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9일 오후 2시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사건' 상고심에서 1·2심 재판을 통해 징역형을 선고 받은 허태학, 박노빈씨의 배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최종 선고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했다. 이어 대법원 2부는 이날 오후 2시 30분 삼성특검이 기소한 이건희 전 삼성 회장 등 삼성 임직원에 대해서도 같은 이유로 무죄를 최종 확정했다.
이에따라 면죄부를 얻게 된 삼성의 경영권을 둘러싼 변화의 움직임이 가시화할 전망이다. 또한 이를 통해 삼성이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그동안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편법 경영권 승계 논란' 의혹의 핵심인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사건'으로 10년 가까이 마음 고생을 했던 삼성은 오랜 굴레를 벗어 버리게 됐다.
삼성그룹은 자신들의 경영권 이전 작업에 '합법'이라는 이름표를 부여 받게 됨에 따라 이재용 전무로의 경영권 인수작업 또한 순탄하게 진행하면서 현재 경영 수업중인 이 전무가 경영 일선에 나서는 시기가 빨라질 전망이다.
또한 그동안 삼성을 괴롭혀왔던 의혹과 논란이 일단락되면서, 삼성은 점차 다양한 혁신 활동을 벌임으로써 새로운 면모를 보일 것으로 재계는 관측하고 있다.
'에버랜드 사건'의 발단은 13년 전인 지난 1996년 당시 이건희 전 회장의 외아들인 재용씨가 에버랜드 CB를 저가에 대량 인수한 뒤 주식으로 교환해 회사 최대주주가 된 것이다. 또한 그는 삼성의 지주회사 성격을 띠는 에버랜드의 최대주주가 됨으로써, 순환출자구조인 삼성 계열사들에 대한 지배권도 확보한 것이 '삼성 사건'의 요체였다.
에버랜드 허태학·박노빈 전 사장은 지난 1996년 무렵 전환사채를 헐값에 발행한 뒤 이를 이건희 전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에게 넘겨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았다. 이 사건은 지난 2007년 5월 항소심 선고가 내려진 뒤 지금까지 2년 동안 대법원에 계류된 상태였다. 이어 삼성그룹 법무팀장을 맡다 내부고발자로 변신한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를 계기로 2번째 수사에 나선 특검은 지난해 4월 이 부분에 대한 공모 혐의를 인정해 이건희 전 회장도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재판 결과는 달랐다. 검찰이 기소한 '허태학.박노빈' 사건에서 1·2심 법원은 CB 헐값 발행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점을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지만, 특검이 같은 사안으로 기소한 이 전 회장 사건에서 1·2심 법원은 각각 법인 주주들이 스스로 실권한 것을 이재용 전무가 인수한 것이고, 회사에 손해를 끼친 부분을 입증하기도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 때문에 엇갈린 하급심 판결을 놓고 대법원이 이번에 최종 판단을 하게 됐던 셈인 것이다.
여하튼 이제 법의 보호 아래 이재용 전무로의 경영권 승계 절차를 밟게 된 삼성은 새로운 구심점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동안 삼성은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촉발된 특검 재판의 여파로 이건희 전 회장의 퇴진 및 '컨트롤타워' 전략기획실 해체 등 엄청난 쇄신을 단행했다. 이 전 회장이 물러난 지 13개월이 지난 삼성은 '사장단협의회'를 통한 집단경영체제라는 사상 초유의 실험을 진행중이지만, 여전히 구심점 없는 과도기 체제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에서는 이건희 전 회장의 복귀설도 성급하게 거론되고 있지만, 삼성 내부에서조차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4월 이건희 전 회장은 이미 "지난날의 허물을 모두 안고 떠나겠다"고 밝힌 데다, 아직은 명분 역시 뚜렷한 게 없어서다. 게다가 복귀한다고 해서 지금과 크게 달라질 것이 없는 만큼, 삼성으로서는 굳이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한편 삼성사건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기묘한 인연을 낳았다. 삼성 사건 수사는 재벌 개혁 주창자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집권과 동시에 본격화됐으며, 특검 수사 또한 노 전 대통령 임기 말에 시작됐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날인 29일, 삼성 사건은 또 마무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