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지금은 무조건적으로 기업에 대출 상환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신규 대출취급 때 더욱 꼼꼼히 선별하거나, 만기를 연장할 때 금리에 리스크를 적극 반영하는 게 특징이다.
선별력 강화 정책과 금융비용 높이기를 통해 대출 증가를 억제하는 디마케팅 중에서도 원초적인 것들로 풀이된다.
18일 금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까지도 중소기업 등 기업대출을 큰 폭으로 늘렸던 은행들이, 경기침체 속에 연체율 상승과 수익성 악화 등에 직면하면서 하반기 들어서는 기업대출을 줄이고 건전성 및 수익성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금리 높여 신규 및 기한연장 억제책 유행
신한은행은 가계, 기업 등 각 사업부문별로 신용등급 하위등급에 대해 금리를 더 물리고, 신규로 대출이 나가거나 만기연장을 하는 경우에도 금리를 더 받도록 하는 내부 지침을 마련했다.
가령 신용등급 'BB'이하의 기업에 대해선 금리를 0.2%포인트 정도 추가로 더 받는다거나 신규 혹은 만기연장 때도 0.2%포인트를 더 받는 식이다.
아울러 영업점 평가 때 순이자마진(NIM) 개선도, 여신의 질(신용 우량등급 여신) 개선도 등에 대한 점수 비중을 높게 책정했다. 반면 대출 증가 점수는 낮추는 방법으로 대출 증가를 억제시키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과거 은행들이 '대출 세일'에 나서면서 경쟁적으로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준 결과 은행의 마진이 급감하고 최근의 수익성 악화 국면을 초래했다.
따라서 순이자마진 개선도를 영업점 평가 점수에서 높게 잡았다는 것은 금리를 더 받게 함으로써 수익성을 관리하면서 비우량자산 증가를 막는다는 심산이다.
국민은행도 하반기 조달 여건 악화까지 예상되면서 하반기엔 신규여신을 억제, 상반기 여신 잔액 수준으로 규모를 유지할 방침을 세웠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상반기 수준으로 여신규모를 맞추다보면 신규를 거의 늘릴 수 없는 상황이고 기존대출에 대해서도 순이자마진의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선 저수익성 여신에 대해선 기한연장이 어렵지 않겠냐"고 말했다.
우리은행도 신용도가 나빠진 기업에 대해선 기한연장 때 회수율을 높이고 금리에 리스크 프리미엄을 적극 반영시키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출 기한이 지나면 10%정도를 갚고 나머지 90%에 대해선 기한연장을 하게 되는데 과거 신용도가 좋고 경기가 좋을 때는 5% 정도만 상환하고 나머지는 기한연장 하는 식으로 운영됐다. 그러나 최근 신용도가 나빠진 기업에 대해선 이 회수율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금리를 정할 때 조달비용, 부도 발생에 대비한 충당금, 리스크 프리미엄 등의 여러 요소들을 감안하게 되는데 부도율이 높아지는 기업들에 대해선 충당금, 자본비용 등이 가산되기 때문에 시스템적으로 대출금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은행 관계자는 설명했다.
대구은행 역시 가격정책과 타이트한 수익성관리로 기업 대출을 억제시키고 있다.
최근 장단기 금리차가 벌어진데 따른 유동성 프리미엄을 금리에 반영시키고 신용등급에 따라 벌어진 신용스프레드 등을 금리에 반영시키고 있다.
지난 8일에도 유동성 프리미엄에 0.1%포인트를 가산했다.
대구은행 한 임원은 "그동안 은행들이 가격경쟁을 해왔기 때문에 하반기 가격을 보수적으로 운영(금리인상 요인 적극 반영)하다 보면 금리가 올라가고 신용등급이 낮은 고객들은 이탈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즉 인위적으로 회수를 하거나 '나가라'고 하지는 않지만 가격을 높임으로써 이 가격에 맞지 않는 고객들은 자연스레 이탈을 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대부분의 은행들이 신규는 물론이고 기한연장 또한 어렵게 하면서 대출 증가율을 낮추고 우량 기업에 선별적으로 대출이 이뤄지는 사실상의 디마케팅을 하고 있는 셈이다.
과거 은행들이 대출세일에 나서면서 경쟁은행들보다 금리를 낮춰서 한명의 고객이라도 끌어모으려고 했던 행태들에 비춰 보면 금리 인상요인들을 원칙대로 반영하는 정상적 시스템에 의한 금리 인상이라도 기업들에게는 그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대형은행의 여신 및 리스크관리 담당자들은 "은행의 수익성과 건전성 악화를 불러오지 않으면서 선별해서 기업들에 자금을 공급해줘야 하지만 이 접점을 찾기가 가장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이어 "최근 경기하강 국면에서 이 정도의 여신포트폴리오 조정 없이는 부실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