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가 은행지주사로 전환하는 것을 승인한다고 발표했다.
5대 월가 IB들 중에서 남은 2곳인 이들이 신용 위기에 다시 소멸되지 않도록, 일반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재할인 창구'를 활용하여 장기적인 자금 조달 전선에 문제가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리만의 파산 신청에 관여하는 한 소식통은 "연준이 골드만과 모간은 리먼처럼 만들 수 없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은행으로의 전환으로 그 동안 기존 상업은행보다 규제를 덜 받으면서 독립적으로 유가증권 매매하고 고객들에 대한 투자자문 및 관리를 수행했던 투자은행의 모델도 사라지게 됐다.
이제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는 일반 은행들처럼 높은 자본건전성 요건은 물론 규제 당국의 강화된 감시 감독을 받아야 한다. 과거처럼 높은 자기자본수익률 같은 것은 잊어야 한다.
다른 투자은행들의 최후는 처참했다. 베어스턴스가 JP모간체이스 은행으로 구제금융을 통해 흡수된 가운데, 리먼브러더스는 파산보호신청을 했고, 메릴린치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단 이틀 협상 만에 매각됐다.
이날 골드만삭스의 대변인은 "이번 결정은 금융권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은행지주사가 되어 연방준비제도의 규제를 받으면서, 우리는 최근 금융시장에 산적한 쟁점을 풀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지는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면서, 이번 결정은 월가의 금융 위기가 월가 스스로 인정한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이 같은 변화가 견고한 입지를 가진다고 봤던 골드만삭스나 모간스탠리가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라면 부정적인 경고음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일단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가 은행지주사가 되면 기존 자산을 재배치하는 작업이 수월해지며 인수합병에 큰 걸림돌이 사라지게 된다. 또한 투자자산을 시가평가 회계를 통해 반영하기 보다는 '투자목적으로 보유'하는 자산으로 분류할 수 있게 된다.
이번 조치로 모간스탠리는 와코비아은행과 합병 논의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골드만삭스는 뱅크오브아메리카, JP모간체이스, 씨티그룹에 이어 미국 4대 은행이 된다.
이미 모간스탠리 고위관계자들은 몇 달 전부터 이 같은 이행 방식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연준 관계자가 올해 초 위기가 강화된 이후 계속 모간스탠리에 자리잡고 조율해 왔다고 WSJ는 전했다. 지난주 위기가 급격히 심화되면서 논의 속도가 가속화된 것이다.
모간스탠리 대변인은 이날 "이제는 세상이 변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회사가 앞으로 수년 동안에 걸쳐 레버리지비율을 상업은행 수준으로 줄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은행들은 레버리지비율이 20배가 넘지만 상업은행들의 레버리지는 10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한편 골드만과 모간의 은행으로의 전환은 몇 주 동안 현 금융시스템의 구조를 유지하고자 노력했던 헨리 폴슨 재무장관에게는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WSJ는 지적했다. 이제는 주요 금융기관의 지주사들은 대부분 연준의 관장 하에 들어가게 되며, 연준은 이제 거의 전반적인 금융시장 관할 기관으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연준 관계자들은 그 동안 단기 자금을 조달 원천으로 삼는 투자은행 모델은 지금 조건에서는 더이상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려왔다. 단기 자금 조달 자체가 막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은행으로 전환해 보다 안정적인 자금 조달이 가능한 기관으로 전환시킨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최근까지도 투자은행 모델의 전환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지난주 화요일 데이빗 비니어(David Viniar) 골드만의 수석재무담당 이사는 "문제가 되는 것은 투자은행 모델이 아니라 최근 경영 성과일 뿐"이라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투자은행의 성과가 레버리지 확대에 의한 것이란 사실은 더이상 비밀이 아니다. 메릴린치만 해도 2003년에 불과 15배이던 비율이 지난해에는 28배까지 확대되었으며, 모간스탠리가 33배, 골드만삭스가 28배를 각각 기록한 바 있다.
시장이 안정되고 경제에 문제가 없다면 이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지만, 지금을 전혀 그렇지가 않다. 막대한 대손상각이 추악한 레버리지의 얼굴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골드만 등은 황급리 레버리지를 줄이려고 했지만, 시장이 악화되고 자산가격이 폭락하면서 여의치 않게 됐다.
이에 비해 뱅크오브아메리카나 와코비아 등은 올해 2/4분기 현재 레버리지가 11배 정도로 투자은행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실적은 높지 않지만 추락할 위험은 훨씬 낮은 모델이다. 투자은행에 비해 손실 충격을 흡수할 자본도 두 배에 달한다.
물론 단순한 은행 모델로의 전환이 이번 월가 금융위기 사태의 전반적인 해결책이라고는 할 수 없다. 상업은행들 역시 높은 레버리지를 가진 증권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금융백화점이라고 불리는 씨티그룹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