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이런 질문에 딱히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월가는 깊은 공포의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 메릴린치의 매각 그리고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에 대한 구제 금융에 이르기까지 숨가쁜 위기의 순간이 지나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금융 불안감을 가시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위기의 뿌리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대출의 증권화에서 발생한 3500억 달러 정도의 손실이 자리잡고 있으며, 앞으로 2500억 달러 정도의 추가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1조 달러가 훌쩍 넘는 손실이 기록될 것이라고 한다.
미국 주택시장의 침체가 깊어지면서, 손실은 우량대출 시장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월가에는 우량 모기지를 담보로 한 증권 발행잔액이 수십 조 달러에 달한다.
바로 이 같은 모기지유동화증권이 리먼을 쓰러뜨렸고 메릴린치를 넘어가게 했으며, AIG를 위기에 내몰았다. 다른 미국 주요 금융기관들도 쓰러질 정도는 아니어도 이런 부담에서 별로 자유롭지 못하다.
이 모기지유동화증권의 손실은 보유한 주체가 밝히기 전에는 제대로 알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구조를 가진 금융거래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당국이나 내노라하는 전문가들조차 그 문제의 깊이나 바닥을 보지 못하고 있다.
◆ 전문가들, "들여다 봐도 모르겠다, 숨이 막힌다"
라구람 라잔(Raghuram Rajan) 시카고경영대학원 재정학 교수이자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바위돌을 뒤집을 때마다 징그러운 벌레가 기어나오고 있다"고 상황을 묘사했다.
그는 "그건 바로 모기지의 가치에 연계된 증권들인데, 문제는 이들 증권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알지 못한다는데 있다"고 말했다.
바이런 더글라스(Byron Douglass) 크레딧디리버티브스리서치(Credit Derivatives Research)의 선임애널리스트는 "어떤 평가 시도이든 잠정적인 것에 그친다"며, "수치만 보자면 위험이 실제로 있는 것인지도 알 수 없으며, 그 위험이 큰 지 작은 지도 알 수 없다. 숨이 막힐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마크 잰디(Mark Zandi) 무디스이코노미닷컴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수년간 헤지펀드나 펀드매니저들이 다양한 상업용 부동산 및 회사채를 담보로 한 증권 투자에 뛰어들면서 이 시장이 거대하게 부풀어 올랐다"고 회고한다.
브라이언 비선(Brian Bethune) 글로벌인사이츠의 수석미국담당 이코노미스트는 금융 위기가 언제 끝날 것인지 알 수 없다며, "누가 누구에게 물려있는지 알 수도 없고 언제 문제가 될 것인지도 알 수 없으며 시장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빌 그로스(Bill Gross) 핌코(PIMCO) 수석투자전략가 겸 전무이사는 이번 위기 사태를 "현대판 피라미드 사기"라고 부르기도 했다.
◆ "다음번 인화점은 CDS"
투자은행들이나 AIG와 같은 금융기관들은 모기지유동화증권을 사고 팔고, 나아가 이들을 한데 묶어 새로운 담보증권을 발행했다. 또 이들은 이른바 크레딧디폴트스왑(CDS)라는 파생상품을 만들어 거래했고, 이것은 현재 위기의 핵심으로 부상한 상태다. CDS는 월가 금융기관들이 서로 사고 판 모기지 혹은 대출담보증권에 대한 5년 짜리 손실보험이다.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경제가 문제가 없을 때는 모기지 차입자들이 상환에 어려움이 없었고 투자자들도 이 손실 보험료를 내는데 크게 부담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들 상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CDS 비용은 급격하게 증가했다.
이들 증권에서 발생한 손실은 기초 모기지담보에서 발생한 손실 수준에까지 이르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리먼이 박살나고 AIG가 위기에 몰릴 정도로 상황은 심각하다.
이런 손실 보험 계약은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AIG와 월가 투자은행들에서 헤지펀드 그리고 심지어 해외 기관에서도 이들 상품에 투자했다. 그 대상은 모기지에 머물지 않고 회사채, 신용카드채, 자동차대출 상업용부동산대출에도 뻗어있으며, 모두 합쳐 63조 달러에 이른다.
그래소 전문가들은 "CDS가 바로 다음번 '인화점'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미국 주택시장이 회복되기 시작한다면 월가가 직면한 이번 위기도 약화되거나 잦아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번 발생하기 시작한 위기는 주택가격을 더욱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고 있어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미국이란 나라는 주택가격이 지금처럼 떨어져 본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해답도 빠르게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상황은 갈수록 참담해지고 있다. 과연 이 위기의 끝은 어디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