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현지시간) 티모시 가이트너(Timothy Geithner) 미국 재무장관은 총 2조 달러 규모의 금융 구제안을 발표했다. 이번 구제안은 민간 자본을 활용한 은행권의 자본 확충과, 소비와 기업들에 대한 대출지원 방안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월가의 반응은 냉랭했다. 정작 핵심인 부실자산 매입 조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민간부분에 맡긴다는 식의 모호한 태도를 견지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구제 대책이 지난 1년 6개월 동안 실시됐다가 실패로 끝난 조치들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그 정책의 구체성 뿐 아니라 접근 방식 자체가 지나치게 낙관적이고 또 과감하지 않다는 비판이 외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저명한 칼럼니스트인 마틴 울프(Martin Woolf)는 지난 10일자 칼럼 “Why Obama's new Tarp will fail to rescue the banks” 제하의 기사를 통해 이번 금융구제책이 비효과적이고 비효율적이며 또한 불공평한 것이라며, 또한 실패할 경우 오바마 정부에 대한 신뢰도 추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문제를 해결할 확실한 해답이 필요한 시기에 근거 없는 낙관론에만 의지한 채 별로 신통치 못한 대책을 내놨다고 혹평했다.
◆ 유동성 대책으론 안 돼.. 파산 막을 과감한 '고육지책' 필요
현재 금융시스템 상황에 대한 평가는 크게 두 가지로 엇갈린다.
그 하나는 단지 시장이 신뢰 상실로 인한 공황 상태에 빠져 있으며 이 경우의 해결책은 헨리 폴슨 전 재무장관이 제안했던 기존의 부실자산프로그램(TARP)나 슈퍼 SIV(구조화투자회사) 등이라는 주장이다. 또 다른 견해는 많은 금융기관들이 사실상 지급불능 상태에 처해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부작용을 감안한 과감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울프는 개인적으로 두 번째 견해에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경기 악화로 향후 더 많은 금융기관들이 지급 불능 상태에 처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는 미국의 신용자산 잠재 부실 규모를 지난 10월의 1조 4000억 달러에서 2조 2000억 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골드만삭스의 전망치와도 비슷한 수준. 특히 뉴욕대의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는 가장 높은 수치인 3조 6000억 달러의 전망치를 내놓았다.
따라서 울프는 미국 정부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구제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상황이 최악이 아닌 것으로 판명이 나더라도 금융시스템에 자본이 넘치는 정도의 결과 뿐이지만, 낙관적으로 접근하다간 좀비 은행들과 신뢰 잃은 정부만 남게 될 수 있다는 것.
그는 이번에 내놓은 대책이 단순히 유동성이 문제라면 도움이 되겠지만, 파산 위기에 빠진 금융권을 구제하는데 '비효과적이며 비효율적이고 또 부적절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비싼 가격으로 부실자산을 매입하거나 보증하는 데 더욱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점에서 비효과적이고, 또 차라리 자본을 투입하거나 부채주식전환을 이용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일 수 있다는 점에서 비효율적이며 나아가 실패한 금융기관이나 부실자산에 베팅한 투자자들에게 거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불공평하다는 설명.
울프는 오바마 정부가 논의의 구도를 근본적으로 전위하지 않고서 스스로 '이 정도가 최선'이라는 식으로, 또한 국유화는 안 된다, 채권단에 큰 손실을 줄 수 없다 혹은 의회에 더 돈을 요구할 수 없다는 식으로 자가당착에 빠져 있다고 준엄하게 비판했다.
정부의 자본투입이 채권단을 구제하고 일시적인 국유화 상태를 이끌 수 있고, 부채주식전환 방식이 채권시장과 보험업체 및 연기금에 부담을 줄 수는 있지만 불가피하게 추진해야 한다면 피해 갈 수 없는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한편 울프는 새로운 '굳뱅크' 설립이 중요한가 아니면 '배드뱅크' 설립이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은행권의 낡은 문화를 감안한다면 오히려 전자가 중요해 보인다며 오바마 정부가 제발 그릇된 질문에서 벗어나길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