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기업 투기 열풍에 팔짱만
[뉴스핌=한기진 기자]높아져만 가는 환율, 위험을 피하게 해주는 '환 헤지 상품'을 괴물로 돌변시키며 중소기업들을 빈사의 늪으로 몰아부치고 있는데는 정부 당국의 역할도 한 몫 단단히 했다는 지적이다.
키코의 악몽이 가시기도 전에, 추정 손실액만 1조5000억원을 웃도는 환변동보험까지 가세해 실물경제마저 위협하는 수준이다.
환 헤지용으로 개발된 이들 상품들이 이 같은 존재가 된 것은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과도한 탐욕이 금융위기를 불렀던 것처럼 위험회피 수단을 투기목적으로 이용했기 때문이라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사태를 냉정하게 바라보는 전문가들은 그것 말고 또 있다고 지적한다.
◆ 잘못 사용된 환헤지 상품들
환헤지보험은 기업이 환율변동으로 입게 되는 손실을 보상하고 이익을 환수하는 보험이다.
환율이 보장환율보다 낮아질 경우 기업은 환율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보험금으로 보전할 수 있어 사실상 일정 환율로 고정된 수출대금을 보장받게 되고, 반대로 환율이 보장환율보다 상승할 경우 환변동보험에 가입하지 않았을 경우 누리게 될 환율 상승분만큼의 매출 및 마진증가의 수혜를 얻지 못하는 일종의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문제는 기업들이 자신의 적정 수출금액을 초과하는 금액을 보험으로 가입하거나(소위 오버헤지) 달러로 받은 수출대금을 원자재 구입 등에 이미 사용해 버려 자금난을 겪는 경우다.
현재 환변동보험에 가입된 기업은 1100여개(8월말 현재)로 추산되고 현재와 같은 고환율이 유지되면 연말까지 총 손실액이 1조5000억원을 넘을 것이란 계산이다.
스노우볼(Snow Ball)은 키코와 비슷한 성향을 갖고 있으나 위험은 몇 배 높은 것으로 한 달 간격으로 환율이 하락하면 행사가격이 오르고 환율이 상승하면 행사가격이 내려가는 형태로 시간이 지날수록 레버리지가 몇 배로 확대된다.
예를 들어 900원을 기준으로 스노우볼 계약을 체결한 경우 첫 달 정산일에 환율이 1100원이라면 다음달엔 환율변동분(1100-900=200원)이 빠진 700원(900-200)이 행사가격이 된다. 따라서 시장에서 1100원에 매도 가능한 달러를 스노우볼 계약에 따라 700원에 팔아야 하기 때문에 위험이 크다.
◆ 정부와 당국의 방관이 문제 키워
환헤지 상품으로 피해가 나타난 건, 기업들의 투기와 정부의 방관이 결합해 낳은 당연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신용보증기금 관계자는 “키코 등 (환헤지 상품)은 파생상품인데 이를 기업들이 알고 있으면서도 남용하면서 문제가 터졌다”고 말했다.
실제 환헤지 보험이라는 상품의 이름에서 드러나듯 '보험'을 투기상품쯤으로 기업들은 여겼다.
환변동보험은 외화 매출액의 50~70%를 보험에 가입해야 하는데 실제 가입기업의 약 30%는 오버헤지(헤지비율 100% 이상)을 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자신의 외화 수출규모에 걸 맞는 수준의 금액만을 보험에 가입했다면 환변동보험은 최상의 선택일 수 있었다”면서 “오버헤지 등을 통해 투기수단이나 비경상적인 부가수익으로 활용된 것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정부 또한 가입 유인만 했지, 관리감독을 소홀히 해 문제가 커지는 걸 방치했다는 책임을 면키 어렵다.
기획재정부 산자부 금감원 중기청 한국은행 등이 우대혜택을 제공한다고 가입을 유도했지만, 상대적으로 환관리 능력이 취약하고 대 금융기관 협상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들의 가입이 집중됐다는 건, 정부의 사전인지능력과 적절한 대응력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방증한다.
◆ 수보, 기관별 정보공유 '잘한 일'
하지만 수출보험공사가 11월말부터 은행연합회가 운영하고 있는'파생상품거래정보집중•공유제도'에 참여해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하기로 한 점은 적극 환영할 만하다.
은행들이 기업들로부터 받아 은행연합회에 집중된 거래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돼, 소위 오버헤지 문제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어서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보다 국내 기업, 특히 중소기업들의 환관리실태를 파악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라며 “환변동보험 등을 포함한 기업들의 환리스크 관리를 위한 각종 파생상품에 대한 정부 및 금융기관 차원의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교육과 함께 기업의 적극적인 수용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