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에 이어 '세계의 공장'으로 군림해온 중국시장이 경착륙 경고음이 울리면서 재계는 비상경영체제로 들어가야할 판이다. 한마디로 투자를 줄이거나 늦추고 감산 경영에 나서야 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야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는 게 재계의 딜레마다. MB정부의 투자 독려를 매몰차게 뿌리칠수도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재계총수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청와대 민관합동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투자주문'은 여전했다.
이 대통령은 "기업들이 오히려 어려울 때 2∼3년을 내다보고 선투자를 하는 게 미래를 내다보는 경영 자세"라고 강조했던 것.
22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말까지 30대 그룹은 총 54조6531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44조5962억원에 비해 22.6% 증가한 투자실적이다.
하지만 바꿔 생각하면 연초 세웠던 올해 투자 계획 96조2761억원과 비교할 때 56.8%만이 집행된 것이다.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남은 기간동안 41조원 가량을 쏟아부어야한다.

아무리 청와대의 주문이 강하다해도 '뻔히 손해볼 장사'를 할 기업인이 많지 않다. 금융위기에서 실물경기 침체로 전이가 현실화되고 있어 최근에는 감산, 감축 경영으로 위기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선택이 재계에 퍼져나가고 있다.
특히 전세계적인 금융 위기 영향으로 국내에서도 자금 경색이 심화되는 상황이다. 돈줄이 말라 맘이 있어도 실행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실제 대기업들이 불요불급한 투자만을 선별적으로 집행하는 '비상경영' 체제로 선회하고 있다. 실물경기 위축이 가시화되면서 생산라인도 하나둘 줄이고 있다.
◆ 철강, 車, LCD 잇따라 감산 결정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업체들이 감산을 결정했다.
포스코(POSCO)는 지난 여름부터 생산량을 줄여온 스테인리스강(STS)에 대해 당분간 감산을 지속할 방침이다. 올 4/4분기에도 당초 계획보다 스테인레스 생산을 15만톤 정도 줄일 계획이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도 건설경기 침체로 판매가 부진한 H형강의 생산량을 줄일 계획이다. 동부제철 역시 냉연 생산을 당초 계획보다 10만톤 가량 줄이기로 했다.
앞서 세계 최대 철강업체인 아르셀로미탈이 올해 4/4분기 15% 감산 계획을 밝힌데 이어 일본 주요 철강업체도 업체 별로 10~20%의 감산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최대 철강업체인 바오산(寶山)강철도 감산을 준비 중이다.

현대차는 이번주말부터 미국 앨러배마 공장의 가동을 일부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연말까지 금요일 생산 중단, 추수감사절 및 크리스마스 휴가 연장 등으로 11일간 싼타페 생산을 1만5000대 가량 감축하기로 했다.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미국 자동차시장과 재고 수준을 감안한 결정으로 분석된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앞서 지난 13일 해외법인 판매전략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이른 시간 내에 경기회복이 이뤄지지 않을 것인 만큼 과거 위기극복의 경험을 살려 전 부문 생산성을 제고하고 긴축경영을 통해 체질 개선을 도모하라"고 주문했다.
세계적인 자동차 수요 감소로 인해 GM, 포드에 이어 도요다, 닛산, 르노, 푸조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잇달아 생산량 감축 계획을 내놓고 있다.
전자업계도 비상이다.
LG디스플레이는 LCD패널 공급과잉으로 지난 8월말부터 LCD생산량을 10%가량 줄여오다 이달들어 한자릿수 중반정도의 감산을 진행중이다.
권영수 LGD사장도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필요하면 감산을 해야한다"고 언급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시장공급이 지나치게 몰리다보니 대만업체를 포함해 모든 업체들이 감산에 나서고 있다"며 "이달 들어 5%가량의 감산을 진행중이나 LCD가격은 여전히 떨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삼성전자도 이미 LCD 생산량 감산 조절에 나선 것은 마찬가지다. 이상완 삼성전자 LCD총괄 사장은 지난 14일 "이달들어 LCD 생산량 조절에 돌입했다"며 "이미 5% 가량 생산량을 줄였지만 계절적 요인 등에 따른 것이지 인위적인 감산은 아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시장상황에 따라서 LCD 생산량을 이미 조절하고 있다"며 "주문이 들어오는데로 물량을 조절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 "의지는 있으나 자금조달 어려워"
전경련은 최근 30대 기업을 직접 방문, 연초 계획했던 투자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등 현재 상황을 점검했다.
한동률 전경련 투자고용팀장은 "직접 기업을 방문해 보니 각 기업들이 어려운 경제 여건속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었다"며 "다만 당초 계획대로 투자를 진행하려고 하되, 환율 변동 등 대외변수로 인해 추가된 자금조달에 일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10대 그룹의 한 재무담당 임원은 "신용경색으로 자금시장이 얼어붙어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도 현금확보에 비상이 걸렸다"며 "기업마다 시급하지 않은 투자와 고용은 연기해야 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