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은 사실상 주인이 정해져 제값을 받고 화려한 행차를 준비 중이지만 다른 한쪽은 찾는 주인이 없어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지난 25일 주가 폭락장에서도 현대건설은 전일 대비 1.4% 오른 5만 700원을 기록한데 반해 대우건설은 시장 낙폭의 2배 이상 떨어진(-7.49%) 9020원으로 마감했다. 양 건설사를 대하는 시장의 평가가 어떠한지를 여실히 드러난 것.
◆“현대건설 인수하면 현대그룹 등이 줄줄이 사탕으로”
화려한 행차를 준비 중인 곳은 다름 아닌 현대건설. 현대건설 지분 11.12%를 보유하고 있는 정책금융공사는 다음달 매각주간사를 선정, 본격적인 M&A 작업에 나선다.
정책금융공사를 비롯한 채권은행 주주협의회가 가진 현대건설 지분은 38.51%. 채권단이 이 지분을 모두 판다고 가정했을 때 총 인수대금은 3조~4조원대로 추산되고 있다.
적지 않은 인수대금이지만 시장에서는 현대건설 뒤에 범현대가(家)가 버티고 있어 이 정도 금액은 너끈히 지불하고 현대건설을 인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수후보로는 현대차그룹, 현대중공업, 현대그룹, KCC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데 현재로서 현대중공업과 KCC의 2파전 양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건설업계를 담당하는 한 애널리스트는 25일 “이러저러한 모양새를 갖추겠지만 결국 현대건설은 현대가가 인수할 것으로 본다”며 “현대건설을 인수하면 현대그룹 전체를 인수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도 매력”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현대그룹의 주력계열사인 현대상선 지분 8.3%(우선주 포함)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을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현대그룹 경영권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넘어오면 현대그룹에 현대엘리베이터 그리고 현대증권까지 줄줄이 사탕으로 엮어서 넘어온다고 볼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현대건설 인수 경쟁이 상당히 치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에서는 현대가가 힘을 합쳐 지분을 조금씩 가지는 방법으로 현대건설을 인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중공업 등 하나의 그룹이 독자 인수하기에는 아무래도 부담이 크지 않겠느냐는 이유에서다.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현대종합상사의 경우 현대중공업과 KCC, 현대산업개발 등이 지분을 조금씩 나눠 인수에 동참한 사례다.
◆반 토막 난 대우건설 주가… 산은, 직접 경영 배경은?
이처럼 현대건설은 인수를 위한 다양한 방법이 논의되는 등 M&A 시장에서 여러 관심과 조명을 받고 있는데 반해, 대우건설은 마땅한 새 주인이 나타나지 않아 초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내달 대우건설의 대주주는 산업은행으로 바뀐다. 원래 대주주였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 대상이 되면서 채권단인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을 인수하게 된 것.
당초 산업은행은 총 2조 90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PEF)를 조성, 대우건설 지분 50%+1주를 주당 1만 8000원에 사들이거나 보유 주식을 현물로 출자 받는 방식으로 인수를 추진한 후 전략적 투자자(SI)에게 재매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근 대우건설 주가가 1만원 아래로 곤두박질치면서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연초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구조조정 계획이 발표될 때만 해도 1만 3000원대에 거래되던 대우건설 주식은 25일 9020원까지 떨어졌다. 불과 5개월 새 제시한 인수 가격 1만 8000원의 반 토막 수준으로 내려 앉았다. 당분간 대우건설 주가의 급반등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이렇게 산업은행 PEF의 대우건설 인수 가격이 시가의 배로 높아지면서 PEF에 돈을 대겠다는 투자자들도 관망세를 나타내고 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산업은행이 시가의 두 배 가격에 회사를 떠안아야 하는 형편이다.
설상가상으로 SI마저 나타나지 않으면서 대우건설 M&A는 요원해지고 있다. 이렇게 되자 산업은행은 대우건설을 인수해 팔릴 때까지 직접 경영을 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유성 산은금융그룹 회장 겸 산업은행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올 7월 내지 8월에 재무적투자자(FI)를 모아 사모펀드를 통해 대우건설을 단독 인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은행의 인수 대상에는 지난 2006년 금호의 대우건설 인수에 참여한 재무적투자자 지분 39.6%가 포함돼 있다.
그는 또 “산업은행의 목표는 대우건설을 인수한 후 능력 있는 전략적 투자자를 물색해 완전 매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민 행장은 “최근 대우건설 인수에 관심을 표명한 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하지 않았느냐”며 “지금은 대우건설 인수에 관심 있는 전략적 투자자가 나서기 힘든 상황”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현대건설에 비해 대우건설 청소할 곳 많아”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대우건설은 M&A 시장에서 절대 싼 가격이 아니다”며 “비싼 가격에 비해 메리트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현대건설은 해외건설 능력이 뛰어난 장점을 바탕으로 해외수주도 많이 한 상태이고, 지방 아파트 사업도 별로 안 해 물릴 곳이 없어 매력적인 반면 대우건설은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는 지방에 벌려놓은 아파트 사업이 많아 이것만 해도 상당한 부담이라는 것이다.
한 증권사 기업조사팀 관계자는 “한 마디로 대우건설은 청소 할 곳이 많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건설과 비교해 볼 때 대우건설은 국내 부동산 시장이 안 좋은데도 방향을 엉뚱하게 잡고 간 측면이 있다”며 “이런 부분들을 하나하나씩 다 정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