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이 LK e-Bank에 출자한 것과 관련, 투자결정이 주먹구구였다고 버젓이 해명하고 나온 직후의 풍속도다.
하나은행은 해명자료를 내놓자마자 정치권의 역풍을 맞았지만 화를 자초했다는 분위기다.
스스로 투자 대상에 대한 심사를 소홀히 했다는 점을 공식 인정하면서 까지 해명자료를 배포해 특정 대선 후보를 보호하는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하나은행은 오는 11월 금융감독원의 정기 종합검사도 앞두고 있다. 미묘한 시점에서 스스로 잘못을 공표하기로 결정한 자신감의 배경에도 궁금증이 쏠린다.
정략적 논쟁 여부에 대한 판단은 일단 접어두고, 당시는 김승유 현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은행장이던 시절이다.
김승유 행장 시절 하나은행이 어떤 곳인가? 명실공히 4대 은행 반열에서 확고한 리딩뱅크 역할을 했던 때 였다.
그런데 투자대상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출자를 결정했다는 것은 좀체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들도 쉽게 접할 수 있다
하나은행은 해명자료에서 "LK e-Bank의 지배구조, 재무구조 등은 상대적으로 깊이 있는 분석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LK e-Bank는 상장회사가 아니고 설립된지 1년이 지나지 않아 결산이 전혀 진행되지 않은 신설회사로,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 곤란해 김경준의 설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만약 이 해명대로 자료 불충분 및 검증의 어려움이 있었다면 정상적인 상황에선 투자를 결정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과거 벤처투자를 담당했었던 대형은행 한 관계자는 "재무제표가 없더라도 보통 신상품 혹은 신기술의 도입은 개발과정이 길기 때문에 개발과정에서 매출계약서 등을 통해 매출액을 미리 확보하거나 사실상 매출이 이뤄지는 단계서 투자를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기업의 지배구조는 기업가치와 직결되는데 이것을 모르고 어떻게 투자를 결정 하느냐"고도 반문했다.
은행은 불특정 다수로부터 예금을 받고 그 돈을 운용해 이익을 낸다. 특정 대선 후보를 보호하고 있다는 정치권의 주장은 차치하고라도 평소 고객을 최우선시 한다는 은행이 원칙을 무시한 자산운용을 한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다.
면밀한 심사 없이 투자를 결정하는 은행에 무엇을 믿고 돈을 맡긴단 말인가.
지배구조와 재무구조에 대해 면밀한 분석이 없었다면 어떤 점을 기초로 투자를 결정하게 됐는지도 밝혀야 할 부분이다. 또 이미 원칙을 소홀히 한 투자 결정에 대해서 고객에 대한 사과도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정치논쟁에서 헤어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이해관계 이전에 금융회사는 고객과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특정 후보에 유리할 수 있는 해명엔 적극적이었으면서 정작 고객에게는 어떤 메시지도 던지지 않았다.
투자결정과정도 금융정도에서 벗어났고 해명과 수습과정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불특정 다수로 이뤄진 고객들에 대한 대접은 빠져있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운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