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국, 대주주 유무 따라 차별 적용 궁여지책 검토
[뉴스핌=한기진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권 사외이사제도를 석달만에 또다시 수술대에 올리기로 했다.
은행권 사외이사들을 갈아치운 사외이사제도 모범규준안이 지난 1월25일 나온 것을 감안하면 빠른 속도의 수정조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은행권에 이어 보험, 증권, 저축은행 등으로 확대 적용한 데 이어 금융사 지배구조를 통합 규제할 '금융사 통합 지배구조법(가칭)'을 추진했던 금융당국이다.
파죽지세를 방불케 하던 흐름에서 벗어나자 금융계 일각에선 뜻밖이라는 반응도 감지된다.
◆ 금융위, 외국계 “지나친 경영권 간섭” 불만 수용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 핵심 관계자는 12일 “대주주의 존재여부에 따라 차별적으로 사외이사제도를 적용하는 방안을 마련중에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은행권 사외이사 모범규준은 은행 경영진과 사외이사들이 야합할 수 있는 연결 고리를 끊어 강력한 경영권 견제력을 구축하는데 초점을 뒀다.
사외이사의 20% 이상을 매년 교체하고 총보수를 크게 줄인 것도 이 때문이다.
은행(지주회사)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중에서 선임하게 해 지주사 회장의 겸임을 차단했다.
결과적으로 금융권의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하겠다는 금융당국의 의도가 투영된 것이다.
이 규준을 따르지 않았을 경우 경영평가시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반강제적인 조치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처럼 패널티까지 부여키로 한 제도가 획일적으로 적용되면서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의 이 관계자는 “외국계 주주들이 대주주가 있는데도 사외이사들이 경영권을 지나치게 간섭하게 했고, 전체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비율을 기존 2분의 1에서 과반수로 강화한 것은 지나친 조치라고 비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일고 있는 비판을 금융위가 받아들이기로 하고 수정에 나서기로 한 셈.
일단 검토작업 착수한 금융위는 금융계와 학계를 통해 아이디어와 의견을 수렴해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 독립성•전문성 둘다 충족 어렵고 금융사마다 처지 다른데 획일 적용한 탓
금융위가 석달도 안돼, 금융계 지배구조개선 의도까지 담은 제도를 손보기로 한 것은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음을 스스로 자인한 결과라는 게 금융계 일각의 시각이다.
사외이사제도의 성공을 위해서는 대주주가 있는 기업에게는 ‘독립성’, 그렇지 않은 기업은 ‘전문성’이 각각 확보돼야 하지만, 금융위는 모든 것을 담으려 했다는 지적이다.
금융위도 이 같은 문제를 이미 인식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는 게 솔직한 고백이다.
금융위의 관계자는 “모범규준을 만들면서 고민했던 게 사외이사들이 너무 독립적인 은행에서는 자기권력화됐고, 반대로 전혀 독립적이지 않은 곳이 있어 방향을 정하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박영석 서강대 교수는 ‘금융기관 지배구조 개선방안’ 논문에서 “대주주가 존재하는 금융기관과 분산된 소유구조를 가지고 있는 금융기관에 대해 사외이사제도를 차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