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 전 연준 의장은 중앙은행이 과거에 비해 그 위상과 역할이 줄어들었으며, 반드시 시장의 자율적인 조절능력에 비해 더 우수한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주장하기도 쉽게 않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그린스펀은 14일 NPR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앙은행의 그 동안 정책과 역할에 대한 비판에 대해 방어하면서 이 같이 말했다.
◆ 장기금리 하락에 대처할 방법 없었다
인터뷰 과정에서 '의장께서 금리를 너무 낮게 유지해서 주택 거품을 유발했다는 비판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제기되자, 그린스펀은 "사실과 맞지 않는다"며,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 수 십개 국가에서 주택거품이 발생했으며, 이는 전세계적으로 장기금리가 하락했기 때문이며 이는 중앙계획 경제가 붕괴된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최소한 미국에서 거품이 좀 더 완만하게 꺼지도록 조치를 취할 수는 없었느냐고 집요하게 질문이 들어오자 "미국에서 말인가?"라고 반문한 그린스펀은 "한 가지 유일하게 할 수 있었던 일은 있다. 단기 신용을 줄이도록 금리를 크게 올렸으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만약 10%까지 금리를 올려서 부족하다면 80%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40%까지 올릴 수도 있을 것이지만,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며 따라서 중앙은행은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었다"고 방어했다.
그러면 장기금리에 대해 별 영향을 줄 수 없다면 중앙은행은 예전에 비해 그 중요성이 줄어든 것이 아닌가라고 묻자, 그린스펀은 "1950년 대를 보면 중앙은행의 규모나 영향력이 시장에서 대단히 크고 환율과 단기금리 그리고 암묵적으로 장기금리도 통제하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냉전이 종식되면서 상황이 변화되자 중앙은행의 영향력은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고 대답했다.
그는 "이제는 더이상 환율을 고정할 수도 없고 이제는 장기금리를 제어하거나 영향을 미칠 경로도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제는 글로벌 요인이나 자동적인 조정 과정이 예전에 중앙은행이 했던 역할을 상당 부분 해주고 있으며, 또 자유재량적인 통화정책이 시장의 자동조절 메커니즘에 비해 훨씬 우수한 방식을 작동하는지는 전혀 자명하지 않다고 주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미국 경제 '실속 속도(Stall Speed)'
이날 그린스펀은 "미국 경제가 '실속 속도(stall speed)'에 거의 근접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경기 침체 가능성이 명백히 커졌다고 발언했다.
침체 가능성이 높아진데 대한 분명한 통계적 지표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린스펀은 "경기가 둔화되어서"라는 묘한 답변을 제출했다.
동어반복 같기도 한 그의 대답은 사실 '실속 속도'라는 표현에 답을 함의하고 있음을 재차 강조한 것에 다름 아니다.
실속 속도란 비행기가 양력을 유지할 수 있는 최대 속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 지점에 도달하면 기체가 더이상 비행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하강하게 될 위험에 노출된다.
과거에는 경제를 설명할 때 '자동차'에 비유해 악셀레이터를 밟으면 자동차가 가속되다가 점차 속도가 줄어들어 멈추는 것으로 경기를 설명했지만, 최근에는 외부 충격에 따라 경기가 일시 둔화되거나 하락하는 양상을 설명하기 위해 '비행기'에 비유하곤 한다.
참고로 실속 속도에서 비행기가 하강하더라도 멈추거나 곧바로 추락하는 것은 아니며 일정한 속도는 유지하게 된다. 특히 비행기의 크기가 크거나 속도가 빠를 경우 실속 속도는 그 반대의 경우보다 높게 정의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