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분기 가계신용잔액의 감소는 가계대출의 감소가 아니라 외상 구매의 감소에 주로 기인해 경기의 어려움을 나타내는 다른 모습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가계빚이 줄었다'는게 상징적으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 줄수 있지만 이는 '가계빚 감소 착시현상'에 불과하다며 어쩔수 없이 소비를 줄이고 빌릴 돈을 못 빌렸을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소비심리지수 개선이 실제 소비회복으로 이어질 경우 경기회복보다 빠른속도로 가계신용잔액이 늘어나면서 가계부채 상환능력이 악화될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더딘 경제회복으로 임금상승이나 고용개선이 기대만큼 진행 되지 않는다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란 의견이다. 반대로 소비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경기회복은 기대할수 없다.
◆가계빚 감소 착시현상, 당장은 달콤해 보이지만
2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4분기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을 더한 가계신용잔 액은 올 3월말 683조7000억원으로, 1/4분기중 4조 6000억원 감소했다. 가계신용잔액이 감소한 것은 2003년 2/4분기 이래로 처음이고 감소폭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 3/4분기 이후 최대다.
특히, 판매신용은 4조원 감소하며 지난 1/4분기 소비가 많이 위축됐음을 나타냈다. 판매신용이 줄었다는 것은 소비자들의 지난 1/4분기의 체감경기가 그만큼 나빴다는 의미다.
하나금융연구소의 정중호 연구원은 "지난해 4/4분기부터 위축됐던 소비가 시차 를 두고 나타나고 있다"며 "소비자체의 감소와 카드사들의 한도축소, 한도관리 강화, 신규가입여건 강화, 포인트 마일리지 축소 등 부대서비스 축소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정 연구원은 "신판지수는 대표적인 소비지수로 명목소비와 비슷하게 움직인다"며 "가처분소득의 증가율이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또 이례적인 부분은 가계대출의 감소다. 경기가 안좋았을 때도 증가율이 둔화 된 적은 있지만 하락한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 및 저금리 등의 영향으로 가계대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 대출이 늘었음에도 절대규모가 줄었다는 것은 다소 의외다.
한은은 이에 대해 "비은행금융기관 대출은 리스크 관리 강화, 금리 경쟁력 약화 등으로 여신전문기관 대출은 리먼사태 이후 회원자격 강화, 현금서비스 한도 축소의 지속시행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정 연구원은 "예금은행의 대출은 3조 5천억원 가량으로 할만큼 했다"며 "다만, 여신이나 신협 등의 대출이 줄어든 것은 저신용계층의 대출여건이 더 악화됐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신용경색이 신용등급이 낮고 가난한 사람에게 더 힘들다는 방증으로 우량·비우량 대출자들의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경기회복에 대한 착각, 경계 또 경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는 여러 경기지표의 호전으로 점차 확산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딱히 나아진게 없다며 막연한 회복기대감을 경계하고 있지만 이달의 소비자동향조사결과 소비심리 지수는 100을 넘어서며 국민들의 기대감이 절정에 달했음을 보여줬다. GDP가 생각보다 좋아졌고, 산업생산지수 등이 개선이 반영되면 실질적으로 소비는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지난 4월 6일 한국은행이 국내 16개 은행의 대출업무 담당책임자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는 좀 다르다. 올해 2 ·4분기 가계의 신용위험지수 전망치는 31로 카드대란이 발생한 2003년 4·4분 기(3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고용사정이 악화되고, 소득감소로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을 갚을 능력이 떨어졌음을 반영한 결과다.
당시 한은 금융안정분석국 관계자는 "가계의 신용위험은 고용사정이 악화되고, 담보가치 하락으로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심리적 경기활동 개선으로 소비가 증가할 수 있지만 이를 감당할 능력은 실질적으로 증가하지 못해 가계의 부담만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 신용위험이 커져 금융권의 디마케팅 압력이 강해지고, 소비자 스스로 추가로 허리띠를 졸라매며 소비 최소화에 몰입하는 모습도 가중된다면 가계빚감소 착시현상은 심화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 전민규 애널리스트는 "판매신용의 감소는 지나간 상황이 안좋았다는 방증일 뿐"이라며 "지난 1/4분기는 작년에 리먼사태 이후 금융위기가 확산됐고, 주식이 10월 말부터 오르긴 했지만 '3월 위기설'이 나오는 등 3월초까지도 극도로 불안한 모습을 보인 것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 애널리스트는 "가계부채가 너무 늘어서 이자와 원금상환이 부담이 되면 이는 재앙이지만, 경제성장과 금융시장발달의 수준을 반영한 적정한 증가는 무리가 없다"며 "'양날의 칼'과 같다"고 덧붙였다.
가계부채가 늘어나면 초기에는 소비에 도움이 되니까 경제가 좋아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증가폭이 심해지면 소비는 감수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