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단기외화차입 규제 이슈가 재부각되면서 서울 외환시장이 다시 정책 리스크에 빠져들었다.
전날 달러/원 환율의 일중 변동폭이 6.00원으로 확대되는 등 시장의 불확실성이 매우 커지자 시장 참가자들은 각자의 정보력을 동원해 외환당국의 속내가 뭔지 파악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환율 흐름과 관련해서 정부 내에서는 어떤 컨센서스가 이뤄져 가고 있는 걸까? 현 시점에서 당국의 의중은 뭘까?
재정경제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 국제금융 라인은 초긴장 상태"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화요일 배포한 A4 한 장짜리 '환율시각' 자료의 1~5번 문구 중 방점은 1번에 찍혀 있었는데 어떤 기자도 1번은 쓰지 않더라"며 씁쓸해 했다.
공식 구두개입이 아니라 최근 외환시장과 관련해 이해를 돕기 위해 작성했다는 이 자료의 1번 문구는 "외환당국은 우리 외환시장이 효율적인 시장으로서 제 기능을 함으로써 국가경제와 국민복지에 기여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이후 2~5번 문구는 현재 환율 움직임이 거시경제 여건과 괴리됐다느니, 금리와 환율간의 상관관계가 낮다느니, 역외 달러매도세를 주목하고 있다느니, 경상수지 해외투자활성화 등 외환수급에 변화가 있다는 등 평소 많이 접하던 것들이다.
결국 이 말들을 종합해 보면 ‘현재의 시장상황은 매우 비정상적이고, 그래서 당국자들은 비상근무가 지속된 지 오래이지만, 아직까지는 시장 스스로 이러한 비정상적 상황을 해결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로 풀이된다.
이를 다른 식으로 표현하자면 ‘아직까지는 참고 있지만 상황이 더 악화되면 시장이 '아파하는' 수단을 쓸 수밖에 없다’로 요약된다.
(이 기사는 6일 오전 8시 15분 유료회원들께 앞서 송고됐습니다.)
◆ 정부 인식 심각: 외환시장-환율 메카니즘 ‘비정상적’
그럼 현재 외환시장의 무엇이 '비정상적'이란 말인가. 이에 대해서는 "현 상황 전부 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수출기업들의 과도한 선물환 매도와 이를 수용하기 위한 외은지점들의 과도한 단기외화 차입, 그 결과로 나타나는 원화가치의 상승 등 최근의 환율하락 매커니즘 전체를 우려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재경부 관계자는 "과세특례 축소 카드는 당국이 마련해 놓은 여러 카드 가운데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며 "이미 몇 달 전부터 상황별 쓸 수 있는 카드는 모두 준비된 상태"라고 강조했다.
또한 "시장 사람들은 개입이라고 하면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 달러를 사들이는 것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당국이 쓸 수 있는 카드는 많다"며 "이렇게 얘기하면 또 실탄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쪽으로 해석하는데 실제 그런 지는 시험해 보면 알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답했다. 개입 능력을 의심하지 말라는 것.
이번에도 블러핑 아니냐는 의심에 대해서 그는 "언제 블러핑을 한 적은 있냐"고 되물었다. 지금까지 당국은 일관되게 현 시장상황의 비정상적인 부분에 대해 경고해 왔고 인내심을 가지고 자율적인 해결을 기다려왔다는 것. 그럼에도 문제가 악화된 것은 시장의 책임이라는 뉘앙스다.
◆ 정부 내 논란: 시장 자율 vs 당국 규제, 시장과 국가 관계 고민
이 관계자는 "최대한 시장 자율에 맡기자는 그룹이 있고 그렇지 않은 그룹이 있는데 상황이 지금처럼 흘러가면 전자의 입지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현 상태는 재경부 일개 부서에서 해결할 단계를 벗어났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국으로서도 수출기업들의 환 리스크 관리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정부가 환 헤지를 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으니 "지금 헤지하면 손해"라며 수출기업이나 외은지점 스스로 지나친 선물환 매도나 외화차입은 자제했으면 하는 것이 당국이 시장 자율을 강조하는 배경일 것이다.
그러나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마냥 '시장 자율'에만 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개별 시장 참가자들은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이익극대화를 추구하면 그만이지만 그러한 개별 행동들이 모여 외환시장 전체, 나아가서는 국가경제와 국민복지에 해를 끼치는 상황까지 간다면 이를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이 권 부총리 이하 재경부 당국자들의 공통된 강조 사항이다.
실수요 목적의 외화차입이나 순수한 재정거래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지만 재정거래 유인 여건이 장기간 지속되는 것은 국가경제 전체적으로 문제이므로 차입 코스트를 높여서라도 바로잡겠다는 게 당국의 판단인 것 같다.
게다가 대선정국과 맞물려 때가 별로 좋지 않다. 레임덕에 대해 신경질적인 반응까지 보이고 있는 참여정부에서 시장친화적 정책을 지키기 위해 자기 한 몸 아끼지 않을 공직자는 드물다.
득표전쟁에 돌입한 현 정부가 외화차입에서건, 중기대출에서건 '숫자로 증명되는' 강한 규제책을 요구할 경우 다소 시장이 망가지는 한이 있더라도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 공직사회의 룰이다. 강성으로 알려진 윤증현 금감위원장도 다음 달이면 퇴임이다.
결국 정부가 외화차입 규제를 적극 검토하고 나섰다는 것은 해석하기에 따라 '시장 자율에 맡기겠다'는 기존 정책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으로도 읽힌다.
이런 여러 상황을 고려하면 현 시장상황이 계속 지속될 경우 당분간 정책 리스크는 줄어들기는 커녕 커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시장 참가자들이 주목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 뉴스핌 외환시장 컨센서스
다음은 국내외 금융권 소속 외환딜러 및 이코노미스트들의 외환시장 전망입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회사별 가나다 ABC순).
▷ Calyon 엄장석 부장
: 달러/원 환율은 정부의 단기 외환차입 규제와 관련된 불확실성으로 혼조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이 얇은 상태이지만 920원대 회복이 다소 의아한 상태이다. 외은권을 축으로 한 자금시장의 동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 숏포지션을 닫는 수준에서 사태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조선업체 등 수출업체들의 선물환을 팔지 못할 경우 오히려 대기 매물이 쌓임에 따라 돌발적으로 급락하는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을 수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다. 해외쪽으로는 영국과 유로존의 통화정책 결과가 주목되고, 이벤트 이후 급등락 변동성을 살펴야겠다.
▷ 미쯔비시도쿄UFJ 정인우 팀장
: 달러/원 환율은 단기 급락 이후 이격이 조정되는 과정으로 이해된다. 단기 외화차입금 규제 건으로 불활실성이 전해지고 엔/원 대책도 있다고 하니 시장이 어리둥절하며 환율이 엉겹결에 오른 듯하다. 스왑시장이야 스왑시장이고 외환시장은 급락 이후 숏마인드가 있었던 상황으로 이해된다. 큰 손들이 롱이 적었으며 숏플레이를 하려다가 돌발 악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체들이 선물환 매도를 정상적으로 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므로, 일단 규제 문제가 어떻게 전개되고, 자금시장이 안정을 찾을지 주목해야할 것 같다.
▷ KB선물 이탁구 이코노미스트
: 달러/원 환율은 단기적으로 바닥을 본 듯하다. 정부 당국의 개입 경계감이 큰 데다 단기 외화차입금 규제로 인한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 한 매도를 꺼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믈론 이런 문제는 단기적인 혼란상에 따른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별다른 효과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외 금리차가 존재하는 한 수익률을 쫓는 국제간 자금 이동은 불가피하며, 새로운 규제에 따른 단기 충격이 가시면 다시 정상화될 것이다. 환율은 장기적으로 펀더멘탈에 따를 것이며, 시장원리에 따를 것이다. 은행권 경로가 아니라면 다른 경로를 통해서라도 자금이동이 생길 수도 있다. 경제여건상 원화 강세 요인이 여전한 상황이라면 단기 마찰적 요인에 그칠 수 있다. 물론 유로존의 금리인상 여부가 주목되는 가운데 국내 규제 리스크가 있는 한 단기적으로는 반등 국면이 좀더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