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들은 22일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의 대미 석유수출 규모는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일일 100만 배럴 이하로 줄어든 반면, 12월에는 대중 석유 수출 규모가 심리적으로 중요한 일일 100만 배럴을 넘어서며 미국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난 사실을 알렸다. 이는 중동 석유 지정학의 '서(西)'에서 '동(東)'으로의 중심 이동을 알리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미국 정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 사이 미국은 사우디 원유를 하루에 평균 99만 8000배럴 수입했다. 1988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12월 수입 규모도 마찬가지로 감소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비해 사우디의 대중국 원유 수출은 12월에 일일 100만 배럴을 넘어서면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우디 석유에 대한 미국 수요 감소세는 전반적인 석유 수요가 줄어든 탓도 있지만, 또한 미국이 캐나다와 아프리카로 석유 의존도를 이동한 것도 배경이 됐다.
이와 달리 중국의 경우 활발한 경제 성장으로 갈수록 사우디 석유 매입 규모가 늘어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리야드와 정제설비 합작 공장을 설립하는 단계에까지 왔다.
리야드 현지 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사우디와 같은 산유국으로 보면 수요의 안전장치와 같은 곳이고, 특히 아시아 쪽의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어 사우디는 갈수록 동쪽을 주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가운데 미국 에너지장관 스티븐 추가 월요일 리야드를 방문할 계획이다. 그러나 그의 주된 목적은 전통적인 석유 정치에 있지 않고 첨단기술 프로그램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 단일 석유소비국이지만, 지난 2009년 총 석유 수요는 2008년보다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효율성의 강화와 최근 유가 급등에 따른 충격 등으로 인해 총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기 힘들 것이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
게다가 미국은 중동에 대한 석유 의존도를 분산하는 전략적인 목표도 있다. 캐나다 오일샌드에 대한 대규모 투자 이후 미국의 캐나다 의존도가 높아졌고, 또한 미국은 앙골아, 나이지리아 그리고 브라질로부터의 석유 공급 비중도 늘렸다.
미국은 석유 수입 규모가 2005년에는 일일 1000만 배럴까지 증가하면서 최고치에 도달하기도 했으나, 최근 2년 사이에는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그 규모가 약 9% 감소했다. 이에 비해 중국은 지난해에만 수입 규모가 14%나 급증했다.
한편 미국은 사우디가 중국에 대한 석유 수출 규모를 늘리는 것을 내심 바라고 있기도 하다. 중국이 이란 석유 의존도가 줄어들면 미국의 대 테헤란 압락에 동참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석유 전문가들은 사우디 석유 비중이 줄었다고 해도 중동의 공급 충격은 여전히 미국 경제에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