공언하고 다니니, 금융가에서는 M&A(인수합병)에 착수한 것 아니겠느냐는 반응이다.
그런데,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그는 아직 KB금융 회장이 아니라는 것. 회장 '후보'라는 꼬리표가 여전히 그에게 달려있다.
그의 생각을 KB금융의 공식적인 전략인 것처럼 말하고 다닐 만한 위치가 아직은 아니다. 이쯤되면 회장을 공식 선임하는 오는 7월 13일 임시주총이나 이사회는 요식행위정도에 그치는 느낌이다.
그래서 취임 후 해야 할 말을 너무 빨리 뱉어내고 있다며 이미 회장업무를 시작한 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아니나 다를까 하나금융지주 김승유 회장이 한마디했다. M&A는 상대방이 있는 거래인데 대상을 직접 거론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요지다.
하나금융지주가 KB금융과 M&A 시장을 놓고 한판 대결을 벌이고 있는 입장에서 상대편 회장으로서 당연한 반응이다.
하지만 아직은 내정자 신분이니 행동을 자제했으면 하는 속내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어윤대 내정자는 지난 15일 내정이 확정된 이후 우리금융에 관심이 있다고 언론에 흘렸다. 이어 17일 아침에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M&A에 대한 변함없는 자신의 입장을 표명했다.
이 정도면 단순한 내정 후보자가 아닌 정식으로 취임한 현직 회장 수준의 행보다.
전날 민주당 박선숙 의원이 지적한 바와 같이 어 내정자는 아직 후보자 신분이며 다음달 13일 있을 주주총회를 거쳐야 한다. 정식 취임까지는 한달 가량이 남아있다.
어 내정자의 발빠른 행보가 친정부 인사라는 낙인을 더 깊게 새기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듯도 하다.
시장은 관치(官治)를 증오한다. 한국경제를 통해서 관치로 점철돼 시장을 망가뜨린 역사를 생생히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의 거침없는 행동이 현 정부와 가깝다는 이유에서 비롯되지 않기를 많은 이들이 바라고 있다.
지금은 오히려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시야를 좀 더 넓혀 애꿎은 오해를 사지 않아야 할 시기다.
현 정부 실세의 KB금융회장 내정 그리고 당사자의 거침없는 행보, 이어진 시장의 우려섞인 시선이 관치논란을 재생산하고 있는 현실이 걱정스럽다.
시장은 때론 작은 오해로 큰 줄기가 움직이기도 한다. 그리고 이미 시장은 그의 행보가 시작될 때 즉각 반응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KB금융에서 발을 빼기 시작하고 M&A 시장이 KB금융쪽으로 유리하게 펼쳐지고 있다는 시각이 그 좋은 예다.
KB금융이라는 국내 최대 금융 조직의 수장이 되려면 시장의 작은 오해마저도 풀어낼 수 있는 지혜가 요구된다.
자신의 소신을 밝혀 회사의 경영전략을 세우는 일은 회장 취임후 알려도 늦지 않다는 점을 다시 한번 되새겼으면 한다. 취임 전부터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켜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