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지주, 산업자본 위한 멍석 "대거출연 미지수"
"흥행 대작을 만들겠다고 제작진은 벼르고 있는데 정작 주연급으로 기대를 모으는 배우가 합류해 줄 것인지가 관건이다"
막상 멍석을 깔아 주려 해도 내심 환호 하면서도 그렇다고 당장 하기엔 힘든 노릇이라는 반응으로 최대한 유리한 국면을 기다리는 인내심을 보험업계가 다시 재연출하고 있다.
금산분리, 정확하게는 은행과 산업자본 분리 원칙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필연적이고 쉽게 넘기 어려운 고개다.
이와 달리 보험지주사 또는 비은행지주사 허용을 통한 규제 완화라는 카드는 반대론자들의 층이 얕은 만큼 저항도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보험업계가 신명나게 호응해주는 것은 아니다. 상황을 살피는 동시에 전략과 계획 모색에 여념이 없는 분위기다.
생명보험사 상장의 길을 업계가 원하는 쪽으로 비교적 호쾌하게 터 줬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추진하기엔 이른 상황인 셈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생보사 상장 물꼬가 트이지 않는 것도 상장과정에서 드는 비용에다 유지 비용 문제가 걸려 있는 것처럼 보험지주사도 비용 이슈가 있고 오히려 생보사 상장보다 더 육중한 무게를 느낀다"고 토로했다.
규제 완화로 새로운 사업을 벌이고 사업 확장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정비해 매력도를 아무리 높인들 지주사로 전환하는 데 들어갈 비용은 출발조차 어렵게 하는 걸림돌인 셈이다.
보험지주사 또는 보험사를 정점으로 비은행 지주사로 발돋움 한다면 웬만한 은행계 금융지주사 못지 않은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의 처지는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금융계열사가 보험 또는 비은행 지주사로 전환하려면 물경 20조원 정도의 비용이 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A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금융위 규제 혁파 작업으로 소규모 지급결제 기능까지 주기로 했고 다른 규제완화 정책도 속속 법 개정에 반영되겠지만 그것 만으로 지주사 전환이 이뤄지리라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업계에선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가능성이 점치고 있다. 지급결제기능까지 주겠다는 규제심의위 결과가 나오면서 가능성이 더 커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더욱 두터워 졌다.
생보상장 만큼~그 이상 비용부담 호소
삼성은 다만, 비자금 사태의 여진이 남아 있는데다 그런 돌발 악재가 없었더라도 선뜻 뛰어들 상황은 아니어서 정부의 법제도 정비가 끝나고 전환 여건이 무르익기를 기다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삼성생명은 현재 삼성카드 지분 26.73%를 비롯해 삼성증권 11.38%, 삼성화재 9.7%, 삼성투신 5.5%, 삼성선물 41% 등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지분의 상당 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삼성증권은 다시 삼성투신운용 지분 65.3%와 삼성선물 지분 51.4%를 갖고 있어 지주사 체제로 전환이 그리 어렵지만은 않은 구도로 보여진다.
삼성생명이 보험 또는 비은행 금융지주사 전환의 중심축 역할을 맡기에 충분하다는 건 금융계의 보편적 시각이다.
문제는 금융지주사가 자회사로 끌어 들이려면 상장사는 지분 30% 이상, 상장사가 아니면 50% 이상 지분을 소유해야 한다는 기준까지 손볼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삼성카드를 뺀 다른 금융계열사 지분 확보에는 다른 계열사와 지분 교환이 일부 진행되더라도 추가 지분 매입에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규제를 완화해 참여 유인을 더 늘려 준다면 삼성 역시 지주사 전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 본격 추진하는 곳 나타날 가능성도"
반면에 원칙과 방향을 일찌감치 정해 둔 곳도 있다.
메리츠화재는 가장 지주회사에 적극적이고 가능성이 있는 곳이다. 장기적으로 지주사로 전환하겠다고 힌 바 있다.
비록 구체적인 시기를 드러내진 않았지만 2~3년 걸릴 것으로 회사측은 보고 있다.
자격요건을 갖추려면 비용이 들긴 하지만 지출만 있는 게 아니라 취득한 지분으로 고스란히 남으니 문제 없다고 회사측은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흥국금융그룹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미 독자적인 기업 통합이미지(CI)를 발표하면서 2010년 초우량 금융그룹으로의 공격경영을 표방하며 금융지주회사체제 전환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흥국생명의 증권시장 상장과 함께 흥국쌍용화재, 흥국투자신탁, 흥국증권, 고려저축은행, 예가람저축은행 등 6개 금융사를 망라하는 자산 20조원 금융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고 중심은 단연 흥국생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록 삼성그룹이 삼성생명을 축으로 지주사로 전환하는 작업에는 시간이 들더라도 선발 주자가 나서면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B증권사 보험 담당 애널리스트는 "생보사 상장과 동시에 추진하는 곳도 나올 법하다"고 내다봤다.
이어 "보험지주사로 전환해 정부가 길을 터준 비금융 업종 자회사를 통한 다른 업종 비즈니스와의 시너지 극대화를 노리는 동시에 해외진출 규제 완화에 따른 과실을 집중적으로 누린다면 글로벌 무대를 동시다발적으로 파고드는 대한민국 보험계 금융그룹이 출현하지 말란 법도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오는 6월 말까지 지주회사 겸업 수행에 따른 시너지 효과제고를 위해 필요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은행계와 더불어 아시아 시장의 신흥강자로 우리 나라 보험계 금융그룹이 급부상할 날이 이왕이면 하루속히 펼쳐지길 보험업계 안팎에서는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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