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원정희 기자] 은행들이 내년 악화될 경영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발 빠른 인사 단행과 인원감축 등의 몸집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증권사로 빠져나가는 자금을 붙들 획기적 대안도 없고 고금리 특판 등으로 근근이 돈을 채우고 있는 형편이다.
그동안 은행권이 '운용중심의 시장'이었다면 앞으로는 '조달중심의 시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게다가 올해들어 큰 폭으로 늘렸던 중소기업대출의 부실화 가능성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면서 외형확장이 컸던 은행들이 어려울 것이라는 근거 불명의 설이 돌고 있다.
가계대출 마저 최근 CD금리의 고공행진이 멈출 줄 모르면서 돈을 내 준 은행들이 가계 신용위기의 원흉으로 내몰리는 상황도 펼쳐지고 있다.
수익성은 물론이고 건전성이 악화기조로 돌아선 가운데 신BIS협약 도입이 겹치면서 자본적정성까지 챙겨야 할 처지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 너도나도 '다이어트'
신한지주 그룹사는 임원 인사를 통해 부행장 가운데 절반 가까이 되는 5명의 임원을 교체하는 등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임원 인사로 신한은행은 부행장 수가 10명에서 8명으로 줄어들고, 대신 부행장보는 기존 3명에서 5명으로 늘어나는 등 임원 조직의 '다이어트'까지 꾀했다.
아울러 지난 21일까지 직원들의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고 연내에 직원에서부터 임원까지 조직의 몸집줄이기를 시도했다.
올 상반기 이후 급격히 악화된 경영환경을 긴축 조정된 새 진용 아래서 돌파해보겠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은행권 중 가장 빨랐던 우리은행도 부행장 4명을 새로 선임하고 단장 7명 가운데 5명을 새로 선임하는 대대적 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이번 인사가 대규모라는 점에서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한 '박해춘식 충격요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아울러 새로 선임된 임원중 한명을 제외하곤 모두 영업본부장 출신이라는 파격 인사이어서 새해부터 바짝 긴장된 상태에서 영업력을 강화해보겠다는 심산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도 만45세 이상 55세 미만의 20년 이상 일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준정년 특별퇴직제를 실시, 오는 26일까지 접수를 받는다.
이에 앞서 한국씨티은행도 지난달 희망퇴직을 끝냈고, 하나은행은 은행예산중 불필요한 비용을 조절해 경비 효율화를 극대화해 나갈 계획을 밝히는 등 은행권이 모두 내년을 대비해 조직을 바짝 조이고 있다.
◆ 서브프라임 여진, 무자년도 괴롭다
산업은행 이성준 이사는 "서브프라임 위기는 해외 은행들의 연간 실적발표 시즌인 내년 2월이 고비"라고 분석했고, 은행 자금 담당자들도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서브프라임 영향권 내에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연구소 한 관계자는 "국내 대외경제 위기는 과거 아시아 경제위기 때보다 상황이 더 안 좋다"며 "당시 아시아 신흥시장이 어려워도 미국 등 선진국 은행들의 상황이 매우 좋았기 때문에 글로벌 리스크를 담당해 줄 곳이 있었지만 이번엔 이를 막아줄 곳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같은 어려운 때가 없었다"며 내년 은행업 및 금융시장의 어려움을 이같은 말로 대신했다.
◆ 빈 곳간 채우기 급급, 성장동력 찾기 헛손질 우려
지난 상반기 이후 은행 예금의 이탈이 가속화되는 시점서 서브프라임 위기까지 터지면서 은행들은 외화, 원화 조달 모두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
이른바 '서브프라임 신용경색 및 예금 이탈→유동성 축소→CD·은행채 발행 및 고금리 특판→은행 마진 축소→대출금리 인상→가계대출자 부담' 등의 악순환의 고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은행들은 장기성장 동력을 찾을 새도 없이 유동성을 맞추느라 정신이 없는 연말을 보내고 있다. 경제가 성장하는 만큼 대출증가는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대출재원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동안 은행으로서는 싸고 안정적인 대출재원 노릇을 해줬던 저원가성예금, 즉 불특정다수의 고객들이 은행에 잠시 맡겨놓은 돈들이 이제는 증권사의 펀드, CMA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한 고위관계자는 "작년과 올해는 운용 중심의 시장이었다면 앞으로는 조달 중심의 시장이 될 것"이라며 "어느 은행이 싸게 조달하느냐에 따라 경쟁력있게 운용을 할 수 있는 시대"라고 관측했다.
서브프라임 위기도 내년에 지속되고, 이른바 '머니무브(예금이 증권사로 이탈)' 현상도 대세가 됐다.
이 두가지 요인은 은행들의 조달코스트를 올리고 한편으론 은행권의 경쟁은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예대마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유동성 맞추기에 급급한 상황에서 장기 성장동력을 찾는데도 어려움에 봉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장동력으로서 IB업무가 급부상 했지만 이 역시 외화자원 등 자금이 충분히 조달돼야 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은행 한 고위관계자도 "앞으로 비이자수익을 내는 것도 어렵다"며 "글로벌IB들의 국내 시장 침투가 강화되고 있어 파생상품이나 IB분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증권사 또한 자통법을 계기로 경쟁력을 강화시킬 것이고 국내 전문인력이 한정돼 있는 속에서 은행들이 외국계 및 국내 증권사와 경쟁해야 하는 환경은 내년 은행들의 경영환경을 더욱 안 좋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았다.
◆ 수익성 건전성 위협
게다가 최근엔 중소기업발 금융불안 혹은 가계 신용위기 가능성까지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LG경제연구원은 한 보고서에서 "돈 가뭄을 겪고 있는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에 대해 만기를 연장해주지 않고 자금회수를 강화할 경우 한계 중소기업들의 연쇄도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 경우 지난 2003년의 가계부실 사태와 같은 중소기업 부실화로 인해 전체 금융시장을 교란시킬 가능성까지도 제기되고 있다.
지방 건설경기 위축 및 미분양 사태의 속출로 부동산 PF마저 위협받고 있어 현재 6개 은행들이 모여 공동대응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아직 뾰족한 수를 찾지는 못하고 있다.
게다가 은행들의 CD발행이 늘어나며 CD금리가 치솟고 이에 연동한 주택담보대출금리는 최고 8%대를 훌쩍 뛰어 넘어섰다.
문제는 자금을 조달할 길이 없는 은행들이 내년에도 CD발행 등 시장성 수신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결국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은 지속될 것이라는 데에 있다.
자칫 늘어만 가는 이자를 갚지 못하는 가계들이 속출하는 경우 가계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미 은행들의 건전성 악화 조짐은 지난 3/4분기 실적발표 때부터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해 이후 은행간 자산경쟁으로 무리하게 대출을 늘렸고 결국 연체율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고정이하여신비율 등 건전성 지표들이 상승세로 나타난 것이다.
지난 9월말 고정이하여신비율은 대부분 1%대로 올라섰고, 연체율도 일제히 전 분기보다 악화됐다. 4/4분기엔 금리 인상 등의 여파까지 겹치면서 전 분기보다 악화될 가능성 또한 커졌다.
게다가 내년에 시행되는 바젤Ⅱ제도 까지 겹치면서 대출재원 마련에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 발행 등으로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 이중고까지 맞게 됐다.
이같은 변화에 따른 은행업의 미래에 대해 금융계 한 고위관계자는 "수익성은 얼마나 좋은지, 연체율이나 고정이하여신처럼 부실은 많지 않은지, 자본규모와 BIS비율은 건강한지 다 따져보면서 국내영업과 해외영업 모두 이상 없는지 살펴야 하는 골치 아픈 업종으로 돌변한 셈"이라고 털어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