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리조건 막론, 발행자체 길 막히는 양상
[뉴스핌 Newspim=원정희 기자]국내은행들의 CDS프리미엄이 급등하는 등으로 최근 은행들의 외화조달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최근들어선 외화 조달에 숨통이 트이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은행과 농협중앙회 등이 하반기 글로벌채권 발행을 시도하려다 결국 유보하기로 하는 등 여전히 여의치가 않다.
그동안 해외 채권 발행은 규모보다는 가격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금리만 더 주면 발행은 가능하다고 봤으나 이제는 발행자체가 힘들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어 어려움이 더 커졌다는 것을 방증한다.
앞으로도 낙관하기 힘들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게다가 은행들이 해외부채를 단기로 돌려막기 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유동성 비율 악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9일 국제금융센터 및 금융계 등에 따르면 발행자의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5년만기 신용디폴트스왑(CDS) 프리미엄이 지난 7일 기준 122bp로 전일보다 무려 7bp나 올랐다. CDS 프리미엄이 사상최고치였던 지난 3월 17일의 125bp에 바짝 다가섰다. 지난 4일에도 CDS프리미엄은 4bp나 오르는 등 최근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 채권 발행 조건(가격)보다 발행 자체(규모)가 문제
우리은행은 해외채권 발행 때 벤치마크가 되는 CDS프리미엄이 급격히 오르는 등 한국시장 혹은 한국물에 대한 리스크 회피심리가 커지면서 글로벌채권 발행을 추진하려던 계획을 당분간 접었다.
당초 5억달러 이상을 발행할 계획이었으나 계획했던 규모만큼 투자가 들어오지 않을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연기한 것이다.
금리를 더 높게 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투자수요 부진으로 계획했던 5억달러도 채우지 못할 경우 오히려 국제금융시장에서 자체 신용도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금리도 금리지만 발행해봤자 수요자체가 없을 수도 있다"며 "당초 예상했던 규모만큼이 안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농협중앙회도 7월말께 5~10억달러의 글로벌채권 발행을 계획했으나 역시 유보하기로 했다.
그동안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국내은행들의 해외 채권 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나마 발행 자체가 안된다고 보지는 않았다. 기본적으로 발행은 되지만 프리미엄(가산금리)을 얼마나 더 얹느냐 즉 가격이 문제여서 시기를 조절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분위기는 해외 채권 발행 자체도 쉽지 않을 정도로 여건이 악화됐다고 보고 있다. 그만큼 국제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심화되고 있고 국제화 수준이 높지 못한 국내 은행들이 중장기 해외자금조달을 못하는 심각한 상황에 봉착해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지금은 발행자체가 힘들다"며 "다만 CDS가 지난 3월 베어스턴스 구제금융 직전 상황까지 거의 올라가 피크 상태이기 때문에 향후 더 악화되지는 않고 시간이 지나면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요인들도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은행 자금담당자들은 다음주부터 시작되는 국제금융기관들의 실적발표나 국제유가 사상 최고치 등 악재만 즐비한 상태라며 속타는 심경을 드러내고 있다. 부정적인 방향을 긍정적인 상태로 바꿔 줄 만한 뉴스나 재료가 없는 상태이며 또 빠른 시일내에 이런 신호가 나오기도 어렵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미 실적악화가 예고된 상황이어서 실적 발표 결과에 오히려 덤덤할 수도 있고 또 휴가시즌을 앞둔 상황이어서 활발하게 시장을 만들어가는 분위기가 아니라는 점 등 때문에 소강상태로 가면서 안정화될 여지는 있는 것으로 기대를 걸고 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소나기(일시적)일지 장마(트렌드화)가 될지 예상하기 어렵다"며 "일단 기다려야 하는 때"라고 말했다.
◆ 은행들 해외부채 단기로 돌려막기…유동성비율 악화 우려
국내 은행들은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해외 중장기 채권 발행이 거의 막히면서 단기로 발행해 차환분을 메꾸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운용도 6개월 미만의 콜, 스왑 등 단기로 운용하고 있는 처지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아직 한 달짜리는 괜찮다"면서도 "현재 3개월, 6개월짜리 물량이 안나오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단기쪽도 조만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장기 연장이 안되고 단기로 돌려막기 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은행 유동성비율 악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서 집계하는 유동성비율은 3개월 이내 돌아오는 자산을 부채로 나눈 값이라는 점에 비춰 3개월 이상의 채권발행이 안되면 유동성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자금담당자들은 아직까지는 단기로 메꿔가는 것이 가능하지만 유동성 압박 등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데엔 입을 모았다.
현재 거의 모든 시중은행들이 외화대출을 통제하고 있지만 이 경우 대출자산을 오히려 줄여야 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점 때문에 대부분의 은행들은 하반기에 대출을 늘리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