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오너의 뒤에서 때론 전면에 나서 기업의 전략과 전술을 구사하는 CEO. 이들 중 객관적인 능력을 인정받아 한 기업, 혹은 여러 기업을 거치며 장수CEO로 거침없이 활동중인 명품CEO들이 있다. 샐러리맨의 꿈이자 '직업이 CEO'인 그들만의 성공 유전자를 찾아봤다.
[뉴스핌=홍승훈기자] "사업을 시작할 때 성공 가능성이 90%라면 이미 누군가가 하고 있다. 60~70%라면 이미 누군가 준비중일 것이다. 30~40%의 가능성만 보고도 도전해 보는 정신, 이런 기업가 정신이 중요하다"(김신배 SK C&C 부회장)
"한 눈 팔지 않고 자기 궤도만 열심히 달려 한 우물만 파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정신, 이것이 비결이다"(강희전 대한전선 사장)
"직원들과 허물없이 소통해야 한다. 적극적인 소통이야말로 업무의 효율성과 창의성을 극대화한다"(유석렬 삼성토탈 사장)
국내 유수기업에서 10년 안팎으로 장수하고 있는 전문경영인(CEO)들의 장수비결이다.
◆ "CEO 10명중 6.5명 3년내 단명"
지난 2월 발표된 한국CXO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500대 상장기업(2008년 매출기준)을 대상으로 2000년~2009년내 CEO의 재임기간을 분석한 결과 대표이사를 역임한 인물은 모두 1396명이며 이들의 평균 재임기간은 3년 3개월로 나타났다. 1년 이하 재직 CEO(26.7%), 1~3년(64.3%), 4~7년(23.8%), 7~10년(11.9%) 순으로 전체의 64%가 3년이하로 단명했다.
특히 최근 10년간 대표이사직을 한 번도 놓치지 않은 CEO는 4.1%(57명)인데 이 중 오너가 46명, 전문경영인은 11명에 불과했다. 결국 비오너 출신의 장수CEO가 그만큼 귀하다는 얘기다.
사람은 누구나 한 자리에 오래 있으면 타성에 젖는다. 현상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이는 CEO들도 마찬가지. 이들이 타성에 젖으면 기업 전체의 활력이 떨어지고 변화에 둔감해진다.
보상이나 자리보전에 급급해 단기성과에 주력하는 CEO들도 있다. 기업의 장기 생존을 위해 영입된 CEO가 되레 기업에 해가 되는 경우다.
이런 측면에서 이들 여타 기업에서 장수CEO로 활약중인 이들의 경영철학과 스타일은 모두가 궁금해하는 대목이다. 꾸준한 실적과 기업의 장기 성장성의 토대를 마련해 경제를 살찌우게 하고 자타가 공인하는 장수CEO들은 어떤 유전자를 갖고 있을까.
◆ 30% 가능성에 도전하는 CEO
SK텔레콤 대표이사를 거쳐 SK C&C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재직중인 김신배 사장은 '기업가 정신'을 강조한다. 30~40%의 가능성만 보고 도전할 수 있는 정신이다. 그는 오너의 눈치만 보고 안정적인 수익창출에 급급해선 결코 장수할 수 없다고 말한다.
"CEO로서 내가 먼저 변하면 임원들이 변할 것이고, 임원들이 변하면 팀장들이, 또 다시 구성원들이 변한다. 그렇게 되면 결국 회사 전체가 변하고 우리의 서비스가 변할 것이다. 그 다음에 그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일과 삶이 바뀐다. 결국 그만큼 세상이 바뀌는 것인데 이것이 CEO의 책임이자 보람이다" 김 부회장이 말하는 CEO로 사는 보람이다.
강희전 대한전선 사장은 오직 한 길만 파서 성공한 케이스. 그는 30년 넘게 대한전선에 몸담으며 한 곳만 보고 달려온 것이 장수비결이라고 말한다. '어리석은 영감이 산을 옮긴다'는 뜻의 우공이산(愚公移山)을 대표하는 CEO라 할 수 있다.
◆ 소통의 달인들
직원들과의 가감없는 소통 또한 장수CEO들이 갖는 주요 특징 중 하나다. '가치창출 전도사' '턴어라운드의 귀재'로 회자되는 LG전자 남용 부회장은 12년째 CEO를 맡아오며 '소통'을 매우 중시한다. CEO로 활동하며 직원들과의 '찻잔미팅'을 매주 몇 차례씩이나 갖을 정도로 소통에 힘을 쏟는다.
이철우 롯데백화점 사장과 유석렬 삼성토탈 사장도 '소통경영'의 달인이다.
'내가 먼저 다가가 소통하는 자세가 성공적인 리더십의 뿌리'라는 점을 항상 강조하는 이철우 사장은 직급이 높은 사람이 먼저 마음을 열어야 진정한 소통이 이뤄진다고 믿는 CEO다. 전국의 롯데백화점을 일일이 다니며 직원들 의견을 직접 듣는 것은 물론이고 팀 회식 자리에 갑자기 찾아가 소주 한 잔으로 격려하고 직원식당도 일주일에 한 차례 이상 찾는다.
금융CEO에서 제조업CEO로 성공적인 변신을 한 유석렬 삼성토탈 사장도 직원들의 사내 제안방에 올려진 아이디어에 직접 댓글을 달고 직원들과 허물없이 만나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내 직원들은 "사장님이 적극적으로 직원들과 소통하고 의견을 나누다보니 어느 회사보다 업무의 효율성과 창의성이 생긴다"고 입을 모을 정도다.
◆ 자율경영 행복경영의 전도사들
자율경영, 행복경영도 장수비결의 하나다. 하이마트 선종구 사장은 절대 원칙이 하나 있다.
절대로 오전에는 부하직원을 혼내지 않는다는 것. 이는 사장 뿐 아니라 임원, 팀장들도 그렇게 하게 하는 일종의 불문율이다.
"아침부터 혼나면 혼나는 사람이나 혼내는 사람도 하루종일 기분이 좋지 않고 일의 능률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하이마트 대표 기업문화인 '웃으며 삽시다'가 지난 10여년 간 오늘의 하이마트를 있게 했죠"
또 선 사장은 사장으로서 큰 그림만 그려주고 세부적인 일은 부하 직원들이 알아서 하도록 믿고 맡기는 자율경영을 신봉한다.
LG생활건강 차석용 사장의 경우 용장과 덕장의 두 가지 특성을 겸비한 CEO다. 알려지기로는 'M&A의 귀재', '기업회생의 마술사'라는 승부사적 기질이 엿보이는 별명을 달고 다니지만 인간미가 돋보이는 덕장의 경영스타일을 지닌 인물이다.
차 사장은 12년째 CEO로 재직한 비결에 대해 "맡은 일에 충실했을 뿐"이라고 겸손함을 보였다. 다만 위기때 마다 항상 이렇게 다짐한다고 한다. "매일 매일 새롭고 다른 사건들로 마음을 졸이게 되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항상 장기적 관점에서 '바른 일을 바르게 하기'를 실천해야 한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