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동훈 기자] "아니 푸르지오가 더 나은 브랜드인데 왜 우리 아파트는 이안이라고 써요?" 2년전 수도권 한 택지지구에 지어진 대우이안 아파트가 입주할 무렵 아파트에 외벽에 적혀 있는 브랜드를 보고 한 입주자가 던진 말이다. 이 아파트는 시공능력평가순위 48위인 대우자동차판매 건설부문이 시공한 '이안 아파트'다. 하지만 건설업계 정보가 뚜렷치 않은 중년 이상 아파트 고객에게 '대우'라는 사명을 사용하는 대우이안 아파트와 대우건설이 짓는 푸르지오 아파트를 구별해내긴 쉽지 않을 수 있다. 심지어 대우이안 아파트도 대우라는 이름을 보고 청약한 수요자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우자판과 대우건설은 한때는 한솥밥을 먹던 대우그룹의 계열사였다. 하지만 지금은 완연한 남남인 상태. 그래도 대우자판이 '대우'라는 이름을 버리지 않는 것은 대우라는 사명에 걸려 있는 브랜드 가치 때문이다.
건설업계가 업체 이미지 제고를 위해 사명(社名)도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이른바 '사명 마케팅'은 비단 건설업계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이후 시작된 건설업계의 주택 브랜드 마케팅이 가열 되면서 유독 건설업계에서 이 같은 사명 마케팅은 더 불꽃을 태우고 있는 상태다.
건설업계의 '사명 마케팅'은 '짝퉁' 사명에서 시작된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앞서 말한 모그룹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나 대형업체와 유사한 이름을 짓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대우그룹 계열사에서 출발한 건설사만 하더라도 대우건설, 대우자판, 대우조선해양건설 등이 있다.
대우그룹과 상관없이 대우라는 사명을 사용하는 건설사들은 그래도 '이름이 알려진' 대한건설협회의 회원사 중에서만 대우기업, 대우종합건설 등 일반인이 얼른 알기 힘든 유사 사명 건설사들이 넘쳐나고 있는 상태다.
60년 건설외길을 걸어왔다는 대림산업의 경우 유사 사명은 더 많아진다. 주택사업도 활발히 하는 건설사로는 대림공영이 있으며, 이밖에 대림건설은 3곳, 그리고 대림종합건설은 무려 7곳의 회사가 같은 사명을 쓰고 있다.
삼성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삼성그룹의 계열 건설사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이다.
삼성 유사사명으로는 삼성물산의 옛이름이라 할 수 있는 삼성종합건설은 세 곳의 회사가 사명으로 사용하고 있고, 삼성건설이란 회사도 있어 '래미안'의 주인이 누군인지 헷갈리는 경우도 많다.
그나마 대림이나 삼성의 경우는 주택공급 차이가 워낙 큰 만큼 식별의 어려움은 그다지 많지 않다.
하지만 국내에서 가장 많은 사명, '현대'에 이르러서는 식별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시공능력평가 순위 1위인 현대건설과 7위인 현대산업개발을 예로 들 수 있다.
두 회사는 모두 故정주영 명예회장이 세운 계열사지만 정 회장의 직계인 현대건설이 방계인 현대산업개발에 비해 '정통성'을 가졌다.
하지만 현대건설이 워크아웃과 계열분리를 거치면서 오히려 정통성은 현대산업개발이 더 확보한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故정주영 회장의 차남 정몽구 회장이 오너로 있는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건설사인 엠코가 지난해 9월 '현대엠코'라는 새로운 사명을 채택하면서 현대 유사 사명 건설사 대열에 합류했다.
엠코가 '현대'라는 사명을 추가한 것도 역시 두 말할 필요 없이 '현대'라는 사명의 브랜드 가치를 활용하기 위해서다.
엠코가 출범한 초기에는 '현대'라는 사명이 사용되지 않은 것은 오히려 의외였다. 현대차그룹은 故정주영 회장의 종손뻘인 정몽구 회장의 회사인 만큼 현대 사명에 대해 확실한 '계승권'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는 정몽구 회장계 인맥 중 현대건설과 현대산업개발에 머물던 건설인력들이 있을 곳을 찾아주기 위해 만든 회사라는 특성 때문이다.
실제로 이 회사는 지난해까지 주로 그룹 일감을 처리하던 그룹 내 한 부문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2015년까지 국내 5대 건설사로 도약하겠다는 새로운 비젼을 발표하면서 엠코는 약한 브랜드 파워를 제고해야할 판국에 놓이게 됐다.
엠코라는 복합어는 일반인들에게 전혀 생소하며, 현대차그룹과의 연계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엠코 측은 회사를 알릴 때 가장 먼저 '현대차 그룹 계열 건설사'라는 문구를 사용해왔다.
아울러 현대엠코의 안착에도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현대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이란 양대 '현대' 사명 건설사의 위상이 있는 한 현대엠코는 현대라는 사명에 대해 정당한 계승권이 있음에도 '짝퉁'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그룹으로부터 현대 사명 사용 중단을 요청받아왔던 현대산업개발이 쉽게 안착할 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현대건설의 워크아웃과 계열 분리였던 점을 감안할 때 엠코의 현대 사명 정통성 찾기는 결국 회사 실적으로 판가름 나게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