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는 세계 주요국의 중앙은행이 단행한 금리인하 흐름과 맥이 통한다. 세계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은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1%까지 내렸다. 금융시장이 불안하고 경제상황이 나쁘면 더 내린다는 방침이어서 ‘0%대 금리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또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달초 기준금리를 2.5%까지 낮췄고 영국중앙은행(BOE)도 3%에서 2%로 지난 1957년 이후 최저수준으로 내렸다. 스웨덴의 중앙은행인 리스크방크는 기준금리를 단번에 1.75%를 인하해 2%로 낮췄다.
각국 중앙은행의 잇따른 금리인하 조치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파생한 시장불안을 해소하고 경기침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국제적 공조에 해당한다. 경제상황이 나쁜 것은 우리경제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의 공통현상인 셈으로 그 해법 역시 국제적 협력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한은의 파격적인 기준금리 인하는 국내외 경제여건이 워낙 나쁘고 단기적 전망을 어둡게 본 결과로 해석된다. 다시 말해 우리경제는 시장이 예상하지 못한 극단적인 처방이 필요한 상황이고 지금보다 더 악화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경기회복의 물꼬를 터 보자는 것이다.
사실 우리경제 상황을 보면 어느 것도 신통한게 없다. 성장동력인 수출은 연말 성수기인 11월에 두자리수의 감소세를 보였고 이런 추세는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또 일자리 부족, 소비와 투자위축의 악순환의 고리가 끈어지지 않고 있다.
더욱이 잇따른 기준금리 인하에도 시중자금은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의 중병을 앓고 있다. 금융기관은 예금인출사태와 국제결제은행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현금이 들어 오는대로 금고속에 쌓아 놓고 있다. 기업의 경우에도 경영악화를 우려해 현금확보에 혈안이고 가계는 소득정체로 지갑을 꽉 닫은지 오래이다.
시장상황이 이렇고 보니 회사채와 기업어음 금리는 오히려 오름세에 있고 그나마 우량채 일부만이 거래되는 양상이다. 채권시장은 매수세력이 사라져 사실상 휴점상태나 다름없어 채권시장을 통한 기업자금조달은 꽉 막혀 있는 것이다. 경기침체가 기정사실화 하는 상황에서 자금조달마저 어렵다 보니 기업투자 위축은 당연한 수순이다.
한은의 대폭적인 기준금리 인하는 우리경제의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조치이다. 대내외적인 경제여건이 너무 나쁜 탓에 내년도 우리경제의 성장전망은 최고 3%미만이다. 성장은 커녕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는 극단적인 비관적 전망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우리경제가 아무리 악화하더라도 한은의 추가적으로 내릴 수 있는 기준금리 인하폭은 불과 1%포인트 미만이다. 기준금리를 통한 시장안정과 경기진작책은 바닥이 난 것과 다름없는 셈이다. 우리경제는 금융비상사태에 몰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기준금리를 지금보다 더 인하할 경우 우리경제에 득 될게 별로 없다. 경기회복에 도움이 되기 보다 시중에 풀린 돈이 돌지 않고 어느 한 곳에 고여 있는 ‘유동성 함정’에 빠질 위험이 크다. 경기침체속에 물가상승과 원화가치 절하, 부동산 침체등의 감내하기 힘든 어려움이 닥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경제는 기준금리 인하의 처방에 의존해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일자리를 늘리고 수출을 확대하고 소비와 투자의욕을 진작할 수 있는 특단의 처방들이 병행되어야 한다. 특히 법적 제도적인 뒷받침이 요구되는 경기진작책을 정치권이 이전투구에 얽매여 방치한다면 ‘유동성 함정’보다 더 무서운 독약이 될 수 있다. 지금은 우리경제를 위기국면으로 규정하고 경기회복을 위해 국민적 지혜를 모아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김남인 편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