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상품 실명제 적용안돼 지급결제 대상자산 모호"
[뉴스핌=원정희 기자] 금융위원회가 보험업법 개정을 통해 보험사의 지급결제 업무를 허용해주기로 했으나 핵심이 되는 지급결제 대상 자산과 시행시기는 시행령에 위임함으로써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권사의 지급결제 허용의 경우 자본시장통합법에서 '투자자 예탁금'이라고 대상 자산을 명시해 놨다. 그런데 보험업법의 경우 구체적 범위를 정하지 않은 상태서 국무회의 의결만 거쳐도 되는 시행령에 위임한 것도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보험상품의 경우 실명제 적용대상이 아니어서 지급결제 대상 자산을 선정하는데 여러 문제점들이 노출될 수 있는 상황으로 준비되지 않은 지급결제 허용에 대한 비판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4일 금융계에 따르면 전일 금융위가 입법예고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에 지급결제업무를 허용해 주기로 했으나 구체적인 지급결제 대상 자산과 시행시기는 시행령에 위임하기로 했다. 사실상 핵심이 되는 사안은 입법기관이 아닌 국무회의 의결만으로 시행이 가능한 셈이다.
증권사의 지급결제업무를 허용한 자통법의 경우 제40조에 '투자자 예탁금으로 수행하는 자금이체 업무'라고 명확히 함으로써 법률에 지급결제 대상 자산과 내년 2월 시행시기를 언급했다.
반면 보험업법에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른 자금이체 업무'라고만 언급돼 있다.
이를 두고 위헌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시행령은 국회가 의결한 법률에 기반해 법률에서 위임받은 내용 범위내에서 명시할 수 있는데 법률엔 명시하지 않고 시행령으로 정하게 한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헌법 제 75조에는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해 위임 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에 관해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즉 지급결제를 허용해 주겠다는 내용 뿐 알맹이는 없다는 지적이다. 또 국회에서 결정해야 할 민감한 사안들이 시행령에서 결정하도록 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급대상 자산을 법에 정해 놓으면 나중에 늘리거나 줄일 때 일일이 법을 고쳐야 해 오히려 탄력성과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정부내에서 조율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위가 무리하면서까지 시행령으로 위임한 것은 보험상품의 경우 실명제 적용대상이 아니어서 지급결제 허용방침을 정했지만 대상 자산을 무엇으로 할 지 구체적 시행방안이 법·제도적으로 미비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금융실명제법에 따라 보험상품은 실명제 적용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보험사에 지급결제가 허용돼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상품이 나오게 될 경우 실명제 적용을 피해 자금세탁 등에 악용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래서 금융위는 대안으로써 지급결제 대상이 되는 신탁상품으로 하는 것을 검토했다. 그러나 이 역시 수시입출식이 가능한 지급결제 계좌의 경우 원금보전이 돼야 하지만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에 따라 원금보전이 되는 신탁상품을 만들 수 없다는 점에서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일각에선 증권사처럼 고객예탁금을 활용하는 방안도 제기됐으나 예탁금을 취급하고 있지도 안을 뿐더러 관련 제도조차 마련되지 않아 역시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다.
김태현 금융위 보험과장은 브리핑에서 지급결제 대상과 관련해 "우선 (고객에게) 지급되는 보험금을 예상할 수 있고 그 이외 대상의 확대는 은행권과 더 협의해서 시행령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뉴스핌과의 전화통화에서도 "신탁자산으로는 하지 않을 것이고 다른 대상이 되는 자산이 있을 수 있으니 시행령까지 기다려달라"고만 말했다.
그러나 은행연합회를 비롯한 은행권에선 "시행방안 없이 무리하게 보험사의 지급결제허용이 추진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어 "자칫 보험사에서 이 지급결제계좌에 고수익을 보장하는 경우 보험사로의 머니무브 현상으로 은행들은 또다시 은행채와 CD 등을 찍어내고 이에 따라 대출금리가 올라가는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