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저금리 부작용 간과해서는 안돼
[뉴스핌=안보람 기자]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이 물건너갔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면서 11월 금통위에 대한 감각이 무뎌지는 모습이다.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한국은행 이성태 총재의 매파적인 의견이 나올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시장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이제는 기준금리를 인상할 때도 된것 같다는 의견도 솔솔 흘러 나오고 있다.
또한 이성태 총재의 발언이 냉탕과 온탕을 오간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성태 총재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고 있다는 비판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 11월에도 대세는 '금리동결'
채권시장의 가장 큰 이벤트 중의 하나인 금융통화위원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자 시장에는 뚜렷한 관망세가 엿보인다.
지난 10월 금통위 이후 '연내 금리인상이 물건너갔다'고 단언할 정도로 시장에서는 '연내 기준금리 인상 불가론'을 확신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정책당국도 놀랄 정도로 경기지표의 개선이 뚜렷하다 보니 1%의 가능성마저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게 시장의 입장이다.
여전히 대세는 금리동결이다. 미국(FOMC)에 이어 영국(BOE)와 유럽(ECB)의 중앙은행이 잇따라 금리를 동결함에 따라 한국 금통위의 금리동결이 더 확실시하는 분위기다.
시장전문가들 역시 금리동결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발표되는 여러 경제 지표들을 보면 금리를 인상하는게 맞지만, 4/4분기 이후 경제성장에 대해 확신할 수 없다는 게 주된 이유다. 물가와 부동산의 안정세도 아직은 유지되는 모습이다.
호주가 2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하긴 했지만 우리와는 사정이 다르다는 것을 이성태 총재도 이미 인정한 상황이기 때문에 변수가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정부당국의 금리인상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무시하기도 힘들 것이란 게 대다수의 의견이다.
이 총재가 '집착한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강조해온 게 '한국은행의 독립성'이지만, 기준금리라는게 정치적으로 독립된 채 일부 금통위원들의 의견만으로 조정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토러스투자증권의 공동락 애널리스트는 "11월 금리동결은 물론 연내 인상도 힘들다고 본다"면서도 "긴축에 대한 입장은 꾸준히 밝힐 것"으 로 예상했다.
현대증권의 신동준 애널리스트도 "매파적인 발언이 나올 것으로 보지만 금리는 동결할 것"이라며 "금리인상의 여건이 만들어진 게 사실이 지만 경기 이외의 제약조건들이 금리인상을 막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삼성증권의 최석원 애널리스트 역시 "10~11월이 금리인상의 적기라는 의견"이라면서도 "그렇지만 자율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긴 어려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기 상황이 예상대로 돌아가면 정상화시켜야 된다는 논리를 가지게 될 것"이라면서도 "그렇지만 경기모멘텀이 4/4분기와 내년 1/4분기에 떨어질 것으로 보여 정부에 대항할 한은의 논리가 약화될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물론 연내 금리인상을 논하는 의견이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다.
KB투자증권의 이주석 연구원은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빨리 진행돼 올해 연간 플러스 성장이 가능해 졌다"며 "마이너스 성장이 우려돼 과도 하게 낮춰진 금리를 인상할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더구나 최근 주식시장과 주택시장의 조정 움직임은 오히려 금리인상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조바심을 금통위한테 가져다 주는 요소가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에 이주석 연구원은 "11월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가 인상되거나 연내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SK증권의 양진모 애널리스트도 11월 인상을 꾸준히 주장하고 있다.
양 애널리스트는 "3/4분기 성장률, 9월 산업활동에서 나타난 경기 회복세를 감안해 너무 낮은 기준금리를 '위기' 수준에서 '불경기' 수준에 걸맞 게 인상할 것"이라며 "경기지표에 착시효과가 있더라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늘 핑계만 앞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수요 없는 과잉생산이라면 속도조절의 시그널을 보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그는 "비록 자산가격 상승세가 주춤하고 물가 상승 압력도 높지 않지만 원자재 가격이 견조한 조정 속에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고, 부 동산 가격도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어 명분은 충분하다"며 "특히 환율이 박스권 등락을 보이고 있어 원화 강세를 촉발했다는 부담을 덜 수 있다"고 주장했다.
◆ 한은 총재 약발 떨어질까?
한편, 시장참가자들 사이에서는 금통위에 대한 민감성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나온다.
금통위를 전후해 급등 혹은 급락했던 채권금리가 금통위 이후 며칠간 되돌림을 하는 움직임이 몇 달째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 9월 금통위가 열린 지난 9월 10일 채권시장은 국고채 3년물 금리가 하루동안 21bp 오르는 등 '아비규환' 상태에 이르렀지만 하루만 에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반대로 지난 10월 금통위에서 총재는 9월 금통위 발언을 부정하며 국고채 3년 금리를 11bp나 끌어 내렸다. 그러나 이 또한 시장참가자들이 하루만에 되돌리기에 나서는 등 약발이 오래가지 않았다.
더구나 이성태 총재는 금통위 6일 뒤 열린 지난 10월 15일 한국은행의 국정감사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의지를 다시 피력하면서 10월 금통위를 스스로 되돌리는 듯한 인상을 심어주기도 했다.
이 총재가 올해 대체로 짝수달에는 온건한 태도를 홀수달에는 공격적인 태도를 취했다며 '11월은 매파적인 발언이 나올 차례'라는 분석 아닌 분석이 나올 정도다.
한 시장참가자는 "이성태 총재가 일관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말바꾸기만 한다"며 "스스로도 방향을 못잡는 것인지,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 견제구를 던지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이 총재의 강한 발언에 시장이 출렁대고 나면 "그런 뜻은 아니었다"고 되돌리는 발언이 이어지는 게 쏠림을 조절한다기보다 갈팡질팡하는 인상을 준다는 얘기다.
이에, 시장참가자들은 이번 금통위에서 매파적인 발언이 나올 것을 예상하면서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거나 이내 되돌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물론 이 모든 이유를 이 총재의 탓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시장참가자들이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게 혹은 자신이 입을 손실에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평가도 충분히 나올 만하기 때문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언론이나 시장에서 총재님의 발언을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며 "현재 상황에 대한 인식이나 쏠림을 방지하는 차원의 발 언일 뿐"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총재의 금리인상에 대한 생각은 전혀 변함이 없지만 정치적인 압력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이 총재의 외로운 행보를 안스러워 하기도 한다.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으로 빚어질 자산버블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은 이성태 총재뿐"이란 얘기도 들린다.
한 시장관계자는 "현재 시장의 상황이나 경기회복의 정도를 보면 금리인상에 대한 총재의 생각이 틀리지 않다"면서도 "금리는 총재 혼자 의 생각으로 결정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준금리는 금통위원들의 투표로 결정되는 만큼 과반수 이상의 금통위 원들을 설득해야 하는데, 금통위원들이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자유롭 기란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한은의 한 고위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중앙은행과 정부가 완전히 독립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며 "국민경제를 논하는 것인 만큼 통화정책이 정치나 행정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되기는 쉽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 기준금리 올려도 되지 않을까?
그러나 시장참가자들은 금리인상을 바라는 눈치다.
거의 대부분의 경 기지표들이 회복을 알리고 있어 금리인상의 당위성도 확보됐다는 평가다. 정책금리와 시장금리간 스프레드가 너무 벌어진 점도 금리인상의 필요조건이 되는 모습이다.
시장은 무엇보다 합리적으로 돌아가는 유기체다. 현재 시장금리가 지속적으로 고점을 높이고 있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게 시장 및 경제를 공부하는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하지만 시장금리와 기준금리간 격차가 비이상적으로 벌어진 지 오래다. 기준금리 와시장금리 별도로 움직이는 이런 상태가 지속될 경우 기준금리의 의미 또는 신뢰가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게 시장참가자들의 주장이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금리를 인상해도 이상하게 받아들일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몇 달째 '때린다'고 겁만주고 있다"며 "시장금리는 이미 기준금리 100bp 인상을 선반영해 돌아가고 있는데 액션이 나오지 않아 불안만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차라리 금리인상을 단행하고 나면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시장금리가 하향안정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호주나 이스라엘의 경우 기준금리를 인상한 후 시장금리가 하향안정되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물론 경기회복의 둔화나 더블딥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완전히 제거됐다고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난해 8월 금리인상을 단행했지만 바로 다음달 예기치 못하게 리먼 브라더스 파산 사태가 터졌던 경험도 뼈아프다 .
하지만 동시에 저금리의 부작용이 함께 자라고 있음도 간과해선 안된다는 의견이다. 모든 것이 확실해 질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자산버블 등의 부작용이 커져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한 채권매니저는 "사실상 금리를 3%까지 끌어올린다고 해도 여전히 저금리"라며 "이런저런 이유로 금리인상의 시기를 놓치다보면 내년까지도 금리를 못올리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