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당분간 조선업체들의 헤지활동이 줄어들 것 같지 않고 시장개입은 정치적 리스크를 수반하기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아예 환율이 충분히 하락하도록 방치해 시장의 환율하락 기대 자체를 수정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고 소개했다.
사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는 지난 2년간 환율 하락으로 인해 가격경쟁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으며, 이로 인해 영업이익이 급감하고 주가도 하락했다.
WSJ는 환율에 영향을 주는 여건은 매우 다양하지만, 경제전문가들이나 은행들은 모두 한국의 조선업계가 환율하락의 주범이라는데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글로벌 교역증대와 중국의 상품수요 급증 추세 때문에 한국 조선업계는 사상 최대의 호황을 맞이했다. 바로 이 같은 호환이 달러/원 하락의 주된 요인이 된 것이다.
조선업체들은 선박 건조 수주를 받은 뒤 약 3년 정도면 계약금을 제외한 대금을 받게 되는데, 이 기간 동안 조선업체들은 계약금을 제외한 나머지 대금의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환 헤지를 활용한다.
일례로 1억달러 선박 제작을 수주한 업체가 있다고 치면, 당장 계약금 1000만달러만 받고 나머지 9000만달러는 2010년에 가서야 수령하게 된다. 이 기간 동안 업체들은 은행으로 가 현재 환율로 환산한 834억원을 만기 대금 수령시에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한다. 그러면 은행은 외환시장에서 선도계약으로 달러를 매도하고 834억원을 조달한 뒤 이를 조선업체의 계좌로 유지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당장 원화 수요가 발생하기 때문에 원화는 강세를 보이게 되며, 이 같은 원화 강세는 또한 조선업체들이 미래 수입의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헤지하도록 부추기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 홍순영 삼성경제연구소(SERI) 연구위원은 "이런 악순환이 창출되면서 원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란 기대 자체가 실현되도록 만든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그는 이 같은 선박 건설업체들의 행위가 "매우 합리적인 행위"로 비난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결국 WSJ는 미국 달러화나 일본 엔화 자체의 약세가 원화 강세의 부분적인 배경이 되기는 했지만, 한국경제에서도 비중이 큰 조선업계의 강력한 성장이 원화 강세의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고 결론내렸다.
이 같은 원화 강세는 수출기업들에게 악재였다. 일례로 현대자동차는 지난 해 순익이 35%나 급감했다. 엔화가 약세를 보이는 바람에 판매가격을 제대로 내릴 수도 없어 주로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데 주력하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지난 해 12월 업계 경영진들은 정부 당국자들에게 개입을 통해 원화 절상을 억제하는 '관리'를 요구했고, 그 직후 권오규 부총리가 원화 강세로 인한 경기 하방리스크를 일차적인 과제로 삼을 것이란 의견을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장 미래 수익이 줄어드는데 조선업계의 헤지 활동이 중단될 것이라고는 기대하기 힘들다.
한국 외환당국이 개입을 중단한 직후인 2004년 4/4분기 원화는 급격한 강세를 보인 바 있다. 이렇게 환율변동성이 높아지자 조선업계는 더욱 헤지활동을 강화했다.
한국은행(BOK)에 따르면 2005년 한해 동안 한국 수출업체들의 헤지 포지션 규모는 292억달러 정도였고, 같은 해 원화는 美달러화 대비 10.5% 절상됐다. 2006년에는 헤지 규모가 거의 70% 늘어난 493억달러에 원화 절상 폭은 6.3%였다.
조선업체들은 정확한 헤지 규모를 드러내지 않지만, 지난 달 세계 최대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이 2010~2011년 전달되는 31개 선박, 총 33억달러의 사상 최대 수주를 기록하면서 달러/원이 월초 922원까지 하락한 것은 주목할만 하다.
실제로 경제전문가들은 한국경제의 상황을 보면 딱히 원화가 강세를 보일 이유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일례로 프레트릭 노이만(Frederic Neumann) HSBC홍콩 소속 이코노미스트는 "경상수지가 균형을 이룬 상황이고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나 자본유입도 없다"며, "이 같은 펀더멘털에서라면 원화 절상을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들 전문가들은 세계경기 둔화로 인해 조선업체들이 타격을 입을 때까지는 원화 강세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더구나 중앙은행의 달러매수 개입과 같은 간단한 처방은 달러매수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게 한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저항에 직면할 수 있는 등 당장 정부당국으로서는 정치적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삼성경제연구소의 홍 연구위원은 다른 대안으로 시장이 원화가 여타 주요통화 대비로 과대평가 되었다고 느낄 때까지 환율이 하락하도록 방치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렇게 해야만 조선업체들이 환율 하락 기대를 수정하고 헤지를 줄일 것이라는 얘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