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분석가들이 위기 진화와 경기 회복에 따라 달러화가 앞으로는 펀더멘털에 기초한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달러화의 장기 전망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미국 백악관은 앞으로 10년간 예산적자가 누적으로 9조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전 전망치보다 무려 2조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미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 비율은 올해 48%에서 내년에는 57%로 증가하고 2019년에는 70% 가까이로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결국 미국 경제가 위기를 벗어난다고 해도 그 사이 막대하게 누적된 채무가 어떤 식으로 해소될 것인지가 달러화에 대한 신뢰 잠식에서 벗어나는 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26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달러화에 대한 신뢰 훼손 전망이나 최근 상황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소개했다.
◆ 확산되는 달러 위기론.. 배경은
먼저 클라라 디소(Claire Dissaux) 밀레니엄글로벌인베스트먼트의 글로벌경제 및 전략 담당이사는 "미국 신용 위기가 처리되는 방식에 대한 실망감이 많다"면서, "달러화의 영향력 감소는 지속적이며 또한 장기적인 추세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애덤 보이튼(Adam Boyton) 도이체방크의 뉴욕 외환분석가는 예산적자 증가 전망에 대해 "달러화에 부정적인 재료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재임용한 버냉키 의장이 위기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달러화를 찍어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물론 경제전문가들이나 투자자들이 오래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위기가 발생하자 공포감에 질린 사람들이 안전한 재무증권을 매수함으로써 달러화는 오히려 큰 폭으로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벅크셔해서웨이의 회장인 워렌 버핏(Warren Buffett)과 같은 달인이나 채권왕으로 불리는 핌코(Pimco)의 빌 그로스(Bill Gross) 같은 투자전략가도 미국 정부의 재정 부양책이나 연방준비제도의 완화 정책이 결국 인플레이션을 야기하면서 달러화에 충격을 줄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버핏 회장은 미국 정책결정자들이 늘어나는 채무를 억제하지 못해 2013년까지 GDP의 75% 수준까지 급격히 늘어날 것을 우려했다. 그는 당국이 인플레이션을 용인함으로써 중국이나 일본 등 주요 채권국가들이 더 높은 이자 보상을 원하게 되면, 미국 정부의 부담이 더욱 늘어나고 결국 인구노령화 추세 속에 늘어나는 사회보장 및 의료보험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투자자들은 갈수록 중국이나 러시아 브라질 등 주요 신흥경제가 국제금융의 질서를 다시 쓰는데 더욱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생각에 익숙해지고 있다.
일례로 핌코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커티스 뮤번(Curtis Mewbourne)와 같은 전문가들은 신흥경제들이 이번 위기를 미국 달러화에 대한 의존조를 낮추는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뮤번은 "투자자들은 미국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시기가 곧 외환 익스포저를 분산하기 위한 기회가 되는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달러화, 아직 신뢰 위기 직면한 것 아냐
하지만 최근까지 투자자들이 달러화에서 도피하는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과 일본 등은 지난 6월에 미국 장기 재무증권을 순매수했으며, 특히 중국은 한달 동안 266억 달러를 매수해 사상 최대 월간 매수액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BNP파리바의 분석가들은 "최근 재무증권 시장의 랠리를 보면 미국이 인플레이션 폭발이나 신뢰의 위기에 직면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달러화가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잃게 된다고 해도 그 과정은 매우 점진적으로 그리고 장기적인 시간에 걸쳐 이루어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중국도 갑자기 보유한 달러화 자산을 매각한다면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별다른 대안은 없다.
게다가 달러화 약세는 독일이나 일본과 같은 수출대국의 경쟁력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는 등 폭넓고 깊은 충격을 줄 수 있고, 따라서 주요국 정책당국자들은 자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달러화 약세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