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말하는 여론이란 주식투자를 하는 투자자, 즉 고객이 아니었다. 대형, 중소형, 온라인 증권사 할 것 없이 대부분 증권사들이 강력히 반발하며 집중포화를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이유는 온라인사도 아닌 대형증권사가 또다시 수수료 인하 카드를 꺼내들며 업계내 출혈경쟁의 물꼬를 트고 있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그 주체가 국내 위탁매매 시장점유율 1위사인 대우증권이기에 거의 '집단따돌림'에 준하는 비난은 한층 거셌다.
결국 이같은 증권업계의 집중포화를 대부분의 언론이 여과없이 대변하는 가운데 대우증권은 재검토 입장을 밝히며 두 손을 들었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수수료 인하에 따른 대우증권의 단기수익 감소 전망을 내놓으며 주가하락을 야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증권업계 최대 이슈였던 대우증권의 수수료 인하 논란에는 그야말로 '업계'의 이해관계만 있었을 뿐 고객입장은 없었다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주기적으로 수수료 인하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고개를 들이미는 '출혈경쟁 야기'라는 업계내 사실상의 담합에 가까운 행태가 반복됐을 뿐이었다.
고객 배제한 사실상의 증권업계 담합
최근 주식시장 분위기를 보자. 지난해부터 급등하기 시작한 주식시장에 속속 뛰어드는 신규고객이 급격히 불어나고 있다. 투자자로선 비슷한 서비스라면 조금이라도 싼 수수료를 받길 원한다. 때문에 과거 키움증권이나 이트레이드증권, 초기의 미래에셋증권 등도 도약의 발판을 만들 수 있지 않았는가.
어떤 증권사가 수수료인하 전략을 펴면 그것은 고객으로서 유리한 시장여건 변화다. 업계로선 치열한 경쟁 속에서 또다른 수익원을 창출하며 수익구조를 잘 끌어가는 곳은 살아남는 것이고 그 경쟁에서 뒤쳐지는 증권사는 도태되는 것이다. 이것이 살아있는 시장경제다.
이같은 사태는 주기적으로 발발했다. 최근 있었던 이슈로는 지난해 9월 한국금융지주 내 한국증권이 은행연계계좌의 수수료를 업계 최저수준인 0.024%로 낮춘 '뱅키스'의 도입이었다.
당시에도 증권업계와 언론의 포화는 여전했다. 온라인 전용 증권사들이 장악한 저가 수수료 온라인매매 시장에 대형사가 발을 담그며 또다시 수수료 인하경쟁이 시작되는 게 아니냐는 비난이었다. 한국증권 또한 단기 수익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당시 업계 관측이었다.
1년이 지난 지금, 한국증권은 업계가 우려한 만큼 단기수익이 줄지 않았다. 되레 늘었다. 또 뱅키스 시행이후 온라인고객의 은행연계시장으로의 이동도 우려할만한 수준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증권에 따르면 뱅키스 시행 1년 만에 은행연계시장 점유율이 0.2%에서 1.6%로 8배가량 성장했다. 수수료인하에 따른 이익손실은 시장점유율이 4배가량 늘면 만회되는 만큼 오히려 이익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고객 수 또한 꾸준히 증가하며 5만명이던 고객 수가 13만명으로 8만여명이 늘었다.
한국증권 신희철 상무는 "우려했던 지점고객의 은행연계시장으로의 이동은 거의 없었다"며 "다만 고객분석 결과 기존보다 고객층이 젊어졌다"고 설명했다.
즉 은행연계를 이용하는 고객의 특성이 스스로 판단히 투자하는 것인 만큼 지점 직원과의 상담이 필요한 투자자와는 고객층이 차별화됐다는 의미다.
뜨뜻미지근한 대우증권 유보 결정
물론 한국증권이 잃어버린 것도 있었다. 당시 한국증권 홍성일 사장 개인의 손해가 그것이다. 올 초 열린 증권업협회장 선거시 홍 사장의 경우 뱅키스 시행건이 증권가 사장들에게 미운털로 인식되며 협회장 선거에서 악재로 작용했다. 홍 사장이 얻는 표는 단 4표에 불과했던 것. 이에 현 황건호 협회장의 연임이 수월해졌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들은 아는 협회장 선거시의 비하인드 스토리다.
한국증권의 수수료인하와 대우증권의 이번 인하 추진이 달랐던 점은 두 가지다. 한국증권은 수수료인하를 시행한 후 업계 비판이 시작됐고, 대우증권은 검토단계에서 이슈화됐다는 것이다. 또 명가로 재건한 대우증권이라는 점에서 그 파장이 컸다.
중요한 것은 지금 대부분의 대형증권사 온라인정책 또한 대우증권의 그것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것. 시장활황과 함께 새로이 유입되는 젊은 고객들이 대부분 은행연계계좌를 통해 들어오고 있다는 것. 계좌의 특성상 한번 거래를 시작하면 웬만해선 바꾸기 힘들다는 점을 모두가 안다.
즉 엔트리마켓을 통한 신규고객 확보는 증권사로서 반드시 잡아야할 시장인 것이다. 이 시장을 놓치면 향후 신규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대우증권 내부적으로는 이번 결정을 두고 잠정연기라고 밝혔다. 다만 관측컨대 시간을 두고 결국 수수료 인하카드를 꺼낼 것으로 보인다.
그때 이같은 증권업계의 왕따 전략은 재현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기자의 바람이다. 서로 눈치보는 전략보다는 제대로 된 온라인정책에 대한 검토와 전략을 통해 필요하다면 과감히 시행하는 결단력이 필요하다. 업계보다는 고객이 우선시되는 정책이 필요하고 여론 또한 이를 반영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최근 여론 비판을 못 견딘 김성태 대우증권 사장의 뜨뜻미지근한 유보 결정은 아쉬웠다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