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월 기준금리를 연 2.00%로 0.50%포인트 인하했다.
당초 시장의 금리인하 컨센서스는 0.25%포인트 수준이었지만 금통위는 최근 국내경기가 전 부문에 걸쳐 빠르게 위축되고 있는 데다 향후 경제도 성장의 하방리스크가 크다며 금리를 0.50%포인트 대폭 인하했다.
◆ 금리인하 여지 크지 않아…'속도 조절'
그러나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온 만큼 향후 금리인하 여지가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금리를 내려도 투자와 소비가 살아나지 못하고 시중금리가 크게 움직이지 않는 '유동성 함정'으로 규정지을 수 있는 기준금리 수준이 대체로 '1.5%~2.0%'라는 게 한국은행과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인식이기 때문이다.
한은 총재도 2월 금통위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기준금리 인하의 가능성을 열어 놓으면서도 향후 금융상황과 그동안 한은이 취한 정책의 효과를 보면서 하겠다는 전제를 달았다.
작년 10월 이후 한은이 기준금리를 3.25%포인트 인하한 데다 유동성을 대거 풀면서 국고채, 은행채, CD, CP 등의 금리가 내려가는 효과가 서서히 내려가고 있는 만큼 이를 좀 더 지켜보며 속도조절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향후 기준금리가 동결되거나 0.25%포인트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날 골드만삭스도 한국은행 금통위가 3월에는 금리인하 행진을 일시에 중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채권시장의 한 참가자도 "기준금리가 2%까지 내려간 만큼 향후 추가 금리 인하의 폭은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한은이 지금껏 금리를 대폭적으로 인하하고 유동성을 대거 공급한 게 서서히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데 이를 좀 더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경기가 더 악화될 상황에 대비해서도 금리인하의 실탄을 남겨놓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3월에는 기준금리가 동결 내지는 25bp 정도 인하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은행권의 한 채권 관계자도 "기준금리가 2%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 "경기가 전부문에 걸쳐 악화되고 있지만 금리인하 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이제는 재정정책의 역할이 더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준금리가 최대 1%초반대까지는 더 내려갈 여지가 있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외국계은행의 한 채권 매니저는 "기준금리가 최대 1%초반까지 내려갈 것"이라면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되는 상황인 데다 글로벌 경제가 언제 회복되지 모르는 상황인 만큼 기준금리가 1%대로 내려가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 금리정책보다 양적완화조치?
그러나 기준금리의 절대수준이 낮아진 만큼 금리정책만으로 경기침체와 금융위기를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양적완화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한은 총재도 이날 금통위 간담회에서 양적완화정책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은 총재는 "지금의 금리가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금리 조정 뿐만 아니라 양적자금공급도 필요할 때 거기에 맞춰 동원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고채 직매입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한은 총재는 "중앙은행이 가지고 있는 수단이 유동성을 공급, 관리하는 일"이라면서 "국가경제를 위해 금융부문에서 뭔가 필요한 게 있다면 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반면 회사채, 기업어음(CP)을 매입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중앙은행이 필요에 따라 과감한 조치를 취할 수는 있지만 지금 당장 이를 사들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양적완화정책에 대해 다소 엇갈린 의견을 내놓았다. 한은이 지금껏 취해온 조치와 크게 다르지 않은 정책을 내놓거나 이전 것과는 확연히 다른 파격적인 조치를 내놓을 수 있다는 의견으로 갈렸다.
양진모 SK증권 애널리스트는 "한은 총재가 국고채 직매입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현재도 직간접적으로 양적완화정책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면서 "수급상황에 따라 또는 중앙은행이 직접 못하는 부분 등 걸림돌은 해소해나갈 뜻도 밝혀 양적완화에 대한 좀 더 분명한 의지를 표명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양적완화는 새로운 조치보다는 현재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새로운 충격이 없는 한 CP와 회사채 매입과 같은 새로운 조치가 취해지기 보다는 현재 수준의 양적완화 조치를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 담당자는 "현재로서는 국고채 직매입이 양적완화정책의 하나로 나올 수 있는 조치이지만 그 시기가 지금 당장에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추경편성 전후로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