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새로운 시대, 미국 연준의 새로운 도전
① 버냉키의 ‘현대 컨센서스’와 ‘새로운 종합’
버냉키를 이해할 때 한 가지 간과해선 안 될 것은 그가 이제 연준의 수장이라는 사실 이상으로 현대 주류 경제학을 주도하고 있는 거장 중 한 명이라는 점이다. 이른바 ‘새케인즈주의’(New Keynesian) 혹은 ‘새로운 신고전파 종합’(New Neoclassical Synthesis) 말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새케인즈주의의 선두 주자 중 상당수가 이미 클린턴 행정부 이후 미국의 주요 정책 결정에 깊숙이 관여해 왔다는 점이다. 특히 ‘아들’ 부시 행정부 들어 재무차관을 역임했던 존 테일러나, 그레고리 맨큐 前 CEA 의장, 그리고 이번 버냉키 등은 오늘날 그 견인차로 평가받는 사람들이다. 그만큼 버냉키의 존재감에 더욱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앞에서 검토했던 그의 새로운 전략 모색은 말 그대로 ‘새로운’ 것이라기보다는 이처럼 정책 현실의 경험 및 고민과 학계의 연구와 아이디어를 아우르는 일종의 ‘컨센서스’를 ‘개척’하고 있는 것이라고 봐야 정확할 것이다.
사실 볼커 시대 이후 오늘 날에 이르기까지는 적어도 통화정책의 영역에서는 학계의 연구가 사실상 정책 현실의 고민과 사고에 뒤쳐져 왔다는 게 그를 비롯한 많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그리고 통화경제학의 대가 버냉키는 이미 연준 이사 경험에 이어 이제 연준 의장으로 올라서면서 이런 ‘새로운 종합’을 주도할 책임을 지니게 된 셈이다. 이제 그의 “지적 대범함”을 통해 표현되는 이런 컨센서스, 다시 말해 “버냉키노믹스”가 관건이 되고 있다.
이런 컨센서스의 단적인 예는 버냉키가 2006년 취임 후 가진 첫 강연(“The Benefit of Price Stability”)에서 드러나는데, 바로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이라는 목표가 거의 전적으로 상호 보완적”이며 “물가 안정이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과 고용 안정에 중대한 기여를 할 뿐만 아니라 중․단기적으로도 산출 및 고용의 변동성을 완화시킨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를 “학계 연구와 정책 경험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진전된 이른바 “컨센서스 견해”로 집약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현대 중앙은행 시스템의 진화다. 사실 버냉키는 볼커에게서 개척되고 이후 그린스펀 시대를 거치며 정착되기 시작한 ‘현대 글로벌 중앙은행 시스템’의 성과를 공고화 내지 제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런 관심이 극명히 드러나는 분야 하나가 바로 인플레이션 타겟팅이다. 특히 그와 프레드릭 미시킨이 공동으로 집필한 인플레이션 타겟팅에 대한 교과서적인 논문(“Inflation Targeting: A New Framework for Monetary Policy?”, 1997)은 이런 맥락에서 서두를 시작한다.
“전세계 중앙은행 총재들과 스탭들은 바젤에서 워싱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소에서 정규 회합을 갖는다. 이처럼 빈번한 만남이야 말로, 1970년대 통화공급 타겟의 도입이나 1980년대 인플레이션 억제 노력의 강화, 그리고 최근 중앙은행의 제도적 독립성 진작을 위한 움직임 등 통화정책 결정의 전술과 전략의 변화가 많은 국가들에서 다소간 동시적으로 발생하는 경향이 있었던 이유를 설명할 것이다. 그 원천이 무엇이건 간에, 중앙은행 업무의 이론과 관행상의 주요 변화들이 개별 국가나 국제 경제에 점차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종합’을 주도할 버냉키가 직면할 주요 도전들을 살펴보자. 이와 관련해 “중앙은행의 중앙은행” BIS가 지난 2005년 제 75차 연차총회를 맞아 제시한 문제의식이 유용해 보인다. BIS는 지난 20여년간 글로벌 경제 차원에서 형성된 주요 추세들을 크게 네 가지로 정리하는데, (1) 인플레 안정 및 인플레 변동성 완화 (2) 견실한 성장과 변동성 감소 (3) 금융 시장의 붐 앤 부스트(boom & bust) 속성 강화 (4) 대외 불균형 확대가 바로 그것.
사실 이 모두 오늘날 글로벌 경제 환경의 규정적인 특징인데, 그런 만큼 신임 의장 버냉키가 직면해야 할 도전적인 과제인 셈이다.
이 중 첫 번째와 두 번째는 거시경제적인 안정 제고 혹은 “대완화”로 집약될 수 있기 때문에, 이하에서는 (1) 거시경제적인 안정 제고와 (2) 금융 불안 심화 (3) 글로벌 불균형 등 세 가지 쟁점에 주목한다.
[뉴스핌 장보형 객원이코노미스트]
※본 특집의 저자인 장보형은 연세대학교 경제학과와 한신대 대학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10여년간 국내 정보컨설팅 업체인 와이즈 인포넷에서 '국제금융/경제 팀장'을 맡아 국제 금융시장과 세계 경제 동향 점검 및 이슈 분석을 전담한 후, 현재는 '글로벌 마켓 이코노미스트'로서 프리랜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올해부터 뉴스핌 객원 이코노미스트로 합류했습니다.












