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지난 후반기부터 아시아와 중동 국부펀드들이 미국과 유럽의 대형 금융기업의 주식을 사들이고 있지만, 최근 주가 급락으로 인해 실망스러운 결과만 얻고 있다"는 점부터 지적했다.
이들은 중국의 경우 내부 비판이 제기되기는 했어도 이번 투자 사례는 좀 더 장기적인 외화자산의 수익성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며, 앞으로도 여전히 미국은 중요한 투자처로 인식될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여전히 국부펀드 관계자들이 투자조건과 위험요인을 제대로 평가했는지 여부는 의문으로 남을 수 있다는 지적은 풀리지 않은 질문으로 남았다.
◆ 서둘러 투자했다가 주가 급락으로 단기손실 발생 '낭패'
중국과 싱가포르 국부펀드가 투자한 영국 바클레이즈(Barclays Bank PLC)는 최근 주가가 36% 빠졌다. 중국투자공사(CIC)는 미국의 사모펀드인 블랙스톤(Blackstone Group)에 투자했지만, 역시 주가가 36% 떨어졌다. 싱가포르투자청(GIC)이 투자한 스위스 UBS의 가치도 23% 급감했다.
중동 쪽 피해도 만만치 않다. 아부다비투자청(ADIA)은 지난 11월 시티그룹(Citigroup)에 75억달러를 투자했는데, 이후 주가는 17% 하락한 24.83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매력적인 전환사채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해 그나마 다행이다.
물론 쿠웨이트투자청(KIA)은 시티그룹에 30억 달러와 메릴린치에 20억 달러를 각각 투자할 때 장기투자라고 밝혔으며, 다른 중동국들도 단기손해에 대해 아직 공공연하게 불만을 표출하지는 않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WSJ는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국제유가 하락을 이끌고 있는 조건에서는 이 같은 단기적인 손실이라도 결국 중동 정부관계자들의 심기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신문은 이번 경우가 "시장의 바닥을 찝어 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일 뿐 아니라, 또한 "국부펀드가 아무리 명석하게 판단한다고 해도 반드시 스마트머니(투기세력) 수준이 되란 법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 장기 수익에 초점, 그러나 위험 충분히 평가한 것인지는 의문
물론 국부펀드는 이번 투자에서 해외자산 투자를 통한 장기 수익 발생에 주목했다. 신규발행 주식이 급격한 하락장세를 견디고 장기적 성장세를 회복하면 다시 이전처럼 매력적인 모습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위험을 제대로 평가했는지에 책임은 남는다.
이와 관련, 싱가포르 재무장관은 이번 주초 의회에 출석, "상당한 하락 위험은 존재할 것이지만, 이런 위험을 평가하고 과연 조건이 받아들일만 한 것인지는 국영투자공사나 테마섹의 책임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두 공사가 이번 지분투자 제안을 열심히 평가한 것으로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동에서도 아직 이번 투자가 논란 거리는 아닌 모양이지만, 중국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이번 달초 중국개발은행이 시티그룹에 2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에 고위급 지도부가 반대했다.
시틱증권은 지난 해 10월 베어스턴스와 상호 1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지만, 그 이후 베어스턴스의 주가는 39% 하락했다. 훨씬 더 장기이기는 하지만 베어스턴스도 시틱증권에 10억 달러를 투자했다.
국부펀드의 자문역을 맡고 있는 한 서구은행가는 최근 투자에 대해 "대부분 정점에서 매수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좋은 신호"라면서도, "문제는 투자한 은행들이 서브프라임 손실에 얼마나 노출되었는지 충분하게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는가에 있다"는 지적을 내놓았다고 WSJ는 소개했다.
◆ 90년대초 일본인과 사우티 탈랄 왕자의 실패와 성공 사례
과거 사례를 보면 극명한 대조가 눈에 띈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 일본인들이 캘리포니아 페블비치 골프리조트를 인수했다가 막대한 손실을 보고 되팔아야 했던 사례가 있는 반면, 사우디의 탈랄 왕자가 1991년 시티그룹에 5억 9000만 달러를 투자한 것이 지금은 주가 폭락 이후에도 44억 달러 가치를 지니게 된 것은 '금과옥조'에 해당하는 사례다.
WSJ는 당연히 앞으로 국부펀드가 서구은행에 투자한 결과가 좋지 못하다면 앞으로 추가 투자를 망설이게 되겠지만, 중국은 초기 손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글로벌은행의 지분투자에 매력을 느낄 것이라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CIC의 한 관계자는 "미국은 가장 중요한 시장 중 하나이며, 우리는 분명 미국을 기회의 땅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한국투자공사(KIC) 투자는
한국투자공사(KIC)도 지난 주 메릴린치에 20억 달러 투자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구체적인 매입 주가는 밝히지 않았다. 발표 전날 메릴린치의 주가는 55.97달러였다.
외신의 메릴린치발 보도에 따르면 이번 투자는 주당 52.40달러에 신규지분을 인수인도하기로 합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동 은행의 종가는 54.43달러로 인수가격보다 높은 수준이다.
KIC는 15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메릴린치에 20억 달러 규모의 전략 투자를 단행하게 되었으며, 이 우선주가 보통주로 전환하게 되면 현재 기준으로 지분을 3% 이상 보유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행한 우선주는 약 3년이 지난 후에 보통주로 전환해야 하는 의무전환우선주로 전환 이전까지는 연 9%의 배당이 지급된다.
KIC는 "의무전환우선주 투자는 미국 금융시장이 안정되기까지 2~3년간은 9%의 안정적인 배당을 받고, 그 이후 미국 주택금융시장이 안정된 이후에는 보통주로 전환하여 주가 상승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이점을 갖는다"고 주장했다.
또한 "선진국 채권 및 상장주식 위주로 투자되어 외환보유액과 유사하게 운용되어 온 KIC의 투자수익 원천을 다양화하는 한편 글로벌 자산운용사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동시에 동북아 금융허브 추진에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해 상반기까지 설립 이후 연속 적자를 기록, 누적 88.7억원 적자를 기록한 상황에서도 계속 성과급을 지급해 '도덕 불감증' 비판을 받았던 KIC가 이번에는 큰 성과를 내서 불명예스런 평가를 벗어난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아직 상황은 그리 녹녹하지 않은 상태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