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시중은행들이 지난해 연말에 인사를 끝낸 것에 비하면 약 2주 정도 늦어진 인사다.
KB금융은 지난해 하반기 황영기 전 회장 사퇴에 이어 연말에는 강정원 행장이 회장 후보로 올랐다가 물러나는 사태에 이르기까지 금융권에서 가장 굴곡 거친 경영환경에 시달렸다.
KB금융 한 임원은 “어서 빨리 경영환경이 정상화 돼 영업활동에만 전념하는 것이 소원”이라고 고뇌를 토해냈다.
하지만 찬찬히 들여다볼수록 KB금융이 겪는 어려움은 겨우 시작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는 게 올바를 성싶다.
공교롭게도 부·점장 인사가 이뤄진 날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은 KB금융과 국민은행에 대한 공동 종합검사에 착수했다.
지주사 회장 대행직을 유지하고 있는 강정원 행장이 금융당국과의 마찰을 빚은 끝에 KB금융 회장 후보직을 사퇴한 뒤 개시한 이번 검사는 강 대행과 사외이사들을 정조준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당연히 KB금융이나 국민은행 내부에선 검사가 끝날 때까지 수많은 임직원들이 노심초사하는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여기다 이번 종합검사 말고도 새로운 사외이사진 구성과 회장 선임 절차 등 KB금융과 국민은행이 넘어야 할 파고는 어느 것 하나 만만치 않다.
금융계 한 고위 인사는 “은행이나 은행계 지주사가 경제적 이슈의 중심에 머무른다는 것은 해당 은행에 결코 이로울 것이 없다”며 “오히려 언론에 노출되지 않을수록 좋은 금융회사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뜻있는 전문가들은 KB금융 경영권의 향배를 포함해 지배구조 불투명성이 오래 끌면 끌수록 다각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국내 금융계 주도권을 확실히 틀어쥐려던 전략 역시 요원해 질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일상적 영업경쟁에서도 보이지 않는 힘의 누수에 시달릴 가능성 역시 배제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생성돼 있다.
최근 강정원 회장 대행이 “올해 은행권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정상적인 영업 활동과 경영 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한 것은 이런 사정을 솔직히 표현한 것임에 틀림없다.
이에 반해 신한 우리 하나 기은 등 다른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말부터 일찌감치 내부조직을 정비하고 점포 수 확대, 다양한 상품 출시 등 영업력 강화에 벌써부터 박차를 가했다.
한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기업과 가계의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점포 확대와 신상품 개발 등을 통해 영업활동 가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은행이 주춤하는 동안 다른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확대, 신규고객 유치 등에 더 욕심을 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종합검사는 한 번 끝났다고 곧바로 모든 판단과 조치 안이 뚝딱 나오는 게 아니다. 한 달은 부족하리만치 다각적이고 심층적인 검토와 분석을 거쳐 결론이 나오는 검사를 한 사람이나 받는 사람에게나 고약한 작업이다.
검사 결과가 나오려면 족히 4월은 넘어야 한다. 검사 결과 별 잘못이 없는 것으로 완전히 기울어지지 않는 다음에야 3월 정기 주총 이전에 이사진 개편 추진도 속도를 내기 어렵다.
따라서 새로운 사외이사진이 차기 회장을 옹립하고 싶어서 아무리 서두른댔자 4월 이후를 기약해야 하지 않을까.
보통사람들에게도 시간은 천금 같은데 KB금융그룹처럼 대한민국 선두권 금융그룹에게 3개 분기 안팎의 공백이 끼칠 손실이 우리 돈 가치로 도대체 환산할 수가 있을까
국민은행 여의도 본점은 오늘 새벽까지도 꽝꽝 얼어붙어 잘 녹지도 않은 지난번 폭설의 잔해에 포위당해 있었다. 거기다 새로 닥치는 험난함을 위무라도 하듯이 오늘 또 한 겹 결코 적지 않은 눈이 덮였다. 마치 KB금융 수많은 임직원들의 심리를 표현하듯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