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 연쇄 인터뷰] 은행들이 외형은 파죽지세로 키웠지만 이자 마진을 비롯한 이익 전망을 낙관하기 어렵고 건전성·자본적정성과의 조화를 이루기가 지난하기만 하다. 여기다 핵심인력 노령화와 경쟁격화에 직면해 전략적 비용절감의 묘를 찾는 동시에 해외진출 등 신성장동력 확보에 여념이 없어 이미 은행경영은 종합예술에 견줄 만하다.
은행업의 근간과 공공성에 충실하면서도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현장 CEO의 고뇌와 모색 그리고 남다른 실천을 살피는 값있는 자리에 7주년을 맞은 온라인 종합경제미디어 뉴스핌 독자들을 초대한다. <편집자>

▲ 신한은행 본점에서 이백순 행장이 본지 창간기념 CEO 인터뷰를 갖고 있다.
- 금융판도 급변 대비해 내실 다지기 주력
- "시장컨센서스 뛰어 넘는 실적 보일터"
- "2Q이후 리스크 관리역량 우열 살펴야"
[대담=정희윤 금융부장, 정리=이동훈 기자] "모든 임직원들에게 태도, 능력, 성과(실적), 이 세 가지를 강조하며 경쟁력 쌓기에 노력했어요. 앞으로 은행산업 판도는 덩치보다 경쟁력이 좌우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신한금융그룹의 맏형다운 저력을 당당히 재발휘하고 나선 신한은행의 추진력은 어디서 비롯했을까.
신한지주 부사장을 지내다 지난해 3월 통합 신한은행 2대 행장으로 취임한 이백순 행장의 뚝심 넘치는 리더십을 빼놓고서는 그 어떤 분석도 어려운 노릇이다.
신한은행의 1/4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분기보다 3배 이상 늘어난 588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은행부문이 어려웠을 때 그룹 실적을 떠받치던 신한카드가 낸 2626억원의 순익에 2배 가까이 많은 실적이다.
최근 신한은행 본점에서 만난 이백순 은행장은 "임직원 모두가 열정어린 노력을 기울인 덕분에 자신감 회복을 넘어 좋은 실적으로 나타난 겁니다"라고 공을 나눴다.
직원 모두가 고객의 일을 내 일처럼 여기고 은행의 주인이라는 의식을 지닌 채 최선의 성과를 내기 위한 노력에 몰입하도록 이끄는 것. 이것이 이백순 행장표 리더십이다.
순익 2조클럽 재진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할 뿐"이라는 언급으로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걸 여지를 남겼다.
그보다는 오히려 미래를 폭 넓고 심도 깊게 살피는데 힘쓰고 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현재의 실적보다는 2/4분기 이후 닥쳐올 수 있는 위기감에 긴장을 늦출 수 없고, 국내 은행의 M&A 태풍에도 슬기롭게 대처하려면 할 일도 많습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 행장은 "위기가 닥쳐서 취약부분이 강타 당하면 설사 몸집이 제일 크더라도 무너지는 건 순식간 아니겠습니까?"라고 묻는다.
"내실이 튼튼하고 배타적 우위를 형성하는 경쟁력이 있다면 덩치가 조금 작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어요. 때문에 신한은행은 외부충격에도 견딜 수 있는 경쟁력 확보에 전력을 쏟아 부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경쟁력과 관련한 신념에 대해 이 행장은 배의 부력 싸움론을 편다. "부력이 강하면 아무리 태풍이 몰아쳐도 침몰하지 않죠. 배가 크다고 좋은 건 아닙니다. 불의의 한 방을 크게 맞아도 멀쩡할 수 있는 부력을 길러야 합니다."
또한 은행산업 판도변화와 관련해 이 행장은 "2/4분기와 3/4분기가 지나면 리스크관리를 누가 잘하느냐에 따라 우열 관계가 극명하게 드러날 텐데 신한은행이 결코 다른 은행에 뒤지는 일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금융위기가 진정돼 가면서 경기회복 여부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현 경기상황을 어떻게 보십니까?
"최근 국내 실물경제는 수출이 호조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중국 및 아세안 등 신흥국들에 대한 수출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시장에 대한 수출까지 크게 증가하고 있어 고무적인 상황입니다. 하반기에 일시 조정기간은 있겠지만 5% 내외의 견조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다만 가계부채 증가 및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종료에 따른 한계 차주의 잠재부실 현실화 가능성과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 경기회복을 저해할 우려가 있어 주시하고 있습니다."
- 신한은행이 위기극복을 넘어 저력을 회복한 원동력은 무엇입니까?
"직원 모두가 한 마음으로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열정적 노력, 즉 '상하동욕자승'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건전성과 리스크 관리라는 기본을 잊지 않는 기업 문화가 선배들로부터 자연스럽게 체화돼 위기 때 일수록 대처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 올해 실적 전망을 놓고 순익 2조 클럽 재진입 가능성을 점치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어떻게 내다보십니까?
"1/4분기 실적 개선에 성공하면서 올해 정상궤도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또한 신한지주의 주력 그룹사로서 올해 시장 컨센서스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에 도달하기 위해 전 직원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 신한은행은 인력구조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까?
"신한은행은 2010년 경영목표를 '혁신을 통한 1등 은행 도약'으로 정하고 고객 기반확대, 수익구조 안정화, 리스크 신 패러다임 정착, 신성장사업 추진, 고객 및 조직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혁신을 전략 방향으로 수립했습니다. 이를 통해 전략 및 조직, 제도 등 은행 전 분야에서 혁신을 통해 조직문화를 쇄신하고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임으로써 유·무형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 부동산 거품붕괴 논란이 뜨거운데 은행 차원에서 어떻게 판단하고 계십니까?
"최근 경제연구소들은 부동산 가격 하락의 주된 이유로 베이비 부머의 은퇴, 도시화 진행율의 둔화,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차입여력 감소, 보금자리주택의 공급 확대 등을 들고 있습니다. 다만 인구구조의 변화를 감안할 때 장기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은 있지만 폭락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부동산 하락세에 대응하기 위해 시나리오별 다각적인 분석을 진행하고 있으며 단계별로 조치할 계획입니다."
- 위기 이후 전환기에 접어들면서 승자독식 시대가 전망되고 있는데 어떻게 대응할 계획이십니까?
"국내 시장에서 성장동력을 찾는 것은 거의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보이며 넓은 세계로 눈은 돌려 미래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글로벌사업 기반 확보가 필요한 시기 입니다. 때문에 신한은행은 해외 지점 및 현지 법인 등을 꾸준히 설립해 왔습니다. 이제 그간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토대로 '선택과 집중'이라는 명제 아래 전략적 중요도가 높은 지역과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는 지역을 선별해 나갈 예정입니다."
- 금융산업을 통째로 재편할 은행 인수합병(M&A)소용돌이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신한은행의 전략적 포지셔닝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신한은행은 다른 은행보다 앞서 대형 합병에 성공했고 이미 안정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오히려 안정적인 영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질적인 우세를 유지하면서도 양적으로도 M&A를 이룬 경쟁 은행과의 차이를 축소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미 포화에 다다른 국내 금융시장에서 규모와 역량이 엇비슷해져 버린 다른 은행들을 뛰어넘으려면 기존의 영업역량을 한 단계 획기적으로 상향시킬 수 있는 차별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죠."
- 국내시장을 두고 레드오션, 포화상태 라는 진단이 팽배한데 어떻게 보십니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경제의 저성장 기조로의 전환과 향후 부동산 가격의 하락세 전망, 가계 부체 과다 문제 등을 고려한다면 국내 은행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신한은행은 치열한 내수 시장에서의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보다는 베트남, 일본 등 해외 유망시장으로 꾸준히 시야를 넓히고 있습니다."
- 올해 영업환경과 은행권 실적에 대해 어떤 전망을 하고 계십니까?
"국내 은행권의 성장성 및 수익성은 완만한 개선 추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일부 유럽국가들의 재정위기 확산 여부, 국내는 물론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의 출구전략 시점 등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불확실성이 여전히 상존하는 상황입니다. 또한 최근의 부동산 가격 하락, 고용 부진, 가계 실적 소득 회복 지연 등의 상황은 은행의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당장 손익을 높이기 보다는 안정적인 성장의 기반을 마련하는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 이백순 행장은
이백순 신한은행장은 1952년 서울출생으로 1971년 덕수상고 졸업과 함께 제일은행에 입행하면서 평생 금융인의 첫발을 디뎠다. 1986년 신한은행 오사카지점을 거쳐 동경지점 조사역, 분당시범단지 지점장, 비서실장 등을 거치며 현장 영업과 본부 요직을 두루 경험했다.
2004년에는 신한지주 상무로 옮겨 그룹 경영에 힘을 보탰고 2006년 신한은행 개인고객담당 부행장을 맡았다. 이어 2007년 신한지주 부사장으로 은행과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크게 확충된 그룹 경영 전반에 걸친 시야를 확보한 뒤 지난해 3월 제2대 통합 신한은행장으로 취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