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타적 경쟁우위를 자랑했던 PB부문의 위상을 더욱 확고히 하겠다던 비전은 간 데 없이 도리어 대외경쟁력 실추 등으로 전통적인 아성이 흔들리는 격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1995년 국내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PB를 도입했던 보람은행을 인수했고, 이후 이 분야에 대한 투자 및 인력육성 등으로 은행권 PB 강자로 평가돼왔다.
지난 2005년 씨티은행 출범 당시 많은 금융 전문가들은 자산관리에 강점을 지녔던 씨티의 진출로 가장 타격을 많이 받을 국내 은행으로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을 꼽을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고객 눈높이를 고려하지 않았고 보람은행 출신들의 강점을 하나은행에 융합·발전시키는데도 실패했다는 지적들이 나오면서 은행 안팎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 각광받던 PB, 하루아침에 VM, 퍼스널뱅커 전락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올 3월 프라이빗뱅커로 통칭했던 PB전문인력 가운데 자산 1억원 이상의 고객을 맡는 직원을 VM(VIP Manager)으로 임명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VM이라는 생소한 제도에 고객 및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자 이달초 PB제도를 다시 도입하되 '프라이빗 뱅커'가 아닌 '퍼스널 뱅커(Personal Banker)'로 바꾸는 궁여지책을 취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3월 기존의 프라이빗뱅커 160명 가운데 120명을 VM으로 전환시켰다. 자산 1억원 이상의 고객을 관리하는 동시에 일반 창구 책임자 역할을 맡겼다. 아울러 기존 PB들 중 40명은 자산 5억원 이상의 고객을 관리하는 '골드PB'로 바꿨다.
그러나 그동안 PB고객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은행 거래를 해왔던 고객들의 경우 갑작스레 PB 대신 VM으로부터 서비스를 받게 되면서 불만이 높아지고 이들의 이탈 현상 까지도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골드PB' 전문인력으로 뛰겠다고 지원했다가 선발되지 못한 프라이빗뱅커들 가운데는 원했던 역할을 맡지 못한 낭패감에다 듣기에도 생소한 직책을 부여받고 자괴감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자기계발과 경험 등을 통해 노하우를 쌓으며, 각광받는 프라이빗뱅커라는 자부심을 갖고 일했지만 이 자부심 상실에 따른 후유증으로 풀이된다.
은행 한 관계자는 "기존 PB들도 은행에서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 동안 경험을 쌓아왔는데 생소한 VM으로 격하되면서 영업의욕을 상실해 결국 영업력 약화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들어서 이같은 제도에 불만을 갖고 떠난 직원들만 두자릿 수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미래에셋, HSBC 등 자산관리 영업을 강화하고 있는 경쟁 금융기관으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 고객 눈높이 외면, 직원 로얄티도 못살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하나은행은 이달초에 VM이라는 명칭 대신 PB라는 기존 명칭을 도입했으나 프라이빗뱅커가 아닌 퍼스널뱅커라는 역시 생소한 이름으로 바꾼 것.
VM제도 도입 후 은행 안팎의 불만과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근본적인 해결과 개선책을 모색하기 보다는 임기응변식 대처라는 인상이 짙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측은 "맨 처음 PB를 도입했지만 전문화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며 "앞으로 자통법 시행과, 은행에서도 자산관리에 대한 자문료를 받을 수 있게 되기 때문에 보다 전문화된 프라이빗뱅커 육성이 시급했다"고 해명했다.
다만 "일부 고객이 혼란을 느껴 다시 PB로 명칭을 바꿨다"고 털어놨다.
결국 오랜 PB영업 노하우를 지녔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의 눈높이 혹은 니즈를 고려하지 않은 선진제도가 오히려 화를 불렀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운 상황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PB영업을 늦게 시작한 은행들은 처음부터 전문화된 PB와 그 전단계인 VIP마케팅으로 이원화된 체제"라며 "하나은행은 인위적으로 기존 제도를 바꾸려다 고객과 직원 모두의 반발을 산 것 같다"고 말했다.
경쟁은행 한 관계자는 "씨티 출범 당시 자산관리 부문에서 국내은행들은 시스템, 성과, 문화, 상품 이 네 가지가 뒤져 있었지만 몇몇 은행들은 치열한 노력으로 격차를 좁히는 성과를 얻었고 일부 은행은 더 나아지지 못한 감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인력이탈 거의 없이 전문인력 육성과 업무역량 강화에 성공한 은행들이 있는가 하면 인력 이탈을 자초한 은행도 공존하고 있다고 은행 PB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아울러 과거 국민은행이 기업금융에 로열티를 지닌 장기신용은행의 인력들을 끌어안지 못해 결과적으로 기업금융에서 한발 뒤쳐졌다는 평가가 하나은행에서도 회자되고 있다. 보람은행 출신 인력들을 융합, 계승시키지 못함으로써 그 노하우를 하나은행의 강점으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