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감원, 기본자본 취약한 곳 후순위채 발행때 유상증자 유도
- 후순위채, 빚이냐 자본이냐 논란…위태로움 속 전전긍긍
[뉴스핌=한기진 기자] 지난 14일 금융감독원이 ‘후순위채권 발행시 유상증자 권고할 것’이라고 하자, 저축은행업계는 크게 놀라는 눈치였다. 기업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 사안인데, 금감원으로부터 공식적인 주문을 받은 적이 없어서다. 서울의 대형저축은행 경영팀 관계자는 “놀라운 소식이다. 권고를 이행하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내용에 대해 금감원 저축은행총괄팀 김태경 팀장은 "기본자본이 약한 곳이 후순위채를 발행할 때 유상증자를 권고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후순위채는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을 구성하는 자본 가운데 보완자본(Tier2)으로 인정을 받지만 만기가 돌아오면 상환부담을 지게 된다. 반면 증자를 하면 기본자본(Tier1)이 늘어나고 상환 부담도 없다. 금융안정위원회(FSB) 등 국제적으로 보통주 중심의 기본자본을 중시하는 쪽으로 감독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이 같은 내용만 보면 금감원은 시의적절하고 올바른 방향을 잡아, 저축은행업계가 놀라는 건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한쪽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주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업계는 유상증자를 할 만큼 대주주의 여력이나 우호세력이 없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 금감원은 투자자보호와 업계의 선순환을 시켜야하는 점 등이다.
◆ 대주주 백억대 투자할 여력 부족
후순위채 발행과 함께 유상증자를 해야 할 경우 방법은 ‘대주주’ 혹은 ‘제3의 우호세력’을 통하는 두 가지가 있다. 대주주가 직접 유상증자에 참여할 경우, 조단위가 넘는 자산규모를 가진 저축은행은 대주주가 연간 백억원에 가까운 돈을 쏟아야 한다.
솔로몬저축은행, 한국저축은행, 현대스위스, 제일저축은행 등 대형 저축은행은 년간 1000억원에 가까운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따라서 후순위채 규모의 10%만 유상증자로 배정한다고 해도 대주주는 해마다 1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제아무리 돈이 많은 오너라 해도 매년 백억원에 달하는 규모를 출자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후순위채 발행과 동시에 150억원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제일저축은행도 유동천 회장을 비롯한 대주주 일가가 50억원을 납입했다. 나머지 금액은 상장사의 경우 개미투자자에게 배정, 주가하락에 따른 비난을 회사측은 감수해야 한다.
우호세력인 제3자를 끌어들이는 것도 대주주입장에서는 소유권을 유지하면서 유상증자 부담을 덜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자산 규모 6700억원의 하나로저축은행을 저축은행중앙회가 단돈 750억원에 인수할 정도로 저축은행의 프리미엄은 바닥이다. 서울의 대형 저축은행 경영팀 관계자는 “저축은행 인수시 추가 자금투입을 우려해야 할 정도로 프리미엄이 상당히 떨어진 상황에서 우호세력을 끌어들이기는 어렵다”고 했다.
통상 만기 5년인 후순위채권은 연간 20%씩 보완자기자본 인정비율이 감소되기 때문에 BIS비율도 따라서 감소한다. 건전성 기준을 매년 일정수준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년 후순위채권을 지속적으로 발행할 수 밖에 없다. 즉 매년 후순위채 발행규모는 늘 수 밖에 없고, 발행할 때마다 유상증자를 해야 한다면 대주주의 여력은 바닥을 들어낼 수 밖에 없다.
◆ 후순위채 의존도 높은 곳 대주주 진정성 의심받아
최후의 자본 젖줄인 후순위채의 목을 잡을 수 있는 유상증자 권고까지 나온 것은 양측의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한다. 금감원은 후순위채를 투자자가 리스크를 안고 투자하는 것으로 저축은행에게는 부채로 본다. 반면 저축은행업계 일각에서는 자본을 확충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으로 여긴다.
그렇지만 후순위채 없이도 자본적정성을 잘 관리하고 있는 일부 저축은행들이 금감원과 같은 입장을 보이는 점을 미뤄볼 때 부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금감원 김태경 팀장은 “후순위채를 보완자본으로 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부채다”면서 “자칫 투자자가 피해를 볼 수 있으므로 이를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후순위채를 남발하는 저축은행에 대해서 금감원은 “대주주가 책임을 투자자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때문에 기본자본이 약한 저축은행 가운데 후순위채 발행시, 유상증자를 권고하기로 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