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소식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채선물을 꾸준히 매수하며 애정을 보내고, 미 국채수익률 급등으로 글로벌 금리가 치솟아도 국내시장은 박스권 내의 제한적 상승세만 보일 뿐이다. 전약후강이 반복되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국내 채권시장이 의외로 잘버티고 있다며,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동안 과도하게 벌어졌던 장단기 금리차에 의한 '기술적 버티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 미 채권 '휘청'…국내 채권 '살랑'
지난 2일 3년만기 국고채수익률(9-2호)는 전일보다 0.02%포인트 내린 3.93%에, 5년물(9-1호)는 전날보다 0.04%포인트 오른 4.69%에 거래를 마쳤다.
전문가들은 전날밤 10년물 미 국채 수익률은 0.25%포인트나 급등하며 3.71%장을 마침에 따라 채권금리의 상승세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보기좋게 전망이 빗나갔다. 장막판 매수가 밀려들어오며 금리가 보합권으로 돌아선 것.
물론, 장초반에도 '미 금리급등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예상이 나오긴 했지만 채권시장이 예상을 뛰어넘는 견조함을 보이자 다소 당황한 모습이었다.
더욱이 국채선물의 매매로 채권시장의 흐름을 주도하던 외국인들이 장 막판에 매도규모를 늘렸음에도 현물시장은 견조한 모습을 보였다.
대우증권 서철수 애널리스트는 "미 금리의 급등에도 시장이 의외로 잘 버텼다"며 "금리뿐만 아니라 유가도 오르는 추세라서 많이 예민해질수 있는 상황인데 시장참가자들은 물가보다는 경기에 대한 부담으로 판단하는 듯 하다"고 말했다.
서 애널리스트는 또 "시장 참가자들이 미 금리 상승, 유가급등, 북핵 문제 등의 외생변수가 채권시장에 일방적인 악재가 아니라는 판단을 하는 듯 하다"며 "선물의 만기가 얼마남지 않은 것도 매수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라고 설명했다.
◆ 채권시장, '탄탄'해졌나?
시장금리는 지난 2월 이후 거의 5개월째 박스권(국고 3년기준 3.5~4%)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별한 모멘텀이 없기도 하지만,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 금리의 급등 등 돌발변수가 등장해도 요지부동이다. 시장에 등장하는 재료는 박스권의 상·하단이 단단하다는 것을 재확인 시켜줄 뿐이다.
금리가 오르자니 국채선물 저평가가 30틱 가까이 혹은 그 이상으로 벌어진데다 통화당국의 정책완화기조가 유지될 것이 확실시돼 매수가 유리해보인다. 그렇다고 금리가 떨어지자니 경기회복이 눈 앞인듯 해 시장참가자들은 오도가도 못하고 박스안에 갇힌 모습이다.
또한 달러 약세로 달러자산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한국 등 이머징 마켓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CDS프리미엄이 급격히 안정되는 등 이머징 마켓 자산의 리스크가 축소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채권시장에 부담이 되는 외생변수에도 금리가 제한적 변동을 보이자 한국시장에 대한 신뢰가 커지면서 국채에 대한 매력을 키운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술적 매수에 따른 움직임일뿐 채권시장이 견조해진 것으로 보이는 것은 착시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과도한 매도헷지를 보인데 대한 반작용일 뿐이라는 것.
실제로 시장참가자들은 경기회복 얘기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선물을 통한 매도헷지를 과하게 쏟아내며 국채선물 저평가를 30틱 이상으로 늘렸다. 이에, 만기가 얼마남지 않았기 때문에 저평가에 기댄 매수가 유입돼 미국시장의 약세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일수 없다는 분석이다.
또 국채시장의 장단기 금리차가 워낙 큰 점도 문제다. 기준금리 대비 국고채 3년물의 스프레드가 190bp가깝게 벌어져 있다. 즉, 완전히 저평가된 시장이라는 평가다.
토러스증권의 공동락 연구원은 "우리 금융시장에 이번 위기이후 탄탄해진 느낌"이라며 "올해 초부터 우리나라의 크레딧 스프레드가 축소되고, 서서히 저신용도 채권으로 그 분위기가 옮겨가는 점이 그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공 연구원은 "실물쪽이 견조하게 자리를 잡은 것도 좋은 징조"라면서도 "흔들리는 구간에서는 우리 시장이 상대적으로 사이즈 등의 외적 요인들이 더 불거질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반면 유진선물의 정성민 연구원은 "시장참가자들이 경기회복에 대한 얘기가 나오기 시작하자 빠르게 선물로 매도헷지를 단행하는 모습이었지만 이부분이 다소 과했다"며 "저평에 따른 만기효과가 커진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전형적인 '저평발(發) 만기효과 장세'라는 설명이다.
정 연구원은 특히, 증권사들이 RP에 대한 금리변동 리스크를 너무 빨리 닫아버린 여파라고 꼬집었다.
정 연구원은 "증권사들이 헤지하는 시점에서 만기효과를 감안하지 못한 것"이라며 시야가 좁았음을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