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으로 번졌고 한발 더 나아가 글로벌 경기침체로 빠져드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금융시장 안정과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금리인하를 단행하고 있다. 각각의 자국경제를 살리기 위한 궁여지책이자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우려한 국제공조의 산물이다.
그러나 금리인하가 기대한대로 시중금리 하락으로 이어져 경기회복의 원동력으로 작용하느냐가 문제이다. 한은은 지난해 10월 금리인하와 함께 모두 22조원의 돈을 시중에 풀었다. 이 정도의 유동성이 공급되면 시중금리 하락은 당연하고 기업투자와 내수활성화가 눈에 띄게 개선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금리인하 효과는 별로인 것 같다. 단기시장금리인 양도성 예금증서(CD)의 금리는 지난해 9월 5.8%수준에서 최근에는 2.9%선으로 하락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기업의 중장기자금의 안정적 조달원인 회사채 금리는 일부 최우량기업을 제외하곤 요지부동이다. 웬만한 중견기업은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운 실정이다. 한은이 돈을 풀어 시중유동성은 풍부한데 돈이 돌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금리인하가 경기회복에 기대한 만큼 약발이 먹히지 않는 셈이다.
단기자금금리가 떨어지고 있어 현재의 상황을 유동성 함정에 빠졌다고 보기는 아직 어렵다. 다만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 현상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은에서 풀린 돈은 은행권에 쌓인채 기업대출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가계와 기업의 여유자금도 단기상품인 MMF(머니마켓펀드)등에 몰려 있다. 이처럼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단기부동자금은 대략 500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단기부동자금은 한탕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어 경제에 악영향을 줄 뿐 경기회복에는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않는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부동산값 폭등은 이런 단기부동자금의 병폐가 아니던가. 금리인하를 통한 경기회생을 도모하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시중부동자금이 생산적인 자금으로 쓰일 수 있는 길을 터 주어야 한다.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은 단기부동자금의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닌가 생각된다. 지금의 시장상황을 보면 저평가된 우량종목을 발굴할 좋은 기회로 여겨진다. 투자의 걸림돌인 금융시장에 상존해 있는 불확실성 해소는 정부가 팔을 걷고 나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김남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