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가지의 향후 경기 위험 요인들을 검토한 그는, 위기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구조적 취약성을 해결하지 않을 경우 세계 경제는 2010~11년 기간 동안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저조한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며, 심지어 주요국 잠재성장률 자체가 떨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28일자 포브스(Forbes)에 기고한 그의 주간 칼럼을 상세히 정리한 것이다. 분량상 상, 하 두 편으로 나누어 싣는다.
"세계 경제는 앞으로 '더블딥' 경기 침체를 경험할 수 있다".
루비니 교수는 지난 28일자 포브스(Forbes)지의 주간 칼럼 'Ten Risk to Global Growth'를 통해 자신은 시장의 컨센서스보다 세계 경기 회복이 늦어질 것으로 예상할 뿐 아니라, 나아가 경기 회복이 몇 년 동안 잠재성장률 수준을 하회할 것이며 심지어 '더블딥' 경기 침체 양상을 보일 수 있는 위험을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금 핵심 쟁점은 세계경제가 3/4분기 혹은 4/4분기 또는 내년 1/4분기에 바닥을 칠 것인지 여부가 아니며, 오히려 경기가 바닥을 치고 나면 2010년~2011년까지 중기 회복세가 취약할 것인지 아니면 강건할 것인지 하는데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루비니 교수는 "재고 주기와 막대한 정책 부양 노력으로 인해 약 두 분기 정도 국내총생산(GDP)이 급격히 회복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내가 보기에는 세계 경제가 중기(midium term) 전망으로 취약한 특징을 보일 수 있는 '시든 잡초(yellow weeds, 그린슈트(green shoot: 새순, 회복 기미)의 반대)'가 많다"고 경고했다.
그는 낙관론자들은 과거 위기 때에도 경기가 일단 회복되면 약 2년 정도 추세선을 웃도는 성장률을 보이곤 했다고 주장하지만,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심각한 취약성들과 지난 10년간 쌓인 과잉 해소의 필요성 때문에 오히려 최소 2년간 추세 이하의 성장률이 지속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했다.
루비니 교수는 이 같은 큰 전제 하에서, 위기가 끝나고 난 뒤에도 중기 전망에서 경기가 추세선을 밑도는 저조한 성장률을 보이게 할 10가지 위험 요인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1. 위기 원인에 대한 오해 → 근본 문제 해결 못하는 정책적 오류
이번 위기는 가계의 과잉 대출과 과도한 지출, 금융기관들의 과도하고 위험한 차입과 대출, 기업부문의 과도한 차입 비율(leverage, 레버리지) 등으로 세계경제의 주택, 자산, 신용거품이 발생하고 이것이 결국 터져버리면서 발생했다. 결국 이번 위기는 단순히 유동성 위기가 아닌 부채, 신용 그리고 지급 불능의 위기다.
다른 해석으로는 신뢰의 위기, 즉 애니멀스피리트가 자아낸 자기실현적 침체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는 거래 상대방 서로에 대한 불신에 기초한 유동성 붕괴 및 정규 경기 침체를 공황(불황)으로 이끌 수 있는 가계와 기업의 소비와 투자 축소에 따른 총수요의 붕괴로 이어진다.
주의할 것은 당국이 이번 위기가 과도한 레버리지와 과도한 소비지출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공격적인 통화 및 재정 완화정책으로 이 같은 과잉이 거의 공황 수준으로 전환되지 않도록 심각한 경기침체가 유발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는 점이다.
세계 경제가 깊은 불황의 심연으로 굴러떨어지지 않도록 막는 것이 필요하기는 하겠지만, 이 같은 과잉 레버리지 경제가 다시 자금을 대출하고 소비하고 투자하고 성장할 수 있으려면 먼저 위기를 유발한 과잉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문제는 민간 손실이 사회화되어 정부의 대차대조표 상으로 옮겨지면서 가계와 기업 그리고 금융기관들의 디레버리징(de-leveraging)이 제대로 시작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진정한 디레버리징 혹은 적절한 부채 구조조정이 없다면 심각한 부채 디플레이션이 발생하고 가계의 소비 능력과 기업의 투자 능력 그리고 은행 및 여타 금융기관의 대출 능력을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번 위기는 단순한 유동성 및 신뢰의 위기가 아니라 신용과 지급 불능의 위기이기 때문에, 다시 높은 겨제 성장 경로로 되돌아가기 위해서는 단순한 통화 및 재정 부양책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사태를 더욱 심각하게 하는 것은 민간손실의 사회화는 또다른 위험한 부채와 지급 불능 문제가, 그것도 이번에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창출되며 일단 리파이낸싱 위기가 발생하고 또는 국가적으로 추가적인 조달 능력이 제약을 받게 된다면 더욱 심각한 금융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기자본에 비해 과도한 채무의 문제를 해결하는 올바른 길은 이 채무를 줄이고 이를 자기자본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기업 채무와 금융부문의 무담보 부채는 자기자본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심지어 가계 채무 또한 모기지 원금을 줄이고 모기지채권자에게 워런트 형태로 지분을 늘릴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출자전환이 가능하다.
2. 경상적자국, 소비 줄이고 저축 늘리는데 오랜 기간 소요
경상적자국의 쇼핑을 많이 하고 저축은 덜하면서 채무가 과도한 소비자들이 주택가격 하락과 증시 하락, 원리금 상환비율 증가 그리고 소득 및 고용 감소 등으로 충격을 받았다. 이들 국가에는 미국 뿐 아니라 영국, 아일랜드, 스페인, 다수 신흥 유럽국가, 호주 그리고 뉴질랜드 등이 포함된다.
이런 나라는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려서 채무 부담을 줄이고 '순자산(net worth)' 상태를 회복하여 다시 왕성한 지출을 재개하는데 수 년간의 기간이 소요된다.
미국은 이번 거품 발생 10년 직전까지 오랫동안 개인소비가 GDP의 65%를 차지해왔으며 가계는 가처분소득의 11%를 저축했다. 그러나 거품의 최고조에서 소비지출 비중은 GDP의 72%까지 증가했으며 저축률은 제로 수준으로 심지어 몇 분기는 마이너스로 떨어지기도 했다.
최근에는 이 같은 소비지출의 비중이 70% 수준으로 줄어들고 저축률이 약 5% 선까지 회복되고 있다. 장기 추세선으로 돌아가지는 못하더라도 약 67% 선까지는 소비 비중이 줄어들고 저축률도 10% 선은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계는 1990년대 초반 가처분 소득의 65% 수준이던 부채 비율이 2000년에는 100%로, 그리고 현재는 135% 수준까지 증가한 것은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물가 하락이 자산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경우 부채 비율은 더욱 확대될 수 밖에 없다.
저축률을 크게 늘려서 채무 수준을 줄이는 전략은 '저축의 역설(paradox of thrift)'을 유발할 수 있다. 가계가 소비를 급격히 줄이고 저축을 늘리면, 경기침체가 거의 공황 수준으로 바런하여 소득이 더욱 감소하고 소득대비 채무비율이 더 높아질 수 있다. 결국 채무 불이행이나 탕감을 통한 조정 해결책 밖에 없게 된다.
3. 금융시스템 손상으로 신용경색 완화 속도 느리다
전통적인 상업은행 금융시스템이 심각하게 손상된 상황에서는 신용경색의 완화 속도가 빠를 수 없다.
미국 그림자금융시스템의 대부분이 망가졌거나 심각하게 어려운 상태다. 은행 도산 사태는 특히 고레버리지 금융기관에 타격을 입혔으며, 비은행 모기지대출 기관 300개가 문을 닫았다. 도관(conduit) 및 구조화투자기관이 붕괴도고 대형 증권사 두 곳이 파산했다. 한 증권사는 은행과 합병했고, 두 곳은 은행지주사로 전환했으며 머니마켓펀드는 금리가 제로가 되면서 비용을 건지지 못한 채 정부의 보호 아래 들어갔다. 거의 헤지펀드 절반이 앞으로 2년 동안 문을 닫을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사모펀드도 간편 부채 약정(covenant lite) 조항이나 현물출자 등의 장식이 끝난 이후에는 심각한 차환 조달 위기를 경험했다. 금융회사나 보험회사 또한 어려움을 겪고 정부의 지원과 출자를 필요로 하게 되었다. 나아가 '증권화(Securitization)'의 그늘이 최근 중앙은행의 TALF와 같은 형태로 부활되고 있는 등 뒤범벅이 되고 있다.
12조 달러에 달하는 유동성 지원, 보증, 보험 및 자본 증강 이후에 미국 금융시스템의 대부분은 사실상 정부의 통제 하에 놓이게 됐다. 그리고 금융 부문의 손실은 미국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며, HSBC와 바클레이즈를 제외한 대부분의 영국 은행 역시 정부의 통제를 받게 되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여타 유럽은행들 역시 국내 및 광범위한 금융 위기에 직면한 신흥 유럽 지역 차입자에 대한 대출과 증권에서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IMF에 따르면 심지어 일본과 여타 아시아 은행들 역시 큰 손실 가능성에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
상당한 기간에 걸쳐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금융기관들은 재무 여건의 건전화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체계적인 금융 위기는 몇 달 만에 해결될 수는 없는 것이며, 그 기간은 수 년간에 걸쳐 이루어지면서 계속 신용 경색을 수반하는 것이 보통이다.
경제 활동의 많은 부분이 부채/신용을 통한 자금 조달에 의존하기 때문에, 이 같은 신용 경색은 계속 손실을 발생시키고 가계와 기업이 대출하고 소비하고 지출하고 투자하는 능력을 제약하게 된다.
4. 기업 부분의 심각한 금융 스트레스
기업 부분의 상당한 부분 역시 심각한 금융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으며 증산, 고용, 설비투자 능력은 매출 신장 속도 저하와 물가 하라 압력 그리고 기업 도산의 증가 등으로 인한 수익성 저하로 인해 제한되고 있다. 미국 기업 대부분이 2000~01년 기간에 비해서는 레버리지 비율이 낮은 편이지만, 기업 부문 역시 가계 부문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채무 부담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에는 기업이 만기 도래하는 대출, 채권 및 여타 채무들을 재연장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값비싼 부채 조정을 유발할 수밖에 없는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파산보호 신청(Chapter 11)이 나을 법한 일부 기업들은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사회적인 비용이 큰 청산(Chapter 7)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런 기업 채무 조정 혹은 청산 절차는 몇 년이라는 시간을 소요하게 된다.
하지만 기업 부문의 회복을 제약하는 주된 요인은 무엇보다 기업 수익성 회복이 약하다는 데 있다. 만약 세계 경제가 2010~11년 기간 동안 잠재 성장률 이하의 저성장 양상을 보인다면, 기업 매출 증가율은 생각보다 더 약할 것이고, 총수요에 비해 과잉 공급이 발생하기 때문에 디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되면서 기업의 가격 결정 능력은 제약되고 이윤마진은 더욱 위축될 것이다.
해고를 통한 원가 제어 및 수익성 회복 방식은 한계에 도달하게 되며, 과도한 고용 감소는 부정적인 거시 효과를 유발한다. 즉 일자리가 줄면 소득이 줄어들고 소비가 감소하며 기업 매출도 더 약해지고 결국 기업 순익도 줄어드는 것이다.
(하편으로 이어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