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금감위가 산업자본의 은행 인수를 터주는 금산분리 규제 완화 방침에 원론적으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김용덕 위원장과 함께 금융계서 대표적 금산분리 '강경파'로 분류되는 이동걸 금융연구원장의 입지도 상대적으로 약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는 전망이다.
4일 금융계와 인수위 등에 따르면 전일 금감위의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금감위는 금산분리 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 펀드 및 컨소시엄 등이 은행을 인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인수위와 같은 입장을 보였다.
인수위 장수만 전문위원은 "금산분리 완화 방침에 대해 원론적으로 합의를 이뤘다"는 표현도 사용했다. 사실상 반대 의사가 전혀 없었음을 시사했다.
금감위의 이같은 업무보고는 사실 금융감독당국 내부는 물론이고 금융계선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 금감위원장은 공식석상에서 금산분리 원칙 고수를 여러 차례 강조했었기 때문이다.
사실 김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지난 8월 취임했고, 취임 전후로도 정권이 바뀌면 교체될 것이라는 시각이 대체적이었다.
지난해 12월엔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차기 금감위원장 후보까지 거론되는 실정이었다.
상황이 이런데다 김 위원장은 이 당선자 및 인수위 쪽의 금산분리 완화론과는 정반대의 입장을 지니고 있다.
결과적으로 금감위는 인수위 업무보고 때 김 위원장이 그동안 밝혀왔던 원칙론을 배신(?)하는 정책방향에 합의를 한 셈이다. 김 위원장의 진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금융감독당국 내부에선 "정권이 바뀌면 큰틀의 정책이 바뀌는 것에 대해 결국 따를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면서도 금감위의 갑작스런 입장변화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감독당국 내 한 관계자는 "정치적인 판단인 것 같다"며 "금산분리 완화에 따라 감독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산업자본이 인수한 저축은행 사례들을 보면 그게 어디 말처럼 쉽냐"고 크게 우려했다.
한동안 시민단체, 및 학계, 연구기관 등에선 금산분리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이명박 당선자가 금산분리 해제쪽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여세를 몰아 금감위를 손쉽게 무력화시키면서 단계적 완화를 관철시킨 것만은 분명하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과 이 연구원장의 입지는 약화될 수밖에 없다. 거취문제에도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가능성 또한 크다는 전망에 금융계 관계자들은 고개를 끄덕이는 분위기다.
아울러 금산분리의 대표적 강경파로 분류되는 이동걸 금융연구원장 또한 입지가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 원장 또한 여러차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우리나라 처럼 금융(제2금융)을 산업자본이 지배하는 곳은 없다"며 "금산분리가 가장 약한 나라"라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이같이 초강경 원칙론을 앞세우다가 정권이 바뀌었다고 입장을 돌변하기란 모양새도 좋지 않은데다 소신파로 알려진 이 원장의 스타일과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금융연구원장의 경우 은행연합회 산하 기관으로 형식적으론 회원사인 은행들로 구성된 총회에서 선출된다. 하지만 정부의 입김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시각이 금융계에선 여전히 팽배한 실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