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계속되는 불황과 목전에 닥친 구조조정(100위권 이하 건설사 대상) 여파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소 건설사들은 최근 정부가 발주하는 각종 SOC공사에 참여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사실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최근 발주되는 대형공사 대부분이 토목공사 위주라 공사 입찰 준비에 여념이 없는 대형 건설사들과 달리 토목 분야 실적을 쌓지 못한 중견 건설사들은 애초에 참여 자체가 봉쇄된 상황에서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라는 것.
또 정부기관 등 발주처는 설계평가 때 지역업체 참여도를 반영하는 등 지역업체, 중소업체 참여 확대를 독려 중이지만 공사 규모가 워낙 큰데다 신속발주, 조기발주가 대세이다보니 현실적으로는 소위 톱6 정도의 업체들만이 공사를 독식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수자원공사가 최근 발주한 경인운하 6개 공구 공사의 경우 발주처는 지역업체 시공비율 30% 이상인 컨소시엄에 설계평가 가점을 부여하는 등 지역업체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또 규정 상으로도 6개 공구 중 인천 지역에서 벌어지는 1공구(3670억원)와 4공구(1266억원) 공사에 인천 소재 건설사들이 지역업체 자격으로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최소 지분율이나 시공능력평가액 기준을 충족하는(인천 건설업계 추산 5%) 업체들만 참여가 가능하다.
분당 소재 H건설의 한 임원은 “정부 발주 대형공사 대부분이 토목공사인데다 설계 및 시공을 일괄입찰하는 턴키나 대안 발주 방식이라 중소 건설사가 낄 여지가 없다”며 “더구나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조기발주를 압박하면서 과거에는 중형 건설사를 배려했던 공사마저 턴키로 속결처리되면서 물량 가뭄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 시공능력평가순위 190위권의 T건설(충남) 관계자는 “예년에는 15% 수준이었던 조달청의 신규 발주공사(올해 7조3378억원) 규모 중 턴키와 대안공사 비율이 23%로 상승했다”며 “조기발주가 늘면서 대형공사를 긴급입찰하는 경우도 늘고 있어 중견사들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이같은 일이 계속되면서 현대 대우 삼성 대림 GS 쌍용 등 최상위 건설사와 이들을 제외한 상위권 건설사들 간에 양극화 현상마저 벌어지고 있다. 경인운하건설사업이나 4대강 정비사업, 조기발주되는 각종 도로공사 등에서 기존 실적을 보유한 업체들의 컨소시엄에 다른 기업들이 참여를 애원하는 진풍경마저 연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시공능력평가 50위권의 한 건설사 관계자는 “우리도 나름대로 큰 건설사로 토목에 강점이 있지만 공사수주 확률이 높은 톱6 건설사들에게 컨소시엄에 끼워줄 것을 애원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일부 대형 건설사들의 시장독식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형사만 살면 경기 부양이 되겠느냐”며 “공구 분할, 중소업체 참여 확대를 통해 조기발주 및 재정집행의 수혜를 업계 전체가 골고루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 건설사들이 그나마 강점을 지닌 건축공사 발주 물량이 급감한데다 대형사마저 올해 건설 및 분양 물량을 줄여잡는 상황이라 중소 건설사들의 어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중소 주택업체 모임인 대한주택건설협회에 따르면 이 달 중 분양계획을 잡고 있는 회원사는 단 한 군데, 물량은 661가구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5516가구가 분양됐다.
이같은 최악의 일감 부족 상황 속에서 자금난을 견디지 못한 전문건설업체들의 부도가 잇따르고 있다. 전문건설공제조합 등에 따르면 올들어 2월2일 현재까지 부도처리된 전문건설업체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18개에 비해 두 배로 늘어난 36개에 달한다.
이 중 토공이나 철콘 등 대형 공종 업체들이 10여개에 달하는데다 최근 건설업 구조조정 본격화로 워크아웃 대상으로 지목된 건설사와 거래관계에 있는 전문건설업체들이 수금 지연으로 부도 위기에 몰리는 상황도 연출되고 있다.
S건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워크아웃 대상 건설사들과의 거래 비중이 20% 이상인 전문건설업체 수만 100개를 넘는 것으로 안다”며 “워크아웃 대상 건설사 중 일부가 미지급한 하도급 대금 문제가 2월 중순 이후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 전문건설업계의 연쇄도산마저 우려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